글쓰기에 영혼을 팔다!

매일글쓰기 도전기

by 세둥맘

"엄마, 요즘 브런치에 영혼이 팔린 것 같아!"

"우와! 좋은 글감이다! 메모해야겠다."

"어유~~ 내가 못 살아!"

큰 딸과 둘째는 요즘 브런치에 매여 사는 나를 보고 걱정이 태산이다. 처음 브런치 작가가 되고 내 글이 다음 포털사이트 메인에 뜨자 조금 놀라워하더니 이제는 아무리 극약을 처방해도 반응이 시큰둥하다.


"엄마 글이 또 다음에 떴어!"

"..... 응....."

"조회수가 실시간 1위라고!"

"........."


오늘 내가 쓴 글 두 개가 동시에 다음에 노출이 되었다. 내 글에 대한 조회수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아 오르고 있었다. 갑자기 손에 힘이 빠지면서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뽕을 맞은 것처럼 기분이 몽롱해지고 손이 떨려오면서 계속 조회수만 확인하게 된다. 그리고 다음 포털사이트에 둥둥 떠다니는 내 글을 한 번이라도 더 보기 위해 계속 들락날락. 마약을 하면 이런 기분이 들 것 같다. 중독이란 것이 이런 짜릿한 행복감과 전율을 안겨주면서 뒤로는 다른 것은 아무것도 못하게 손발을 묶는 것인가 보다. 마치 영혼이 팔린 것처럼! 그렇다. 나는 브런치 아니 글쓰기에 영혼이 팔린 것이 틀림없다.


매일 글쓰기를 시작한 것은 한 3개월이 되어 간다. 항암치료 후 어떻게 살아야 할지 정체감의 혼돈 속에서 한동안 괴로웠다. 그러다 문득 저 깊은 속에서 내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글을 쓰라고. 미치도록 글을 쓰고 싶었다. 포털사이트에서 '글쓰기'를 검색해보니 '매일 글쓰기 방'이 검색되었다. 오픈 카톡방에 매일 글을 올리고 인증을 받는 시스템이었다. 글쓰기 방에 모여든 사람들은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들답게 무척이나 감성적이고 낭만이 뭔지 아는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삶을 진지하게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었다. 하나같이 존경스럽고 본받을 점이 많았다. 육아서적을 천권이나 읽고 지금도 계속 공부하면서 글을 써 이제는 전문가의 경지에 오른 전업주부, 또 매일 15분 독서하기와 그림 그리기, 필사를 하루도 거르지 않고 하는 또 다른 전업주부도 있었다. 그리고 독립출판을 하는 사람, 새로운 매거진을 만드는 사람 등 하나같이 놀라운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그리고 내가 글을 올리면 클라쓰가 다른 고 퀄리티의 문장으로 답글을 바로 달아주는 따뜻한 마음씨와 실력을 겸비한 사람들이었다. 이런 글 동지 때문에 매일 글쓰기를 거의 3개월이나 유지하고 있다. 그리고 글쓰기 방의 작가님들의 자극을 받아 나도 이렇게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그리고 내 글에 대한 귀한 구독자도 생기게 되었다.


브런치 작가이면서 글쓰기 코치인 윤형돈 씨가 쓴 브런치 북 '책 쓰기가 가장 쉬었어요!'에서도 매일 글쓰기를 권장하고 있다. 매일 글을 A4용지 한 장 정도의 분량으로 쓰면서 글쓰기 근육을 단련시킬 필요가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또한 글을 쓰는 사람이 잘 사는 사람이라고 주장한다. 나도 여기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글쓰기 방의 동지들을 보면 바로 알 수 있다. 그리고 나 또한 매일 글쓰기를 하면서 많은 것이 달라졌다.


우선 책과 다른 사람들의 글을 많이 읽게 되었다. 기본적으로 매일 글쓰기 방에서는 서로의 글에 대한 답글을 달아주는 것이 에티켓이라 다른 사람의 글을 매일 읽을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다. 매일 십 수 편씩 올라오는 글 중에서 아무리 바빠도 적어도 3개는 읽고 답글을 쓴다는 나만의 원칙을 세우고 이제껏 지켜오고 있다. 이렇게 읽은 글 중에서도 많은 정보를 얻게 된다. 그리고 브런치 작가가 되면서 브런치에 올라오는 많은 글들과 브런치 북을 통해서 세련된 글쓰기의 방법과 노하우를 많이 배우게 되었다. 작가들의 아름다운 글들을 읽다 보면 나의 형편없는 문장 솜씨가 부끄러워 분발해야겠다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그래서 유명한 작가들의 수필집도 찾아서 읽게 되었다. 그러니 자연히 독서량이 늘게 되었다.


그리고 나를 스쳐가는 순간순간의 찰나에 관심과 애정을 기울이게 되었다. 아이들이 서로 싸우는 모습, 시어머니가 생일 선물을 받고 기뻐하는 모습, 학교에서 받는 스트레스 등 모든 것들이 나의 글감이 되었다. 스트레스받는 일 때문에 속상했더라도 그 일을 글로 풀어쓰고 나면 왠지 감정이 정리되고 정화되면서 힐링되는 느낌이 든다.


오늘 시어머니에 대한 글이 다음 메인에 떴길래 형님에게 보내드렸더니, 요즘 내가 행복해 보여서 형님도 기분이 좋다고 한다. 그래! 글쓰기에 영혼을 팔았지만 글쓰기로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