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된 마음과 새로운 관점
데뷔를 하면 크게 두 가지 선물을 받는다. 첫째로, 많은 이들의 축하와 응원. 마침내 10년 만에 태어난 내게 남들이 주는 선물이다. 그들은 작품보다 내가 해냈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대견해한다. 실제로 축하한다는 말 다음으로 '장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작업 때문에 꽤 오래 은둔했지만, 사실 나는 방송국 PD와 축제기획가 출신으로 소통이나 교류가 꽤 중요하다. 오랜 시간 축적한 연결감이 있기에 은둔자 생활도 버틸 수 있었고, 이 연결감이 두 번째 작품을 쓰는 기반이 될 것임을 알았다.
두 번째로, 작품을 보는 또 다른 눈이다. 습작 시절 나는 꽤 오래 글과 나를 동일시했다. 나와 주인공, 또 나와 글을 분리할 역량이 없었고 오래도록 괴롭고 힘들었다. 내 글 안에 갇히고 파묻혀 있을 땐 아무리 좋은 말이라도 받아들일 수 없다. 듣기 싫어서가 아니라, 그 말을 받아들일 공간이 없기 때문이다.
이미 나로 가득 차있으니까.
2년 간의 집필 과정은 나와 내 글을 완전히 분리하는 시간이었다. 덕분에 데뷔하면서 내 글로부터 수월하게 독립할 수 있었다. 왜냐면 데뷔하는 순간, 내 글은 상품이 되어 수많은 사람들과 만나야하니까. 지난 7일 간 22,000여 명이 내 글을 봤다. 나와 글, 단 둘이 있을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크고 넓은 세계다. 그러니 이 글은 저작권은 내게 있지만 온전하 내 소유라고 할 수 없다. 더는 내가 가둘 수도 없고, 그 안에 갇혀있을 수도 없으며, 그래서도 안 된다.
글로부터 독립하자 놀랍게도 바깥에서 내 글을 보는 객관적 관점이 생겼다. 마치 자기가 뚫고 나온 흙을 볼 수 있게 된 새싹처럼, 나는 내가 나온 세계를 찬찬히 살필 수 있다. 이제야 사람들이 내 글에 했던 말이 이해된다. 그들은 바깥에서 보기에 할 수 있는 말이었고, 그 말을 알아듣기 위해서는 타인의 눈으로 나와 세상을 보는 힘을 키우는 게 우선이었다. 좀 더 세상을 살고, 궁금해하고, 갈등을 겪고, 이해하고, 공감하며 시간을 쌓아야 했다. 혈기왕성한 열정과 기세만으로는 되지 않는 연륜과 지혜가 채워질 때까지.
이제 나는 타인의 눈으로 내 글을 다시 본다. 내가 안에도 있으면서 동시에 바깥에도 존재하는 신기한 감각이다. 이 감각을 묵힐 수 없어 새해가 되고 지난 4일간 10년 동안 썼던 습작 중에서 완성도 높은 것들을 골랐다. 그 많은 버전들을 다시 읽으려니 에너지 소모가 극심하지만, 한편으로는 지금 내가 얻은 눈, 새로운 관점으로 내 글을 다시 보는 게 신선하다. 무엇보다 담당 PD나 합평해주던 사람들이 하던 일을 내가 한 번에 하니 효율이 굉장히 좋다. 내가 계속 몰입할 수록 뭘 뜯어고쳐야 하는지, 뭘 바꿔야 하는지 답이 나오니 여력이 되는 한 빨리 이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 내 아이템에 걸맞은 서사를 제대로 붙여주고 싶다.
데뷔를 하지 않았다면, 과연 이 관점을 얻는 게 가능했을까? 아니라고 본다. 데뷔 자체가 바깥으로 나가는 통로를 만드는 일이었고, 그곳을 지나야'만' 내가 있던 곳을 전체적으로 볼 수 있으니까. 그리고 그 길을 뚫는 건 무조건 완결 경험이다. 조금씩 글을 완성해가며 바깥으로 가는 길을 내는 것이다.
마침내 바깥으로 나가는 순간, 지금까지 살던 세계를 뚫고 나가 새로운 세계로 갔으니, 거기서 잘 살아보라며 선물을 받는다. 나와 연결된 타인의 고마운 마음과, 과거의 내가 주는 새로운 관점.
두 가지 선물 모두, 나의 현재가 되어 다음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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