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선물을 향하여
새벽에 <소설가 데뷔로 얻은 두 가지 선물(https://brunch.co.kr/@wwwrightainer/300)>을 올리고 기분이 급격하게 울적해졌다. 이상하네, 난 오늘 두 번째 작품을 쓰려고 기존 아이템 다 뜯어고치면서 굉장히 생산적인 하루를 보냈고, 글도 올렸는데 왜 울적하지? 그 울적함은 눈을 뜰 깨까지 이어졌다. 심지어 꿈에서도 기분 나쁜 일을 겪었다. 꿈에서 나는 학생이었고, 책상에 앉아서 시험을 준비하는데 반 친구 누군가 오더니 커다란 양동이에 든 물을 내 얼굴에 끼얹었다. 장난이었겠지만, 왼쪽 귀에는 물이 들어가고 머리도 옷도 다 젖었다. 도저히 장난이라 넘길 수 없는 일에 화가 났고, 꿈에서 소리를 질렀는데 그게 뭔지는 분명하지 않다.
새벽에 자서 이런가? 하지만 요즘엔 '전략기획시간'이라 생각이 끝나야 잠들 수 있다. '전략기획시간'이란 무엇인가? 다음에 써야 할 글을 선발하고, 기반을 만드는 시간. 데뷔했다고 쉴 수가 없다. 데뷔는 데뷔고, 다음 글 써야 한다는 마음에 쉬고 싶지도 않다. 혹독한 겨울에 아스팔트로 내던져진 신인 작가는 살아남아야 하니까. 전쟁터에서 생존전략 짜는 거나 다름없는데, 잠을 제대로 잘 수 있을 리가? 밤늦게까지 작업하면 피곤해서 바로 못 자고 새벽 4시에 잠들게 되는데, 6시간 정도 자면 눈 뜬다(오히려 매일 집필할 때가 규칙적으로 8-9시간 정도 잔다.). 그렇게 6시간씩 자다 보면 어느 날은 13시간 이상 자는데, 그게 어제였다. 그렇게 자면 더 피로하다. 몸 안에 장기가 있어야 할 부분이 텅 비어서 공기로 가득 찬 기분이고 몸도 흐느적댄다. 어쩐지 숨이 좀 막히는 답답함도 들어서 혹시 심장병은 아닌가 걱정하다 잠들었다.
왜 이럴까? 분명 데뷔하고 일주일 동안 나를 가득 채운 감정은 감사함이었는데. 앞으로 내가 가져야 하는 마음은 고마움밖에 없다고, 그 감사와 응원을 기반 삼아 사라지지 않고 두 번째 소설도 쓰고, 그렇게 계속 쓰면 될 거라 믿었는데. 어떻게 이렇게 순식간에 기분이 바닥으로 떨어질 수 있지? 말이 안 됐다.
눈을 떠도 기분이 별로고, 누워있어도 기분이 나아질 리 없어서 거실로 나왔다. 화장실을 가고 물을 마셔도 울적함은 사라지지 않았다. 휴대폰을 확인하니 친구에게 '큰 원동력이 된 듯!! 이걸 발판으로 쭉쭉 가야지!'라는 카톡이 와있었다. 어제저녁에 내가 벅찬 마음으로 '그 감사함으로 다음 글을 쓸 거야!'라는 말에 대한 대답이었다. 친구야, 그 마음이 하루 사이에 날아갔단다. 나는 '거짓말처럼 급 울적하네? 아놔~'하는 답장을 보냈다.
그 감사한 마음은 다 어디 간 걸까? 갑갑한 마음에 머리를 감고 나왔다. 젖은 머리를 말리는데 스멸스멸, 머릿속에서 날짜 하나가 떠올랐다. 1월 **일. 카드값 나가는 날.
모든 문제는 돈에서 시작하지.
데뷔를 하면서 연결된 마음과 새로운 관점을 얻은 것도 예상치 못한 큰 축복이었지만, 은연중에 세 번째 선물도 바랐다. 바로 작품의 상품성. 경제적 가치로 환산되는, 돈. 돌아가는 분위기를 보니 이번에는 그 선물을 못 받을 걸 알았다. 그래서 내가 먼저 선수쳐서 난 이 두 개로도 너무 감사하다고 위로했지만, 꿈에서 물 싸대기를 맞을 정도로 솔직하지 못했다. 정신 차려, 정말 그 두 개면 충분해? 그 말에 소리치지 않았을까? 아니? 돈이 됐으면 좋았을 거야. 가난한 예술가는 돈이 필요하니까!
모든 일이 그렇듯, 솔직하게 인정하면 편하다. 새벽에 쓴 <소설가 데뷔로 얻은 두 가지 선물(https://brunch.co.kr/@wwwrightainer/300)>은 뭔가 숨기는 구석이 역력하다. 괜찮다고 날 위로하려고 쓴 글이지만, 그러기 위해선 나를 속여야 했으니까.
사실 아닌 척했지만, 내 글이 상품성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 같아서-정산은 두 달 뒤지만, 이미 기정사실화 했다. 그게 나중에 덜 상처받을 테니까?)아서 속상했어. 응원과 격려, 그리고 응원단장 엄마 아빠 덕분에 일주일을 충만하게 보낼 수 있었지만, 그 마음이 내 카드값을 해결해주지는 않아. 다만 내가 카드값을 벌려면 뭐든 해야 한다고 행동하는 원동력이 되겠지. 쉽게 자기연민에 빠지지 않고, 그대로 직면하는 내 용기의 근원.
다음 주쯤, 나는 또 쿠팡에 가야 할까? 다시 가기 싫은데. 그 전에 사무직 알바를 구하면 좋겠다. 가난한 젊은 예술가는 돈이 필요하니까. 그건 가난한 젊은 예술가뿐만이 아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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