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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윰 Jan 13. 2022

일상의 악센트를 읽고-6

chapter 4를 읽고 #1

p105-106 일요일의 습관을 읽고

경제활동을 하고 있지 않는 나에게는 주말과 평일의 구분이 사라진 지 오래다. 학교를 다닐 때까지만 해도, 하루의 루틴이 있어 그걸 반복하며 부지런히 살아왔는데, 지난 몇 달은 굉장히 한심하기 짝이 없게 시간을 허비했다. 그러다 정신을 차리고 요즘 새로운 루틴을 만들었다. 1. 일주일에 두 번, 1시간 30분~2시간 정도 헬스장에 내려가 운동하기. 러닝 20분-웨이트 1시간-러닝 20분, 이렇게 코스를 짰다. 예전에는 무턱대고 '러닝 1시간 뛰고 웨이트 20분' 이랬는데, 그게 반대가 되어야 한다는 걸 최근에 알게 됐다. 2. 하루에 에세이 두 편, 매거진 두 꼭지 필사하기. 좋은 표현은 따로 표시해두고, 나의 의견 덧붙이기. 지금 이런 식으로 말이다. 아무리 길어도 한 시간 안팎으로 조금씩 글쓰기 능력을 기를 수 있다. 이게 쌓이면 언젠가 포텐이 터지겠지! 3. 자기 전 그날 한 일 메모하기. 아무리 한심하기 짝이 없는 하루를 보내더라도 메모 한 줄 남길 수 있도록 생산적인 일 하나쯤은 하려고 노력하게 되었다. 아니면 '그 정도로 너 한심하지 않아. 이것도 하고, 저것도 했네.'라는 자기 위로를 위한 행위일지도.


p107-109 오래된 바 주인의 가르침을 읽고

'~할 걸', 과거에 그러지 못한 나의 행동을 후회할 때 하는 말. 요즘 나의 '~할 걸'은 '이모 말 좀 들을 걸', '자세 좀 바르게 할 걸'이다. 이모는 날 볼 때면 항상 "허리 펴고! 배 집어넣고! 너 이러다 나중에 고생해~"하며 굽은 상체를 똑바로 펴줬다. 그땐 그 말을 귀담아듣지 않았는데, 어느 순간 자각하게 된 나의 삐죽 나온 고개와 구부정한 등과 쭉 내민 골반. 길을 걷다 무심코 비친 내 모습이 정말 꼴 보기 싫었다. 거북목과 척추측만증, 그리고 골반 전방 경사까지. 안 좋은 자세란 자세는 다 가진 채 자라 버렸다. 이제는 이 답 없는 자세보다 바른 자세로 서 있는 게 불편할 정도로 완전히 망가져버렸지만, 갱생의 여지는 남아있었다. 상체에 비해 하체가 튼실해서 주로 하체 운동을 했는데, 최근 상체 운동의 중요성을 깨닫고 운동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양쪽 날개뼈가 닿는다는 생각으로 등 뒤에 긴장을 유지하면 어깨와 등이 저절로 펴진다는 말을 듣고 따라 해 봤는데, 거짓말처럼 일상생활에서도 정말 점점 상체가 펴지고 있다. 아직은 의식을 해야만 바른 자세를 유지할 수 있지만, 이제 불편하지는 않은 수준. 자, 이 글을 보고 있다면 허리 펴고 ! 배 집어넣고 !


p110-112 멋 내기란 뭘까를 읽고

옷을 잘 입는 사람은 기본 아이템(이하 기본템)이 잘 갖춰져 있고, 포인트가 되는 아이템보다는 기본템에 투자를 많이 한다고 한다. 나는 주변인들에게 그래도 '옷 좀 입는' 사람으로 정평이 나있는데, 어쩐지 기본템이 잘 갖춰져 있지 않다는 걸 깨달은 지 얼마 안 되었다. 무난한 옷보다는 눈에 띄는 화려한 옷들만 찾아다니다 보니, 옷장을 열면 입을 옷이 없다고 느껴지는 게 당연지사. 이 옷은 얼마 전에 입었는데, 패턴이 특이해서 내가 이걸 또 입고 나가면 '얘는 옷이 저것밖에 없나'생각할 수도 있고, 그런 평가를 받기는 정말 죽어도 싫거든! 그러니까 자꾸 새로운 옷을 사들이는 거라는 결론에 도달했고, 이젠 정말! 기본에 충실해보기로 했다.

