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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 Kim Dec 28. 2022

나는 반항아로 태어났다: <로알드 달의 뮤지컬 마틸다>

반항아로 태어난 아이는 혁명가로 자란다.

크리스마스날, 우연히 짧은 영상 하나를 봤다. 어떤 영화 속 장면과 연습 장면을 합쳐놓은 영상이었는데, 보는 순간 반해버렸다. 이게 뭐지? 당장 봐야 해. 그날 넥플릭스에 공개된 영화를 봤다. 바로, <로알드 달의 뮤지컬 마틸다>. 두 시간가량 영화를 본 뒤, 나는 벅차오르는 마음으로 올해가 끝나지 않았음을 감사하며 이 영화를 <2022 올해의 영화>로 선정했다. 


다음은 내가 이 영화를 사랑하게 된 지점들 몇 가지다.



1. 잘 짜인 구조: 클라이막스까지 가는 힘


<로알드 달의 뮤지컬 마틸다>는 이야기 구조가 잘 짜여있고, 노래도 좋을뿐더러 클라이막스가 힘이 있다. 천천히 이야기를 쌓다가 클라이막스에서 터트린다. 처음에 푼 설정을 뒤에서 거둔다는 뜻인데, 이게 정말 중요하다. 그때그때 이야기를 터트리고 진행하는 콘텐츠들이 많아진 요즘, 나는 이렇게 구조적으로 잘 짜인 영화, 차근차근 빌드업을 쌓아가는 영화, 어디서 숨죽이고 어디서 터트릴지 아는 영화를 보면 마음이 벅차오른다. '와, 재미있다'하고 생각한 콘텐츠 중에서 '와, 잘 만들었다'라고 생각되는 콘텐츠는 생각보다 몇 없기 때문이다(반대도 물론.). 재미와 완성도가 모두 일치하지는 않는 이유기도 하다.  


무엇을 넣고 무엇을 빼서 어떻게 전개할지 선택하는 것이 창작자의 역할이라 생각한다. 관객을 어느 순간-클라이막스-까지, 함께 가지 않고는 못 견디게 만들면서 계속 끌고 가는 것. 그게 바로 창작자의 역량이다. 관객-나의 고객-이랑 끝까지 밀당해야 한다. 결국 뭘 넣고, 뭘 뺄지, 이 편집과 재구성이 창작자만의 색깔이 될 수 있다. 아마 소설 원작이 구조적으로 잘 쓰였으리라 예상한다. 



2. 클라이막스에서 다 터트리기


내가 생각할 때, 이 영화의 클라이막스는 "Revolting Chiledren"이다. 


https://youtu.be/EzPZ9VCCRmU



뮤지컬 영화는 그 특성상 원작 뮤지컬을 뛰어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직접 가서 보는 짜릿함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영화는, 뮤지컬을 영화로 만들때 빈약해질 수 있는 지점들을 영화 연출의 장점을 발휘하여 극대화시킨 것 같다. 연출이나 노래, 군무로 빈틈없이 꽉꽉 메워놓았다. 아역 배우들이 얼마나 연습했을지, 그리고 아역 배우들이 얼마나 대단한지 이 영화를 보면서 느낄 수 있다.


솔직히 이 노래 하나로도, 나는 이 영화를 오래도록 기억할 수 있다. 그게 뮤지컬 영화의 장점이라고도 생각한다. 노래 하나로도 영화를 기억하는 것. 다른 단점들이 잊혀질 수 있는것. 무엇보다 클라이막스에서 터트리는 리볼팅 칠드런에서,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이 전부 들어있다. 지금까지의 클라이막스는 이 하나의 메시지를 터트리기 위해 왔음을 알 수 있다. 


바로, 반항에 대하여. 

 



3. 하나의 메시지: 나는 반항아로 태어났다. 


Revoltiong Children이라니! 반항하는 아이들이라니! 반항하는 시대의 반항하는 아이들이라니! 정말 너무 멋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아이들이 반항하는 건 당연하다. 조카들 보면, 가끔 반항하려고 태어난 거 같기도 하다. 함께 있으면 정신이 혼미해지고, 절대로 통제불가다. 그런 아이들을 억압하고 자유를 앗아가려고 한다면, 아이들이 가만있겠냐고. 


혁명을 일으킨다!


이 이야기는 선과 악이 매우 뚜렷한 구조인데(아마도 소설도), 이 점이 아마 호불호가 갈릴지 모르겠다. 너무 유치하다, 혹은 너무 권선징악적이다 같은. 그런데 나는 이런 이야기가 좋다. 나쁜짓 했으면 벌 받아야지? 그리고 영어덜트 무비인데 환상은 좀 남겨 줘야지. 현실이 안 그렇다는건, 이미 어른들이 너무 잘 알고 있으니까. 이런데서 환상 좀 지키자. 어린이의 환상은 지켜주자, 우리. 나중에 그 무엇에도 반항하지 못하는 어른이 되더라도, 한 때 반항할 힘이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은 다르니까. 

 

선악 구조가 뚜렷한 덕분에 작가가 어떤 메시지를 던지고 싶었는지 아주 잘 와닿는다. 


'너의 자유를 누르는 모든 것에 반항하라.'


처음에는 아이들은 교장 선생님에게 꼼짝도 못한다. 하지만 '안 돼요!'라고 말하는 마틸다가 등장하면서 상황은 바뀐다. '맞아. 우리를 이렇게 대하면 안 되는 거잖아?'하고 깨닫는 순간이 온다. 마틸다는 반항하고, 그 반항은 아이들에게 용기를 준다. 


혁명의 용기를. 자유를 억압하는 모든 것에 반항하겠다는 용기를.  다시는 자유를 잃지 않겠다고, 다시는 무시하는 사람으로 살지 않겠다고 말한다. 


이 영화는 어린이용 레미제라블이다. 혁명이다. 유투브 알고리즘에 레미제라블의 <Do you hear the peaple song>이 뜰 정도다. 나도 자연스럽게 이 노래를 떠올리긴했지만. 


https://youtu.be/1q82twrdr0U


영화를 보고 있던 나도 깨닫는다. 


"맞아, 나는 반항아로 태어났어."


사회적 통념과 관념, 인간의 자유와 존엄성을 억압하는 그 모든 것에 반항한다. 


물론 때론 잊는다. 그러다 어느 순간, 궁지에 몰리면 각성한다. 맞아! 난 반항아로 태어났어! 그리고 후회와 눈물과 참회의 과정을 거치고, 다시 반항아가 된다. 굽히지 않다도빈 꺾이는 순간도 있는 거지만, 다시 또 일어날 힘이 있음을 알고 있다. 일어나서 또 반항해야지. 


어른이 되서 꺾이면 뭐 어때. 이미 반항아로 태어났는걸.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잠시 덮일 수는 있지만. 현실에 때묻고, 현실에 묻히고, 그래도 괜찮아. 현실은 그런 거니까. 잊어도 돼. 잊고 살아도 돼. 언젠가 또 궁지에 몰렸을 때, 누군가 나의 자유를 억압할 때 - 내가 반항하로 태어났다는 걸 또 깨닫고, 순순히 호락호락 넘어가지 않아줄 것이라는 타오르는 마음으로(그 전에 또 참회의 눈물 흘릴 가능성이 높지만), 또 반항하면 되지! 



+ 내가 봤던 짧은 영상


https://youtube.com/shorts/zymzDCYsXfw?feature=share


++ 비하인드 스토리

https://youtu.be/v81ojopkDc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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