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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국 Nov 12. 2024

성향의 문제인가 정신의 문제인가_24.11.12

삶을 살아볼 만하다고 생각하기까지.

나의 나약함은 내가 가장 잘 안다. 그런데 매일 그것을 마주하는 게 두렵다. 관계 맺는 것에 두려움이 큰 나는 매일 각오를 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성향인지 성격인지 트라우마인지 원인을 알 수 없지만, 조금은 나에 대해 안다.


아이들 문제로 심한 좌절을 겪고 있다. 대안학교를 보내고 있는데 방향을 잃어버린 것 같다. 어떤 방향으로 아이를 키워야 할지 모르겠고, 차라리 이럴 거면 공교육 갈 것을. 이게 뭐지 싶은 나날을 보내고 있다. 공교육보다 수준이 한참 떨어져 보이는 학교와 내 아이들과 내가 맡은 아이들... 뭘 어떻게 방향을 정하고 나아가야 할지 사실 난 잘 모르겠다. 이런 교육문제로 남편과 대판 싸우고 남편도 나의 화법에 질린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서로 그만두었다.


그런데 어머님과 마늘을 까면서 대화를 했다. 어머님은 그냥 대화 나눌 상대가 늘 필요하다. 외로운 거다. 그런데 어머님의 말이 신기하다. 이분이 내가 알던 그분이 맞나 싶도록 마음과 생각이 많이 바뀐듯하다. 우리가 교회 다닐 적에는 그렇게 교회 욕을 하고, 우리에게 정신 차리라 하시더니... 심지어 기독대안학교를 보내는 우리에게 정신 차리라 하시더니.. 어머님이 말끝마다 <다 하나님의 은혜란다> 처음에는 뭐지? 싶었다. 그런데 가만히 듣고 보니 어머님은 마음 깊이 본인이 겪은 모든 상황과 환경과 마주하는 것들에 감사하고 있었다. 성품 좋은 목사님 밑에서 말씀을 배우시며 <교회가 좋다><정말 신기한 게 하나님이 이렇게 하셨다><감사하다> 이런 말들을 늘어놓으시는 게 감사하면서도 너무 신기했다.


<어머님 혹시 느끼세요? 어머님 많이 바뀌신 거?>

<내가 뭘?>

<아니, 정말 많이 달라지셨어요>

<그렇지.. 내가 너네 많이 반대했지. 그런데 이것도 하나님이 이렇게 한 거 아니냐? 너네가 기도 많이 해줬나 보다>

<오빠가 가족을 많이 생각하기는 하죠>


삶이 살아봄직 한 것은 이런 순간들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런데 나는 어머님의 순수한 모습이 보기 좋으나, 한편으로는 마음이 무거웠다. 신앙연수가 차오를수록, 삶을 대면할수록, 나는 사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잘 모르겠기 때문이다. 혼란과 방황의 연속을 매일 보내는데, 감히 누구에게도 이 속을 털어놓을 수가 없다.


내가 하는 모든 행위가 나 스스로에게도 부끄러워서 그냥 꾹 참고 하루를 사는데, 이 삶을 감사하지도 못한다. 슬프고 나약한 어느 신앙인의 고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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