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교감선생님의 행태_25.3.7

대안학교 내부의 실상을 보고도 학교를 보낼 수 있냐는 신입선생님의 질문.

by 소국

기록은 정말 중요하다. 아무것도 되지 않아도 나는 쓰련다.


오늘 있었던 일이다.


전 교감선생님은 생각보다 행정처리에 미숙하다. 행정처리뿐 아니라 관계적인 부분도 미숙하다. 이 분을 평가하자는 것이 아니다. 단지 아랫사람이 너무 일하기 힘들다. 이미 나는 넘긴 일에 대해 되물으신다. 윗분이라서 맞춰드린다고 다시 한번 얘기하지만, 한편 진이 빠진다. 이게 뭐 하는 건지. 이미 끝난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결산한다는 빌미로 묻고 또 묻고...


월급 체킹은 따로 하지 않는 나도 문제겠지만, 이분이 과거 월급도 잘못 넣으셨단다. 골치 아팠다.


내심 삭감될 때는 조금이라도 더 받고 싶었다. 그런데 간사한 내 마음이 싹 변했다. 교감선생님께서 잘못하신 내용이 나오자, 선심 쓰듯 괜찮다듯 그냥 안 받겠다고 한 것이다. 그런데 내 딴에는 이렇게 한 이유가 이미 지나간 월급이고, 끝난 일이라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더 큰 이유는 내가 돌봄 교실을 잘 운영하지 못해서 이미 적자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정말 큰 이유였다.


대안학교의 특성상 재정적 지원을 전혀 국가로부터 받지 못하니, 재정의 부담을 학부모가 지게 된다. 특기적성이며 돌봄 교실이며 기타 방과 후수업에 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학부모 부담이 더 커질 수도 없는 노릇이라, 최저임금 비슷하게 인건비로 줄 수 있는 강사를 모시고 모든 수강비가 인건비로 나간다.


황당한 건 나 스스로 나의 운영의 차질을 잘 알기에 월급을 포기한 꼴이었는데... 교장선생님과 얘기하고 나오신 교감선생님께서 나를 불러하신다는 말씀이.. 교장선생님께 나의 뜻을 전했다고 하시면서, 교감선생님께서 교장선생님께서 지나가는 말씀으로 하셨다면서 기부금 얘기를 하셨단다. 그게 모양새가 더 나을 것 같다면서.


모양새라...


이미 잘못되었구나. 싶었다. 아. 처음부터 그냥 이런저런 말할게 아니었나 싶었다. 조금 황당했다. 하. 참. 이렇게 억울하고 치사할 수가. 기껏 열심히 일해도 맥 빠지는 건 한순간이었다.(차라리 처음부터 없었던 돈으로 모르고 있는게 나았다)


나의 태도도 처음부터 아니었나 보다. 그분들이 보시기에는. 그러니 그렇게 쉽게 얘기하지. 약 100만 원 돈에 마음이 흔들린 건 사실이었다. 그런데 그걸 월급으로 주시겠다 해서 내가 거절한 것 아니냐. 가질수도 있는 돈을 내가 포기한 건데..(내 권리로... 내가 이미 운영을 해보니 적자 나겠다 싶어서.. 알아서 양심껏 거절했다. 윗분의 잘못을 지적도 하지 않고.) 그런데 이게 뭔 상황인가.


기부금. 황당했다. 이런 식의 기부금은 학교 측이 받아도 기분이 별로이실 것 같은데. 모양새 좋게 내가 기부금을 내는 게 맞는 건가? 모양새라는 게... 흉내를 좀 많이 내봐서 아는데... 들통난다. 별 볼 일 없다는 게.


그렇게 4년제 나왔고, 그렇게 결혼도 해봤고, 그렇게 신앙도 가져봤고,, 사실 나는 지금 현타가 정말 세게 와서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 늘 질문한다. 이런 나에게 이런 일들이 생긴 것이다.


모양새.... 가 중요하지 않는데 말이다. 그런데 반면에 내가 교장선생님이라면, 빚이 많은, 재정적 지원이 없는 학교의 책임자라면 어떻게 했을까? 게다가 학부모 겸 교직원이 자기가 운영을 잘못해서 적자가 난 것 같다고 월급을 안 받겠다고 한다면...? 교장으로써도 난감하겠다. 교감선생님이 그것도 뒤늦게 정산해서 가져온 실수와 더불어 마음이 무겁겠지. 돈 계산은 정확해야 하니까.


나에게 고마운 게 아니라 결국 무거운 마음을 가볍게 하려는 하나의 방법일 뿐이다. 나도 고마워하라는 건 아니지만 내 마음을 알아주시길 바랐건만 가닿지 못했다. 월급삭감으로 운영을 제대로 못한 걸 책임지겠다고 은연중에 말한 건데.. <그건 아니다>라고 다시 부메랑처럼 나에게 돌아온 것 같았다. 오히려 기부금을 말할 때, <줄 건 주고 받을 건 받겠다>처럼 들렸고, <퉁치지 말고 운영 똑바로 해라>처럼 들렸다.


하.. 지나친 해석일 수 있겠지만, 나는 정이 떨어진다. 날이면 날마다.


대안교육의 실상은 재정싸움이 피터진다. 쥐어짜 쓰는 이 재정. 학교 내에서도 학교 외에서도 끊임없다. 그러니 다들 돈에 민감하고, 운영상 1원 하나라도 틀리지 않으려 애쓴다. 문제는 쥐꼬리만 하다는 게 문제다.


왜 이렇게 치사하고 억울할까ㅡ 없는 돈이었을 땐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받을 수 있는 돈을 아주 내가 선심 쓰듯 그냥 안 받겠다 했는데... 모양새가 빠진다고 기부금 얘길 하셨다니... 하... 참...


갑자기 하기 싫어진다. 없는 돈. 참. 사람 마음은 이렇게나 간사하다. 신기할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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