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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연이랑 Jul 10. 2021

오케스트라처럼

교사의 전문성

선생님 이번 단원 너무 재미있어요. 

뭐가 재미있는데~

세계 여행하는 것 같아요. 

아이는 친구들과 협력하여 만든 '세계의 집' 게시판 앞에서 활짝 웃으며 말한다.  

   

난 안다. 저 게시판에 붙여진 그림집들을 그리기 위해 조별 싸움이 있었고, 같은 조끼리도 서로 마찰이 있었다는 것을 .그리고,  좁은 교실에서 책상을 뒤로 밀어놓고 교사가 틀어주는 모니터 영상만을 보면서 아프리카 춤을 힘들게 배웠다는 것도 안다. 처음에는 서로 뒤로 빼며 창피해했지만  교사의 강압에 재미나고 기괴한 소리를 지르며  아이들은 아프리카 춤을 추었다. 

그리고, 고무찰흙으로 세계의  음식을 만들어 공유 주방을 만들었던 아이들에게 갑자기 ADHD 친구가 자신의  고무찰흙을 공유 주방에 넣어 주지 않는다고 화를 내고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소리를 지르던 일도 있었다. 

  

 한 단원의 교육과정을 마치면서 교사는 예측하지 못한 반응과 상황을 만나야 하고, 그 안에서 자신의 전문적 영역은 멈춰있게 되는 경우가 많다. 현실 속에서 다소 비현실인 교육과정을 소화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아이의 재미있었다는 말이 너무 고맙고 소중했다. 

 


최근 기간제 교사로 나가면서 30년 전 교사 첫해 목숨처럼 끼고 다니던 교사용 지도서는 필요하지 않았다. 교육과정과 연계된 영상물들이 개발되었고, 이 교사용 영상자료에는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관련 자료들이 많아 자주 수업에 활용되었다. 이 영상물들은 마법의 가루이다. 이 가루만 교실에 뿌리면 집중도가 높아지고 교사가 약간의 창의력을 가지고 응용하면 그야말로 최고의 수업으로 변신한다. 최고는 아니어도 수업이 지루해지거나 교사가 몸이 아플 때 가끔 사용하면 수업 효율이 높아진다. 

그런 효과 때문에 과잉사용이 문제가 되어 클릭 교사가 나오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교사는 클릭 교사의 길을 선택하지는 않는다. 명색이 교육자이며 전문가인데 자존감이 없어지는 행위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가끔 교사의 자존심을 걸고 마음먹고 수업 자료를 만들면 그것보다 더 효율적인 자료들이 이미 교사 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경우가 많다. 그 자료를 다운로드하여 쓰면서 이것을 올린 열정적이고 창의적인 교사들에게  감사하다.  이렇게 자신의 아이디어보다 더 활용하기 편한 자료들을 만나면 수업 연구에 머리를 쓰고 노력하기보다 이미 있는 자료를 쓰는편이 더 낫다고 생각하게 된다. 교사의 두뇌가 점점 둔해지는 느낌이 들 때가 바로 이 순간이다. 남의 자료, 남의 생각을 강의식으로 듣거나 수시로 활용하다보면 자신이 자료를 개발하고 공개하기 위해 노력을 안하게 된다. 자료를 만드는 동안에 성장하는 교사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없게 된다. 자신이 만든 것보다 나은 자료들을 보면서 솔직히 자신감도 떨어지니 남의 연구결과물을 활용하는 아이디어만 충만하게 된다.


아이들을 챙기면서 행정업무도 병행해야 하는 교사는 일단 교육연구를 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  그래서 교사는 음식의 기가 막힌 레시피처럼 준비된 수업자료를 다운로드하여 편하고 즐거운 수업을 마치기를 원하게 된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교사의 창의성과 교육을 다양한 영역과 융합하려는  전문성은 줄어든다. 누구나 할 수 있는 교직이 되고 교사는 단지 학급의 보모의 역할에 머물게 될 수 있다. 너무나 친절한 교육과정에 대한 가이드와 영상들이 누구나 교사가 될 수 있는 상황으로 만들어주고 있다.

교사의 수업에 대한 역량이 자꾸 떨어지고, 어디서나 배우는 것을 아이들은 교실에 와서 배운다.




가끔 교사는 자신의 전문적인 역량을 아이들과 함께 활동하고 토론하고 즐겁게 수업하는 것에 모으려고 하지만 다양한 아이들의 욕구, 각 가정과 함께 이루어져야 하는 인성문제, 입시문제 등의 현실적인 상황들이 이러한 역량을 발휘하기 어렵게 한다.


 어찌어찌 최선을 다한 활동수업을 마치면 후유증이 남는다. 활동에 참여 못한 아이들, 더 당당해진 이기적인 아이들, 놀이와 활동으로 푼 수업이기에 지식 전달이 안되어 낙오되는 아이들,  풀지 못한 스트레스를 더 과한 활동력으로 풀면서 산만해진 교실 분위기까지 교사의 전문성이 방어하지 못하는 상황이 도출된다.

더 기가 막힌 것은 활동수업에 대한 비난까지 받게 된다는 것이다. 

활동수업으로 옮겨 자신의 역량을 펼치던 교사는 다시 교과서를 펼치며 아이들의 집중을 강요하며 아이들에게 지식을 주입하는 교사로  돌아가고 싶어한다.  자신의 전문적인 역량을 펼치지 못한 채 양다리를 걸치게 된 교사는 이제 모든 힘이 빠진다. 고생을 사서 할 필요가 없다는 자세로 일찍이 자신의 숨은 역량을 감추는 교사들이 학교에는 가득하게 된다. 온 오프라인으로 여러 교사 연수가 생기고 몇몇 교사들은 책을 만들어 자신의 전문성에 대한 방어막을 계속 치면서 힘을 다하지만 변하지 않는 현실에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노력을 포기할 때가 있다. 우리의 현실이다. 


현실에 맞는 변화된 교육과정과 그것을 시행하는 교사에 대한 지원, 그런 교육을 바라보는 사회의 응원이 함께 필요한 시점인 것 같다. 모두가 오케스트라처럼 함께 움직여야 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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