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생각도구#003 –아름다운 비행

김철수가 만든 생각소통 도구 중 하나인 ‘아름다운 비행’은 두 명이 각자 종이비행기를 접어서 서로 실로 묶어 날리는데, 멀리 날리거나 높이 날리거나 빨리 날리는 것을 목표로 하지 않고 ‘아름다운 비행’으로 목표로 하여 날리는 도구입니다. 이것은 정답이 없는 시대, 그러니까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없는 시대에 어떻게 주관적인 측정 기준을 만들 수 있는지를 생각하게 합니다. 


적정인원: 2명 이상 짝수 (100명 이상도 할 수 있으며 야외가 더 좋음)

소요시간: 종이 접기 5분, 연습 5분, 각자 도전은 1팀당 30초 내외

사용도구: a4 크기의 색종이, 펀칭기, 실

좌석배치: 벽에 붙어 앉아서 가운데 공간을 비우면 좋음


진행방법

전체 인원을 2명씩 짝을 짓게 합니다. 짝을 지을 때는 가급적 낯설거나 평소 교류가 없던 사람과 짝을 하도록 하십시오.


각 조는 색이 다른 색종이 2장과 실을 가지고 자기 자리로 가서 종이비행기를 접어 실로 엮습니다. 필요하면 펀칭기를 사용합니다. 실을 얼마나 묶어야 하는지는 상관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실의 길이가 아니라 2개의 종이비행기가 실로 엮이기만 하면 됩니다.


종이비행기를 접고 묶는 시간을 주고 이제 연습하는 시간을 주세요. 이때 각 조는 아름다운 비행이 어떤 것인지 얘기하도록 하여 아름다운 비행의 컨셉을 정하도록 합니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습니다.


“우리 조는 우아하게 멀리 선형으로 날아가는 것이 아름답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컨셉을 우아한 비행이라고 지었습니다.”


“우리 조는 절망적인 인생을 아름답게 그리려고 합니다. 공중을 향해 날다가 사정없이 곤두박질 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이제 각 조가 무대에 나와서 비행기를 던집니다. 한 명이 던져도 되고 두 명이 던져도 됩니다. 정하기 나름입니다.


모든 조가 돌아가면서 비행기를 다 던져봤으면 가장 아름다운 비행을 했다고 보는 조의 비행을 한번 더 볼 수 있습니다.


마지막은 모두가 같이 가운데를 향해, 또는 카메라를 향해 비행기를 던지도록 합니다. 이때 특정 함성이나 단어를 외치도록 할 수도 있습니다.


활용법

정답이 있던 시대에는 누구나 답을 기준으로 측정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레크레이션 같은 것을 할 때 종이비행기를 접어 날리면 꼭 멀리 날리는 사람을 1등으로 정하거나 빨리 도달하는 것을 우수하다고 보고 상품을 주거나 서로 경쟁하게 했습니다. 그러나 정답이 없는 시대에는 스스로 답의 기준을 정해야 합니다. 김연아 체조를 보고 한국인과 서양인의 해설 차이에 관한 우스개 같은 글이 있습니다.


한국: “저 기술은 가산점을 받게 되어 있어요.”

서양: “나비죠? 그렇군요. 마치 꽃잎에 사뿐히 내려앉은 나비의 날개짓이 느껴지네요

한국: “코너에서 착지 자세가 불안정하면 감점 요인이 됩니다.”

서양: “은반 위를 쓰다듬으면서 코너로 날아오릅니다. 실크가 하늘거리며 잔무늬를 경기장에 흩뿌리네요.”

한국: “경기를 완전히 지배했습니다. 금메달이네요! 금메달! 금메달!”

서양: “울어도 되나요? 정말이지 눈물이 나네요. 저는 오늘 밤을 언제고 기억할 겁니다. 이 경기장에서 유나의 아름다운 몸짓을 바라본 저는 정말 행운아입니다. 감사합니다. 신이시여!”


우리는 언제 한번이라도 아름다움을 생각하고 얘기한 적 있나요? 제품을 광고할 때 항상 아름다운 제품임을 강조하려고 아름다운 사람들을 모델로 쓰지만 정말 직장에서 아름다움을 표현한 적이 있나요?


어쩌면 남이 만든 기준, 회사가 만든 기준, 국가가 만든 기준에 자기를 끼어맞추는지도 모릅니다. ‘아름다운 비행’은 스스로 기준을 만들어보게 합니다. 멀리 던지는 것이 아름다울 수도 있고, 곤두박질치는 것이 아름답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다른 사람이 보면서 키득키득 거리기도 하고 ‘저게 뭐야~’ 야유를 보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름다움은 모두에게 다른 의미를 줍니다.


만약 회사에서 하나의 아름다움을 고집한다면 부디 회장님이나 사장님의 종이비행기를 아름다움의 기준으로 삼지 마십시오. 모든 직원에게 아름다운 비행을 하도록 주문한 뒤 모두가 던져보고 많은 사람이 아름답다고 느낀 것에 포상하십시오. 결코 남들보다 멀리 날아가거나 빨리 날아가거나 높이 날아간 것에 포상하지 마십시오.


주의점

실의 길이를 따로 정하지 않았다면 많은 사람들은 실의 길이를 짧게 해서, 그러니까 종이를 처음부터 겹쳐서 종이비행기를 만들기도 합니다. 어떤 사람은 실로 치장을 하기도 합니다. 만약 특정한 의미를 부여하려면 실의 길이와 비행기를 던지는 사람 수를 지정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실의 길이를 30센티로 하고 두 명이 비행기를 동시에 던지도록 해도 됩니다. 즉 두 사람이 각자 비행기를 던지지만 실로 엮어 있어서 서로가 서로를 방해할 수도, 또는 서로가 서로를 이끌 수도 있습니다. 어떤 경우든 의미를 만들 수 있습니다. 다만, 예상과 달리 가장 비행을 잘 하는 경우는 아주아주 가까이 붙어있는 경우입니다. 즉, 아주 멀리 떨어져 있거나(실의 길이가 몇 미터 되는 경우) 하지 않으면 2개의 종이비행기는 서로에게 짐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도 당초 목표를 그렇게 한다면 상관없습니다. 어정쩡한 관계는 서로에게 짐이 될 수 있으니, 서로 꽉 붙들거나 아니면 서로 충분한 거리를 두거나 하는 식으로 설명해도 됩니다.


공간이 좁고 낮아도 상관없지만 그만큼 상상력이 줄어듭니다. 넓고 천장이 높은 공간이 좋으며 야외도 좋습니다. 다만 야외는 바람의 영향을 많이 받으니 의도대로 비행기가 잘 날지 않을 수 있습니다. 만약 비즈니스 환경에 적응하는 의미를 둔다면 바람 많은 강가나 바닷가에서 비행기를 날리면서 환경에 적응하는 의미를 둘 수도 있습니다.


문의

더 궁금한 것이 있거나 의견이 있으면 김철수에게 문의/제안 바랍니다. 혹시 직접 진행했다면 내용과 사진을 공유해 주십시오.


김철수

http://think.vq42.com

vitaminq42@gmail.com

매거진의 이전글 생각도구#002 – 로또줄서기, 또는 김철수줄서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