기본템에는 무엇이 있을까, 내가 생각한 기본템을 몇 개 나열해보겠다. 1. 목이 늘어나지 않는 탄탄한 흰색 반팔(혹은 긴팔) 무지 티셔츠, 가능하다면 무채색 계열 색깔별로 2. 다림질이 어렵지 않은 깨끗한 흰색 와이셔츠 3. 발이 편한 가죽 신발, 굽이 있는 구두는 발이 아파 못 신으니 로퍼 정도 4. 어떤 상의에도 무난하게 어울리며 라인이 들어가지 않은 검은색 블레이저 5. 니트를 입고도 툭 걸칠 수 있는 세미 오버핏의 질 좋은 코트 6. 나의 짐들을 감당해줄 수 있는 튼튼한 가죽 가방 또는 에코백 7. 튀지 않는 펜던트가 달린 실버 주얼리

머리로는 이렇게나 잘 아는데, 매장에 들어서면 나는 또 호피무늬 카디건에 눈이 뒤집히겠지. 하하


p113-114 길지도 짧지도 않은을 읽고

몇 년 전까지 나의 겉옷 취향은 '무조건 오버사이즈'였다. 내 옷 스타일에 두 손 두발 다 든 엄마지만, 결코 포기하지 않는 게 있다면 코트는 꼭 비싸고 질 좋은 걸로. 티셔츠처럼 컬러별로 살 수 있는 가격대가 아니므로 고심해서 한 벌을 골라야 한다. 그 안에 얇은 티셔츠부터 두툼한 니트까지 입고 다녀야 하므로 소매는 넉넉하고, 품도 넓은 게 좋다. 그런데 백화점에 걸려있는 코트들은 대부분 정핏fit으로 디자인되었고, 오버사이즈 코트를 내놓은 브랜드는 톰보이 정도? 지금은 오버사이즈가 스테디셀러가 되어 여러 브랜드에서 만들고 있지만, 멋 내기 코트를 사기 막 시작했을 무렵에는 그렇지 않았다. 그래서 44사이즈를 입지만 항상 55,66 사이즈를 사야 원하는 핏이 나왔고 소매 길이는 뒷전이었다. 하지만 이제 와서 그 코트를 입은 내 모습을 보니 엄마의 말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소매도 너무 길어 아빠 코트를 뺏어 입는 느낌이 든다는 거다. 요즘은 꼭 맞는 사이즈를 찾아 입으려고 하고 있다.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게. 나에게 알맞은.


