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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노는 것이 중요한 워라밸 시대

by 데일리타임즈W
어릴 때 다양한 꿈이 있었다. 멋진 뮤지컬 배우 아니면 자유로운 예술가? 살다 보니 회사와 집만 오가는 그런 삶이 되었다. 회사가 무료해질 때쯤 뭘 하면 재밌을까 고민하다가 직장인 뮤지컬 동아리를 시작했다. 그 후로 직업이 되지는 못했지만 어렸을 때 꿨던 꿈을 소소하게 이룰 수 있는 나만의 버킷리스트를 만들었다. '뭐 하고 놀까?' 아니 '뭘 하면 더 재미가 있을까?'를 고민하는 30대 대한민국 평범 직장남의 더 즐거운 횰로 도전 이야기, 지금부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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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비용 들이지 않고 집에서 즐길 수 있는 가성비 좋은 취미, 게임. / 사진=게티이미지뱅크코리아


워라밸의 시대, ‘잘 노는 것’이 중요한 때가 되었다. 놀이는 어떤 결과물을 내지 않아도 된다는 편안함이 있다. 그저 과정에서 즐거움을 느끼면 그만이다. 무엇보다 놀이를 통해 얻은 에너지는 현재를 즐길 수 있게 만들어 준다. 그런 의미에서 요즘 내게 가장 큰 즐거움을 주는 놀이는 바로 ‘게임’! 퇴근 후 가상세계에 접속해 현실을 잠시 잊고 재미를 충족하는 데 집중한다. 승리를 거머쥔 후 뿌듯함에 취해보기도 한다. 다음 날 현실로 돌아와 출근하는 발걸음이 조금 가벼워진 것도 같다.


유튜브로 보던 게임을 갑자기?
남자들 대부분은 학창시절 한 번쯤 친구들과 함께 우르르 PC방에 간 기억이 있을 것이다. 학업을 하며 쌓였던 스트레스가 모니터 화면 속에 나타난 적을 처치하면서 느끼는 쾌감으로 인해 한 번에 풀어지는 느낌이란. 게임은 10대들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하고 한동안 잊고 살다 문득 게임 패드를 들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다. 최근에는 직접 게임을 하지 않아도 유튜브 등을 통해 크리에이터들의 게임 진행을 보면서 즐길 수 있는 방법도 있다. 처음에는 영상을 보며 대리만족을 느끼곤 했다. 하지만, 역시 눈으로만 보는 것은 왠지 아쉬움이 남는다. 직접 조작하면서 느끼는 쾌감을 즐기고 싶었다. 그러다 게임 크리에이터 ‘방앗간 비둘기’의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이라는 게임 영상을 보게 되었다. 이 순간 플레이스테이션 4의 구매를 결심했다. 왜?


1768_2073_4310.png 실제와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로 정교한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 게임 화면. / 사진= ‘디트로이트 비컴 퓨먼’ 캡처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선택을 하게 된다. 선택에 대한 결과를 바꾸기 위해서는 시간을 되돌릴 수밖에 없다. 한마디로 불가능하다. 이 게임은 플레이어가 안드로이드 로봇이 되어 겪는 인간과의 공존 그리고 갈등을 스토리로 담았다. 게임에서 플레이어는 오직 움직이는 것과 상황에 대한 선택만 할 수 있다. 그 선택에 따라 스토리와 결과가 바뀐다. 현실에서는 불가능하지만 이 안에서는 다른 선택을 해볼 수 있다. 매일 같이 쳇바퀴 돌 듯 도는 일상에서 벗어나 인간로봇이 되어 부담 없이 세상살이의 다양한 선택과 결과를 볼 수 있다니! 이건 직접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강렬하게 들었다.


