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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연이랑 Jul 12. 2021

우리집 생태계

 

14살인 막내가 생후 8개월 즈음 우리는 이곳으로 이사 왔다.

말이 좋아 전원주택이지 도시근교는 분명하지만 주변에는 논밭이 펼쳐져있고, 옆집에는 자칭 원주민이라는 분이 무서운 얼굴을 하며 우리 가족이 항상 조용하게 지내길 바라셨다. 우리 집이 생기기 전 그대로 생활하시기를 바라셨기에 그분은 우리에게 굴러들어 온 돌이라는 명칭을 부여하셨다. 굴러들어 온 돌임을 인정하며 돌 지난 아기의 빽빽 거리는 울음소리와 첫째와 둘째의 쌈박질 소리, 낯선 사람 오지 마세요 하며 크게 짖어대는 개들 의 소리를 내면서도 우리는 굿굿하게 집을 지켰다. 그동안 몇 번의 마찰로 그 이웃은 우리도 무서운 얼굴이 될 수 있음을 알게 되었고, 우리도 소음측정이 물소리보다 작은 수준이 되도록  노력하였다. 주변 부대의 아침 기상소리와 체조 소리에는 화도 내지 않지만 유독 우리의 작은 소리에는 왜 그렇게 민감하신지 잘 이해가 안 가지만, 내가 부대의 요란한 소리를 겪어보니 우리가 이사 오기 전부터 그 소리를 감내하신 인내는 대단하신 것 같다. 아마 그 참아야 하는 것들이 우리를 만나서 폭발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요즘도 우리가 옥상에서 대화를 하거나 웃어도 귀가 커진 동화책 속 할머니처럼 영락없이 꽹과리를 두드리며 시끄럽다고 소리를 지르시는 일은 여전하지만  처음처럼 두렵지는 않다. 이제는 우리도 우리 동네의 원주민이 되어가고 있었고, 나를 공격할 때 가만히 있으면 당한다는 무시무시한 진실을 체험하였기에 강한 가족이 되어가고 있었다. 바리바리 싸들고 죄송하다고 인사드리러 가면 나의 등짝은 그분들의 스매싱에 우스워졌다. 하지만, 바로 경찰에 알리거나 녹음을 하면 그분들은 며칠 함부로 하지 않으셨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생태계 같았다.      




아이는 이곳에서 다양한 생태계를 보며 커나갔다.

잔인하지만, 닭장의 병아리를 잡아먹은 길고양이들이 동네의 적이 되어 결국 참수를 당한 이야기를 듣기도 하고, 고양이들 사이에서도 힘이 센 고양이가 약한 고양이들을 괴롭히는 것을 보기도 했다.


아이는 길고양이들이 쉬고 먹을 수 있게 아빠와 고양이 화원을 만들었다.

그 작은 공간에는 쉬러 오는 고양이들이 꽤 되었다. 잘 돌봐주니 친구 고양이를 데리고 오고 새끼도 낳고 하다 보니 우리 집을 본거지로 삼는 동네 고양이들이 제법 늘어났다. 하지만, 힘이 센 고양이가 나타나면 고양이 화원은 순간 아수라장이 된다. 며칠 고양이들이 보이지 않거나 여기저기 주검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목숨을 부지한 고양이가 집으로 들어오기도 했다.

그 이후 아이들은 옆동네 힘센 고양이인 일진이가 우리 집에 들어오는 것을 새총을 쏘며 막기도 하고 우리 집에 오는 길 고양이중에 대장을 선발하기도 하였다. 그 대장 중에 굴냥이라는 아이와 푸순이가 있다. 둘은 우리 집이 지어지기 전에 터를 보러 왔을 때 잠깐 만난 기억이 있다. 말하자면 굴냥이와 푸순이가 원래 이 땅의 원주민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우리도 신경 써서 대우해 드렸다. 굴냥이는 사람을 경계하고 숨기를 좋아하고 강한 포스가 있었지만 약한 고양이들을 괴롭히지는 않았다. 푸순이는 가볍고 사람도 좋아하고 먹는욕심도 많지만 나쁜 고양이를 응징하는 은근히 멋진 매력이 있었다. 푸순이는 싸움에서 다치고 힘이 빠진 상태로 우리를 찾았다가 죽었다.

옆동네 일진이는 예쁜 엄마 고양이 미묘네 가족도 다치게 했다. 5마리 아기 고양이중에 세 마리가 일진이가 차지하려는 고양이 화원에 있다가 다치고 죽게 되었다. 그 이후 우리는 다시는 일진이가 우리집에 오지못하도록 강하게 인간의 힘을 발휘하였다. 막내는 고양이들의 생태계를 지켜보고 눈물 흘리고 아파했다.

미묘의 아이 고양이 중에 제일 예뻐했던 수제자가 죽었다는 사실은 아직도 아이에게 전해주지 못했다.


어떤 고양이들은 자기 새끼 중에 약한 아이들을 우리 집에 버리기도 한다.  병원에 가서 살려보고자 했지만 살리지 못했다. 약하다는 것은 자기를 지키지 못한다는 것임을 아이는 울면서 배워갔다.      



새가 온실에 들어와서 나가지 못하고 우왕좌왕이다. 환기를 하려고 켜놓은 환풍기에 다칠까 환풍기를 꺼두었다. 그사이 고양이 삼색이가 와서 새를 물어버렸다. 그리고 낚아채서 달아난다. 순식간에 벌어진 모습에 제법 나이 먹은 둘째도 말을 못 잇는다.

"엄마 내가 지금 리얼 생태계를 보고 있네."

하며 황당한 표정만 짓는다.    

  

벌들이 우리 집 사다리에 집을 짓고 그 근처를 지나가는 막내를 위협하며 2군데나 침 공격을 하였다. 그 벌집은 아빠의 불타는 토치에 사라졌다. 아빠는 자식의 원수를 순식간에 힘으로 갚아줬다.      


잔인함을 떠나 생태계를 지키면서 나의 안전도 지키려는 묘한 타협으로 아이는 오늘도 식물과 동물들이 함께 공생하는 우리 집에서 세상을 배워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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