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혁신

클레르 옵스퀴르: 33 원정대 리뷰

by Wunder
게임명: 클레르 옵스퀴르: 33 원정대
제작사: 샌드폴 인터랙티브
출시일: 2025.04.24

‘지워짐’을 마주하는 인간들의 여정

'클레르 옵스퀴르: 33 원정대'은 ‘고마주’라 불리는 현상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매년 ‘페인트리스’가 숫자를 줄여나가면, 그 나이의 모든 인간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이야기는 바로 그 33번째를 앞둔 시점에서 시작하며, 주인공 일행은 인류의 운명을 바꾸기 위해 원정에 나선다. 이 설정은 단순히 비극적 상황을 설명하는 장치에 그치지 않고, “죽음을 앞두고 인간은 무엇을 기억하고, 무엇을 남기는가”라는 질문을 정면으로 던진다. 동료 캐릭터들은 각기 다른 배경과 트라우마를 지니고 있으며, 짧게 남은 시간을 어떻게 쓰느냐에 대한 선택과 대화가 플레이어의 몰입을 강화한다. 단순한 JRPG적 ‘세계 구하기’가 아니라, 개개인의 감정과 기억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직조되기 때문에 한층 인간적인 서사가 완성된다.


빛과 그림자가 그린 회화적 세계

게임의 가장 두드러진 강점은 독특한 미학이다. 게임의 비주얼은 파리의 벨 에포크 양식을 차용하면서도, 몽환적인 회화적 질감을 더한다. 건물과 거리, 배경은 현실적인 디테일과 초현실적인 왜곡이 동시에 공존해,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시각적으로 표현한다. 전투 연출에서는 빛과 어둠의 극적 대비, 붓 터치처럼 번지는 파티클 이펙트가 긴장감을 극대화한다. 음향 또한 웅장한 오케스트라와 전자 음악이 교차하며, 서사의 희망과 절망을 동시에 묘사한다. 이처럼 시각과 청각의 조화는 단순한 그래픽 기술을 넘어, 세계관의 정서를 관객이 ‘느끼게 하는 장치’로 기능한다.


턴제와 실시간의 경계 허물기

클레르 옵스퀴르: 33 원정대의 전투 시스템은 가히 놀랍다. 전형적인 턴제 RPG와 달리, 실시간 요소를 강하게 접목했다. 플레이어는 적의 공격을 피하거나 막을 때, 정확한 타이밍 입력(저스트 회피,패링)에 성공해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이는 단순히 수치 싸움이 아닌, 몰입감 있는 전술적 리듬을 만들어낸다. 이는 소울라이크의 장점과 턴제의 장점을 잘 살린듯 보이며 이를 통해 전투를 어렵지 않게 플레이할 수 있다. 그러나 전투를 수행할 때 플레이어가 느끼는 성취감과 쾌감을 극대화하는 방식을 보여준다. 또한 캐릭터마다 고유한 스킬셋과 빌드 구성이 존재하며, 특정 조합은 강력한 시너지를 발휘한다. 턴제 전투라는 한계와 호불호가 명확한 전투 시스템의 미래를 제시하는 듯한 게임이다. 기존의 JRPG 게임들이 고민해보아야할 부분을 어느 프랑스의 작은 개발사에서 가장 간단하면서도 당연한 방식으로 혁신을 만들어냈다.


작은 팀의 야망과 균열

이 게임은 불과 30명 남짓한 소규모 스튜디오 '샌드폴 인터랙티브'에서 제작했다는 점에서, 그 완성도 자체가 놀라움이다. 방대한 세계, 정교한 그래픽, 깊이 있는 전투 시스템은 AAA 타이틀에 비견될 만한 수준을 넘어서 압도한다. 이는 소규모 팀이 가진 예술적 야망과 기술적 도전이 결실을 맺은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그러나 모든 부분이 매끄럽지는 않다. 일부 보조 퀘스트는 반복적이라 서사의 긴장감을 떨어뜨린다. 또한 편의성 기능이 부족하여 장기 플레이에 불편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 즉, 혁신과 감동이 공존하지만, 작은 제작 규모에서 비롯된 한계 역시 숨기지 않는다. 그러나 압도적 게임성과 연출이 그런 것 따위 미약하게 보이게 한다.


죽음과 예술, 그리고 기억으로 남는 게임

클레르 옵스퀴르: 33 원정대은 단순한 RPG를 넘어, 삶과 죽음, 기억과 예술을 교차시킨 하나의 체험이다. 서사는 플레이어를 철학적 질문으로 끌어들이며, 연출은 회화적 미학으로 감각을 사로잡는다. 전투는 과거의 JRPG 문법을 계승하면서도 실시간성을 도입해 장르적 혁신을 보여준다. 이 작품은 단숨에 수백만 장의 판매와 비평적 성공을 거두며 2025년 가장 주목받는 신작 중 하나가 되었다. 가장 유력한 GOTY 후보이기도 하다. 플레이어는 원정을 통해 단순히 ‘세계를 구하는 영웅’이 아니라, 죽음의 필연성 속에서 의미를 찾는 인간으로서 게임을 경험하게 된다. 이는 게임이 단순한 오락을 넘어, 삶의 본질을 비추는 예술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한 사례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