끓어오르는 승부욕, 성공의 쾌감
플레이스테이션 4를 구매하고 난 후,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과 함께 스포츠 게임, 시원하게 총 쏘는 액션 슈팅 게임, 스토리 게임 등 다양한 게임을 함께 구매했다. 종류가 다른 만큼 매력도 제각기 다양했다. 모니터에 등장하는 좀비들을 총으로 쏘면서 보스에게까지 향해가는 승부욕, 눈을 비비며 새벽잠을 이기고 응원했던 스포츠 스타들을 고르면서 나만의 팀을 꾸려 경기에서 승리를 따내는 쾌감을 느낄 수 있었다.
그중에서도 ‘갓 오브 워 4’라는 스토리 게임이 기억에 남는다. 북유럽 신화를 배경으로 신에서 인간이 된 아버지와 아들이 엄마의 유해를 가장 높은 곳에 뿌리기 위해 떠나는 여정을 담고 있다. 아버지와 아들 각각의 입장에서 감정과 생각이 변하는 것, 그리고 이를 통해서 두 사람의 관계 변화가 생기는 것에 감정이입을 하게 된다. 세심한 연출로 인해 몰입도가 상당하기에 게임을 진행하면서 푹 빠져들게 된다.


1768_2074_4434.jpg 아들을 강하게 키우려는 아버지 크레토스가 전투 중 아들에게 말하고 있다. / 사진=’갓 오브 워 4’ 캡처


“조심해라! 이 여정이 끝날 때까지 최소한 한 명은 정신 차리고 있어야 한다! 그러니 내 침묵을 슬픔이 부족한 거라고 착각하지 마라! 넌 네 방식대로 애도해라. 난 내 방식대로 하게 두고."
내가 아버지라면 어떻게 자식을 키울까에 대한 생각도 해보게 된다. 게임을 하며 내가 이런 생각까지? 왠지 시시할 줄 알았던 게임들인데 한번 발을 들이자 이 세계는 마치 늪에 빠진 것처럼 헤어 나올 수가 없었다.
게임이 생각보다 쉽게 풀리지 않으면 분통이 터지지만, 그럼에도 조이스틱을 놓을 수 없는 건 왠지 모르게 속에서 끓어오르는 승부욕 때문이다. 내 힘으로 반드시 엔딩을 보고야 말겠다는 의지. 주말 내내 다크서클이 턱 밑까지 내려올 정도로 집중해 게임의 끝을 볼 때면 가슴 가득히 차오르는 뿌듯함을 느낄 수 있다. 이기고자 하는 승부욕을 자극하고 험난한 과정을 이겨냈을 때의 쾌감은 남자들을 빠져들게 한다.


PC 게임은 주로 온라인을 통해 여럿이 함께하는 즐거움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면 콘솔 게임은 더 개인화된 플랫폼으로 스스로 모험을 떠나 다른 세계 속에서 경험하며 체험하는 것에 집중한다. 혼자만의 시간에 푹 빠져 나만의 워라밸을 즐기고 싶다면 콘솔 게임을 추천하고 싶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 지루하다면, 어디로 훌쩍 떠나고 싶은데 당장 떠날 수 없다면, 현실에서 해보지 못할 다양한 경험을 하고 싶다면, 꼴 보기 싫은 직장 상사를 잠시나마 잊고 싶다면 가장 빠른 방법은 게임에 접속하는 것. 물론, 끝난 후 현실로 말끔히 복귀해야 한다는 것을 잊지 않는다면 말이다.


■ 스토리 탄탄 플스 4, 혼자라서 더 재밌는 게임 맛집 TOP5


1. 언차티드 4. : 보물을 찾아 떠나는 흥미진진한 모험 이야기
2. 갓 오브 워 4 : 북유럽 신화를 바탕으로 한 아버지와 아들의 험난한 여정
3.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 : “그래 결심했어!” 선택에 따라 스토리와 결말이 바뀌는 미래 배경 현실 게임
4. 라스트 오브 어스 : 좀비로 인해 폐허가 된 도시에서 남자와 소녀의 생존기
5. 레드 데드 리뎀션2 : 미 서부 활극, 야성미와 남자 냄새 물씬 나는 카우보이 스토리



데일리타임즈W 에디터 박현호 dtnews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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