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간 ‘미라클 모닝’ 도전, 새벽 5시 기상

by 데일리타임즈W
커피 한잔하면서 수다를 떨 수도 있고, 운동을 하며 땀으로 진한 스트레스를 배출할 수도 있다. 그밖에 일과 일상의 온도차를 줄이기 위해 소소하게 퇴근 후 할 수 있는 것으로 무엇이 있을까? 혼술, 혼밥, 혼영…. 요새 혼자 하는 게 유행이라는데? 평소 혼자 얕고 넓게 배우기 좋아하는 이 과장이 퇴근 후 취미 탐색 프로젝트를 진행해보고자 한다.



변화에 대한 갈망
핸드폰 알람은 몇 년째 6시 30분에 맞춰져 있다. 5분 간격으로 설정해 놓은 알람은 무의미했다. ‘게으름 피우지 말고 그만 일어나!’ 알람이 소리쳐도 눈을 감은 채 꺼버리는 신기술을 체득했다. 이불 속에서 애벌레처럼 꿈틀대다가 항상 촉박하게 집을 나서곤 했다. 역까지 숨이 헐떡이게 뛰고 아슬아슬하게 지하철에 몸을 담으면 괜한 민망함과 지각은 면했다는 안도감에 얼굴이 뜨거웠다. 지하철 리듬에 흔들리며 좀비처럼 회사로 향하는 모습을 자각할 때면 슬프기도 했다. 비단 늦은 기상만이 문제가 아니었을 것이다. 재미가 없고, 우울감이 커졌다. 내일에 대한 기대감이 없으니 무기력해졌다. 변화가 필요하다.

새벽형 인간의 시작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일부터 변화를 꾀했다. 그 첫 번째가 셀프 인테리어였다. 다음 두 번째 도전을 ‘새벽형 인간’으로 정했다. 이번 프로젝트의 가장 큰 목적은 마인드 변화다. 스스로 불신이 쌓였던 내게 ‘모닝 루틴’은 자기 신뢰를 쌓는 첫 번째 단계였다. 새벽 기상을 반복하며 작은 성취감을 느끼고, 뿌듯함을 통해 활력을 되찾고 싶었다. 침체됐던 감정들을 다시 일으켜 탄력 있는 삶으로 전환하고자 했다.
새벽형 인간 프로젝트가 흐지부지 끝나지 않기 위해 반강제성을 더하기로 했다. 의지가 약할 땐 주변에 목표를 알리는 것이 효과적이다. W톡 기획기사 주제로 새벽 기상 프로젝트를 해보겠다고 회사에 선포했더니 다들 왜 사서 고생이냐고 했다. 예상했던 반응이지만 살짝 겁이 났다. 무슨 덕을 보겠다고 새벽 5시에 일어난다고 했을까? 방정맞은 입을 몇 번 때렸다. 한 번 내뱉은 말은 지켜야 하지만 실행에 옮기기까진 쉽지 않았다. 1월 1일 시작에 괜한 의미 부여를 하며 차일피일 일정을 미뤘다. 그러다 우연한 계기로 5시 기상은 시작됐다.


새벽형 유튜버의 하루

1742_2028_3044.jpg 새벽 4시 반 기상으로 구독자와 소통하고 있는 유튜버 ‘김유진 미국 변호사’. / 사진=유튜브 캡처

‘김유진 미국 변호사’는 새벽형 일상을 주제로 10만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다. 새벽 4시 30분에 기상 후 일상을 브이로그 형태로 구독자들과 공유한다. 새벽 시간 책도 읽고, 유튜브 영상 편집을 하기도 한다. 영상 몇 개를 보다 보면 유튜브 알고리즘에 의해 새벽형 일상과 그 성과를 공유하는 다른 유튜버도 만나볼 수 있다. 이들은 주말 주중 상관없이 매일 같은 시간 기상을 한다. 아침마다 다이어리를 쓰며 목표를 적고, 꿈이었던 것들을 현실로 이루며 어제보다 더 나은 삶을 살아가고 있다. ‘나보다 잘난 사람도 저렇게 노력하며 사는데 나도 노력이란 걸 해봐야겠구나’라고 동기부여가 됐다. 그래 맞다. 아인슈타인이 그랬지. “어제와 똑같이 살면서 다른 미래를 기대하는 건 정신병 초기 증세다.”


