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시대가 있다고 할지라도
이번 주 내내 기분이 가라앉는다. 저번 주만 하더라도 괜찮았던 난데, 무엇이 문제일까.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한 시대의 종말'을 감지했기 때문이다.
고등학교를 막 졸업한 그 순간부터 하나 둘 대학교를 졸업한 지금까지, 우리들은 늘 철없이 몰려다녔다. 비가 오든 눈이 오든 심지어 내일 1교시 수업이 있든 마음만 맞으면 서울에서 천안에서 약속을 잡아 놀았다. 이제 그런 시간이 모두 끝나버렸다.
무작정 새우던 밤들도, 방학을 맞아 훌쩍 떠나던 해외여행도 이젠 우리의 추억 속에 묻어두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그 시간에 아직은 같이 있다고 생각했던 친구가 어엿한 사회인이 되었다. 빠르게 흐르는 시간을 느끼며 허무감이 밀려오기도 했다. 그 시간은 다 어디로 가는가?
마블 MCU의 어벤저스 시대가 막을 내리고, 90년대 번영의 상징이던 홍콩의 시대가 기억 속으로 사라지고, 팬데믹 이전의 시대는 영영 돌아올 수 없다. 어느 시대가 끝난다는 건, 전엔 좀처럼 겪어보지 못했던 시대가 도래한다는 사실을 내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은 계속 흐른다. <샹치>, <이터널스>를 필두로 마블 영화의 새 시대가 열리고, 90년대 번영의 상징이던 홍콩은 민주화를 외치며 더 새로운 미래를 맞기 위해 노력 중이고, 팬데믹 시대는 '뉴 노멀 시대'라는 과제를 던져주었다.
'철없이 몰려다니던 20대 초반'의 종말은 아쉽고 평생 그리워할 시대이다. 그러나 이게 현실임을 인지하고 내가 겪어보지 못한 새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 수많은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써 내려가고, 숱한 탈락의 고비를 마시고야 말겠지. 이 시대가 나를 또 다른 시대로 데려간다는 사실이 나를 위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