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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 Kim Nov 01. 2020

초콜릿 한 움큼의 행복

누군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당신을 생각하고 있음을

동네에 자주 가는 빵집이 있는데, 규모가 1평도 안 될 만큼 작다. 가장 끝에 있는 진열대에서 계산대까지는 2걸음이면 간다. 빵을 고르고 계산대로 가려고 몸을 돌렸는데, 어디선가 즐거운 목소리가 들렸다.


"혹시 초콜릿 좋아해요?"


목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주방으로 이어지는 통로가 보였다. 통로는 문 대신 이동식 철제 카트가 세워져 있었다. 그 뒤로 하얀색 조리복을 입은 남자가 나를 바라보며 웃고 있었다.


"네!"


초콜릿을 좋아하냐니.... 내겐 사랑하냐고 물어봐야 한다. 대답을 하는 내 목소리는 이미 설렜다.


철제 카트 뒤에 있던 남자가 잠깐 기다리라더니,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제야 주방의 존재를 깨달았다. 밖에서 볼 때는 진열대만 보였다. 주방이 있어야 빵을 만들고 구울 수 있는 건데. 가끔은 눈에 보이는 것만 믿어서, 중요한 걸 잊곤한다. 


"이거 손에 끼고, 잡고 싶을 만큼 잡아봐요."


남자가 내게 비닐 장갑을 주더니, 초콜릿이 가득 든 철제 통을 내밀었다. 뺑오 쇼콜라에 박히는 초콜릿이었다. 나는 신나서 한 주먹 가득 초콜릿을 움켜쥐었다.


"사장님이 뺑 오 쇼콜라를 개발하는 중이거든요."

"아 정말요?"


그럼 내가 움켜 쥔 초콜릿으로 뺑 오 쇼콜라를 만들어주려는 건가? 너무 설레는데.....


사장이라는 남자(아마도 주방장도 하는 거겠지)는 내게 손짓을 하며 무어라 말했지만 우리 사이는 철제 카트가 가로막고 있었다. 이제 막 빵이 나오려는지, 기계들이 시끄럽게 울려서 목소리도 잘 들리지 않았다.


내가 초콜릿을 쥐고 멀뚱히 서있자, 남자가 약간 고갯짓을 하더니 철제 통을 들고 다시 사라졌다. 난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가만히 있었다. 혹시 내가 저 안으로 들어가서 빵을 만드는 건가? 제빵은 한 번도 해본 적 없지만, 너무 두근거렸다.


"여기다가 담아요."


남자다 비닐봉투를 내밀었고, 나는 주먹을 폈다. 비닐 안으로 작은 초콜릿들이 후드득 떨어졌다. 남자는 비닐 입구를 묶더니 집에 돌아가면서 먹으라고 내게 주었다. 나는 딱 내 주먹만큼 담긴 초콜릿을 빵이 담긴 봉지에 넣었다.


가게를 나서는 내게 그 남자가 “행복하세요."라고 말했다. 그는 내게 말을 건 순간부터 웃고 있었다. 나는 그가 정말 행복하다고 생각했다.  


초콜릿에 담긴 것은 누군가에 대한 애정이자 관심이었다. 좋아하는 것을 물어보는 것은 용기고, 그것을 실제로 선물하는 것은 더 큰 용기다. 그 결과물이 사소할지 몰라도 그 마음은 절대 사소하지 않다. 주방에 초콜릿이 포대기로 쌓여있대도, 누군가는 밖에서 왔다 갔다 하는 어떤 이에게 관심도 없을지 모르니까.


초콜릿이 든 빵봉투를 품에 안고 나도 내가 가진 것을 좀 더 나눠주는 사람이 돼야겠다도 생각했다. 혹시 내가 가진 것을 좋아하는지도 물어보고, 기회를 만들어 사소하게 챙겨줄 것이다. 지금보다 더 자주, 내가 그들을 생각하고 있음을 보여주겠다고. 내것을 덜어내면 빈 공간이 생기겠지만, 그보다 더 큰 행복이 내 삶을 채워줄 테니까.


나도 누군가에게 - 한 줌 초콜릿 같은, 딱 그 정도의 행복을 선물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돌아오는 시간은, 누군가의 바람처럼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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