p115-116 나부터 바꾸기를 읽고

올해(이 글을 쓴 건 2021년 겨울) 큰 이미지 변신을 했다. 항상 가슴 아래께로 길러 긴 파마머리를 고수했는데, 7월의 어느 날 쇄골까지 잘라버리더니 8월에는 곱슬머리를 쭉쭉 펴고 턱선까지 오는 칼단발로 어마어마한 변화를 주었다. 단발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머리 말리는 게 귀찮아서 싹둑 자른 적이 있다. 7시까지 등교를 해야 했던 나에게 긴 머리를 말리는 일은 사치였다. 차라리 잠이나 5분 더 잘래! 뭐 이런 생각이었다. 그때는 '태슬컷'이라는 명칭도 없었고, 그냥 '단발로 잘라주세요'라고 해서 잘랐으니, 반곱슬인 나는 단발로 머리를 자르자마자 레고 머리가 되고 말았다. 매직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못했던 거다. 하지만 이번에는 '곱슬이면 꼭! 매직도 같이 하세요'라는 코멘트를 보고 거금을 들여 매직까지 완료. 내가 원하는 차분하고 차가운 느낌의 단발머리가 완성됐다. 이번에 머리를 자르게 된 이유도 고2 때와 비슷하다. 제주에서 두 달을 있으면서, 뜨거운 태양 아래 치렁치렁한 머리를 간수하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동안 주기적으로 파마를 하며 머리가 많이 상하기도 했었고. 그래서 '서울에 올라가며 꼭 머리를 잘라야지.', 면허 따기와 함께 굳게 결심했었다. 20살 이후로 나를 알게 된 사람들은 단발인 모습을 처음 보는 것일 텐데, 꽤 반응이 좋아서 놀라웠고 기분이 좋았다. 나의 트레이드 마크는 굵은 컬로 말린 구불구불한 긴 파마머리인 줄 알았는데, 이제는 시원하게 툭 떨어지는 단발이 될 수도 있겠다.


p117-118 방을 새롭게를 읽고

미드 센츄리 인테리어 유행에 뒤처질 수 없어서 여름에 무작정 사버린 모듈 협탁 � 그 협탁 안팎으로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한데 모으고 있다. 선물 받은 파우치에 담긴 카메라와 삼각대, 외부 포켓에 미니 컴포지션 노트가 들어가는 제주 플레이스캠프 favorite에서 산 북 파우치, 친구 둘이 선물해 준 케이스를 끼운 아이패드, 그 위엔 새로 알게 된 여행 매거진 <VACAY>는 언제든 꺼낼 수 있게 가장 위에 올려놓았다. 투명한 유리 아래로 스틸네거티브클럽에서 산 필름 엽서, 진진이 선물해 준 체커보드 코스터, 그 위에 얹어진 디뮤지엄에서 산 필름, 제목에 끌려서 샀는데 내용도 좋았던 책 '좋아하는 일이 직업이 될 수 있을까', 두 권이 생겨 한 권은 뜯지 않고 전시 중인 컨셉진 95호, 제주 디앤디파트먼트 스토어에서 산 자그마한 돌하르방, 썬캐처를 만들고 남은 크리스탈 볼을 정갈하게 진열해놓았다. 이 작은 가구에 변화를 주는 것만으로도 방 안 분위기가 달라지는 느낌이다. 그 시기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들을 모아 놓은, 우리 집에서 내가 가장 사랑하는 공간이다.


p119-121 보이지 않는 부분의 맵시를 읽고

내가 살고 싶은 집은 방 하나하나가 섞이지 않고 각자의 쓰임을 다하는 곳이다. 그래서 혼자 사는 집이라도 방은 세 개쯤 있어야 한다. 하나는 침실, 하나는 드레스룸, 하나는 작업실이다. 책상과 침대가 같이 있으면 안 된다. 침실은 정말 '잠만 자는 곳'으로 꾸며놓고 싶다. 조명은 최소화하고, 머리맡 협탁에는 내가 좋아하는 소품과 향만 놔두는 거다. 지금 내 옷장은 내 방, 거실, 안방 안 드레스룸 총 세 곳에 분포되어 있다. 드레스룸에서 옷을 챙겨 입고 방으로 돌아와 겉옷을 고른다. 운동을 하러 가는 날이면 거실에 있는 서랍장을 열어야 한다. 어쩌다 잘못 정리를 하게 되면, 그 옷을 찾아다니느라 내 방, 거실, 안방을 들락날락. 정말 비효율적이다. 그래서 한 방에 옷을 다 몰아넣을 거다. 나머지 방에는 더블 모니터를 놓을 수 있도록 가로세로 폭이 넓은 흰색 책상을 두고, 편한 의자와 발받침을 준비해서 내 허리가 더 이상 고통받지 않도록 할 것이다. 지금은 부엌 식탁에서 글을 쓰고 있지만, 언젠가는 다시 방 안으로 들어갈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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