감사일기 쓰기

1742_2029_3138.jpg 하루 세 줄 감사일기는 누구나 쉽게 시작할 수 있다. / 사진=이예림 기자

실상 일어나는 시간은 중요한 포인트가 아니다. 일어난 후에 무엇을 하는지가 더 중요하다. 그래서 몇 가지 모닝 루틴을 정해서 실천하기로 했다. 자기계발서나 성공학에 관련된 책을 읽다 보면 마인드 변화를 위한 방법 중 흔히 나오는 소재가 ‘감사일기’다. 방법은 간단하다. 일기를 매일 쓰며 우리에게 주어진 하루에 감사를 덧붙여보는 것이다. 노트를 펴고, 감사할 거리를 일부러 찾아보니 한 줄 적어 내려가기가 쉽지 않다. 감사할 것이 없는 하루였다. 어찌 보면 불평불만이 더 많은 나날이었다. 왠지 뜻밖에 횡재수가 있거나 특별한 이벤트가 일어나야 ‘#감사’라고 태그를 달아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머리를 쥐어짜도 감사할 것을 찾을 수 없는 난감함에 빠져 허우적댈 때 많은 책이 아주 사소한 것부터 적어보라고 조언했다. 감사의 반대말은 당연함이라고 한다. 당연시했던 모든 것들, 볼 수 있는 내 두 눈, 걸을 수 있는 내 두 다리도 감사함이라고 했다. 평이한 하루에 감사를 억지로 붙이기 시작하니 처음엔 어색했지만 당연했던 것들이 더 가치 있어진 느낌이다. 나는 지난 몇 년간 많은 것을 이루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감사보다는 지금보다 더 잘 해내야 한다는 압박 속에 살고 있었다. 어찌 보면 우리 삶이 ‘윌리를 찾아라’ 윌리처럼 일상 속에 감사함이 곁에 있지만 쉽게 못 찾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


■감사일기 적기
1. 마음에 드는 노트나 수첩을 하나 장만한다.
2. 가급적 정해진 시간에 매일 반복해서 쓴다.
3. 하루 동안 감사한 것을 3개 정도 적는다.
4. 문장은 긍정문으로 쓰고, 모든 문장의 끝을 ‘감사합니다’로 맺는다.
5. 우리가 평범하게 누리는 것들이 누군가에게는 절실한 것일 수 있다. 감사는 의지적 감정이다. 소소한 모든 것을 감사해보자.

명상하기

1742_2030_3917.jpg 전 세계 요가나 명상 수련자들이 사용하는 인센스 종류들. 심신 안정에 도움이 된다. / 사진=이예림 기자

불안이 심해서 한동안 가슴이 두근댔다. 신경안정제를 먹어도 순간일 뿐 명상을 통해 마음을 다스리는 시도를 해보기로 했다. 이왕 시작했으니 제대로 구색을 갖춰보자고 심신 안정에 도움이 된다는 인센스도 구매했다. 인도나 태국 쪽에서 요가나 명상을 할 때 많이 사용한다고 한다. 기대감을 가지고 인센스 스틱에 불을 붙이고 차분히 앉아 명상을 시작했다. “숨을 깊게 들이쉬고, 내쉬면서 마음에 풍요를 채우고 걱정은 흘려보내세요.” 명상 인도자의 목소리가 들린다.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매운 인센스 연기가 코를 훅 치고 들어온다. 평온함에 금이 간다. 설상가상으로 과한 인센스 연기에 공기청정기가 갑자기 굉음을 내며 열 일을 하기 시작했다. 의도치 않은 공기청정기 성능 테스트에 흡족했지만 평온한 명상은 실패했다. 집안을 가득 메운 ‘절 냄새’에 새벽 기도 다녀온 엄마는 “스님이 오셔서 염불 외우겠다.”라고 했다.

운동하기

1742_2031_5417.png 온라인 운동 클래스를 제공하는 ‘클래스 톡’. 저렴한 가격에 홈 트레이닝을 즐길 수 있다. / 사진= 이예림 기자

