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내가 금이빨 팔아서라도 사 준다...
글이 점점 줄고 줄고 또 줄면 목록만 남는다. 목록으로만 가득한 잡지를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이 봐, 이 봐, 이 잡지는 말이야, 목록만 있는 거야. 이름이 목록진이냐. 진은 영어로 써야 돼. zine. 아냐, 대문자. ZINE.”
아내가,
“목록은 INDEX로 써야 하는 거 아냐?”
했지만 나는,
“목록은 한글로 써야 돼, 모양이 좋잖아. 목록. 당신 회사에서 이 걸 잡지로 내는 거 어때?”
하고 물었다.
“이밥차처럼?”
이밥차는 ‘이천원으로 밥상 차리기’ 잡지다. 매달 나오는데 2천 원 즈음에서 한 끼 만드는 법을 레시피로만 적었다.
“맞아, 맞아. 그런 거지. ‘매거진 B’처럼 해보자고.”
그러고 며칠 뒤. 오랜만에 밤에 일찍 자고 새벽에 깨서 내 방에 들어오니 책상에 아내가 만든 목록이 있다. 그 중 하나다.
지금 Yes24 장바구니엔,
런던, 티룸
런던 x 파리에서 아이들과 한 달 살기
망각의 기술
나는 뻔뻔하게 살기로 했다.
우아함의 기술
콜럼바인
현대미술, 보이지 않는 것을 보여주다.
:
외(外) 72권이 들어있음
나는 북호더(Book Hoarder)임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