이불의 유혹을 이겨 내기 위해서는 ‘순간의 의지’가 필요하지만 나 같은 의지박약자들에겐 철저한 '환경 조성'도 중요하다. 5시 기상을 방해하는 요소를 제거하고, 도움 요소를 설치해 둔다. 그 첫 번째로 겨울철 애정템인 온수 매트 전원을 아예 빼 버렸다. 잠자리가 따뜻하면 침대에 빨리는 느낌 때문에 몸을 일으키기 힘들다. 두 번째는 기상 후 첫 번째 루틴인 운동을 하기 위해 운동복을 아예 입고 잤다. 온라인에서 한 달에 2만원 하는 발레 클래스에 등록해 아침 30분 동안 운동을 한다. 아침부터 큰 무리 없이 몸을 풀면서 운동할 수 있어 몸매 관리나 근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 마지막으로 인공지능 스피커 ‘클로바’에 5시 알람도 추가로 요청해 놨다. 대망의 새벽 5시. 알람이 울리면 스프링처럼 바로 이불을 박차고 일어나야 한다. 이 찰나를 놓치면 ‘5시 기상은 내일로’가 되어 버린다. 일어난 직후에는 이불부터 정리한다. 이불 정리에는 의미가 있다. 미 해군 대장 맥레이븐은 “세상을 변화시키고 싶다면 침대 정리부터 시작하라.”라고 조언한다. 1분 침대 정리 습관은 그날의 첫 번째 과업을 완수하게 되는 것이고, 그것은 작은 뿌듯함을 준다고 한다. 비록 하루를 망치고 집에 돌아온 날이라도 정리된 침대가 우리를 맞이하고, ‘내일도 할 수 있다’라는 희망을 준다. 핵심은 사소한 것부터 꾸준히 하는 것이 변화와 성공의 시작이라는 점이다.


■이과장의 모닝 루틴
1. 5시 기상
2. 이불 정리
3. 물 한 잔 마신 후 운동 30분
4. 따듯한 차 끓이기
5. 감사일기, 목표 일기 쓰기, 성경 시편 필사
6. 명상하기
7. 독서하기


‘일어나야 한다’는 압박감
항상 완벽했던 것은 아니다. 갑자기 변화된 생활패턴에 몸살감기를 얻고 늦잠을 자기도 했다. 새벽 싸늘한 공기에 책을 들고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가 그대로 잠들어 버린 적도 많다. 그럴 때마다 완벽하게 해내지 못했다는 아쉬움에 패배자 같은 기분도 들었다. ‘일어나야 한다’는 압박감이 또 다른 스트레스를 만든 것은 아닐까? 다행히도 감사일기와 명상의 효과 덕분인지 예전처럼 자신을 압박하며 계속 다그치고 싶진 않았다. 몇 번 일찍 못 일어났다고 해서 큰 실패를 한 것도 아니고 장기적으로 꾸준히 가져가면 좋을 습관이기에 패턴을 찾아가며 조금 더 즐겨보기로 했다.


새벽형 인간은 계속된다

1742_2032_5440.jpg 새벽 5시, 얻은 것이 더 많은 소중한 시간이었다. / 사진=이예림 기자

막상 프로젝트를 시작해보니, 새벽 5시는 이른 시간이 아니었다. 예전보다 2시간 이상의 여유가 생겼지만 운동하기, 책 읽기, 감사일기 쓰기, 명상하기 등 아침 루틴을 하다 보면 시간이 부족한 느낌이다. 한 유튜버는 게으름과 나태함을 탈피하고자 시작한 새벽 기상이 같은 이유로 6시, 5시, 4시 반, 4시, 3시로 옮겨졌다고 한다. 1년이 지난 지금은 새벽 3시 기상이 습관화되어 하나의 라이프 스타일로 자리 잡았다고 한다.
하지만 무조건 일찍 일어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새벽형이든 야행성이든 본인에게 맞는 숙면 패턴을 찾고, 적어도 한 달은 패턴에 익숙해지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도서 ‘변화의 시작 5AM 클럽’에서는 인간의 뇌가 일과를 입력하는 데 필요한 시간은 66일이고, 초기 22일은 고문과도 같다고 한다. 한 달이 지난 지금 드라마틱한 변화는 아니지만, 긍정적인 변화는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마시는 따뜻한 차 한 잔의 여유도 알았고, 감사일기와 목표 일기를 쓰면서 조금 더 나에게 관대해졌다. 한 달에 한 권 읽기 힘들었던 책도 올해 들어 세 권을 읽었다.
조용한 새벽 사부작거리며 글도 쓰고, 책도 읽고, 명상도 하고, 오롯이 나만을 위해 시간을 보내니 불안감도 많이 사라졌다. 조금 더 결과가 있는 새벽을 만들기 위해 목표를 재정비하는 중이다. 지난 한 달은 습관을 익히기 위한 준비의 시간이었고, 앞으로는 좀 더 생산적인 삶을 위한 시간이 될 것이다. 새벽 기상이 사서 고생이라고? 경험자로서의 조언은 분명 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 용기 있게 도전해보자.




데일리타임즈W 에디터 이예림 dtnews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