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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윰 Jan 14. 2022

일상의 악센트를 읽고-7

chapter 4를 읽고 #2


p122 승부 체질을 갖다를 읽고

같은 옷을 입어도 '태'가 나는 사람은 따로 있다. 지금 나는 그 '태'를 되찾기 위해 혈안이다. 지난여름 동안 야금야금 쪄온 살은 인생 최고 몸무게를 찍었다. 어느 날 거울로 본 내 모습은 형편이 없었고, 몸을 움직일 때 '무겁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하지만 한 번 게을러지면, 죽어도 움직이기 싫은 사람으로 도태된다. 내가 좋아하는 옷을 예쁘게 입기 위해서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그래서 일주일에 두 번, 헬스장에 내려가 운동을 하기로 결심했다. 건강 검진을 받으러 갔을 때 의사 선생님께 '운동 좀 하셔야겠는데요'라는 말을 들은 것도 한 몫했다. 겨우 3주 정도 운동을 했을 뿐인데 점점 달라지는 게 느껴진다. 하도 안 하다가 운동을 하니 효과가 더 눈에 보이나 보다. 꿈쩍 않던 하체 살마저 조금씩 정리되고 있다. 눈에 보이니 더 열심히 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내년 여름에는 예전의 나로 돌아갈 수 있겠다.


p124 낭비라는 이름의 저축을 읽고

통장에 돈이 쌓이는 저축을 게을리하진 않지만, 그만큼 경험이나 체험에 많은 돈을 투자하며 살고 있다. 한 병에 1800원, 2500원하는 소주나 막걸리 대신 최소 10배, 그 이상의 값을 하는 와인을 마시기 위해 20만 원짜리 강의를 듣는다. 그냥 마시면 맛없는 와인을 어떤 음식과 먹었을 때 최고의 페어링이 완성되는지를 배운다. 같은 음식을 먹어도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을 돈을 지불하고 배우는 것이다. 맛있는 걸 먹으면 기분이 좋다. 행복하다. 그 가치를 충분히 뛰어넘는다고 생각하기에 그 돈이 아깝지 않다. 여행은 고작 며칠 다녀온 것으로 끝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평생의 이야깃거리가 된다. 사골처럼 푹 우릴수록 맛있어진다. 순간의 쾌락을 위한 낭비라고 치부될 수 있지만, 그것은 경험이 되어 몸에 스며든다. 언젠가 내가 힘들 때 나를 위로해줄 수도, 필요한 순간에 도움을 줄 수도 있다. 나의 비책. 내 이야깃거리의 원천. 가만히 있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런 인생은 재미없다. 사서 고생을 한다. 사서 일을 만든다. 충분히 느끼고 경험한다.


p126 행복을 나누어 갖기를 읽고

나의 마음이 조급하거나 쪼들리지 않고, 넉넉하고 여유로우면 저절로 타인에게 나의 행복을 기꺼이 나누어주려고 한다. 어제 친한 친구가 "내년부터 책을 읽어볼까 하는데, 네가 알려준 책이 뭐였지?"라고 물어왔다. 책 제목만 알려주면 됐는데, 이상하게 친구에게 그 책을 선물해주고 싶었고 손이 저절로 움직였다. 만 원 남짓 되는 크지 않은 선물이었지만 주는 나도, 받는 친구도 기분이 좋아졌다. 행복을 나누어 가진다는 건 이런 게 아닐까. 반면, 아직도 마음 쓰이는 일이 있다. 제주에서 돌아온 지 한 달이 조금 넘었을 때, 숙소 사장님 두 분의 생일이 다가왔다. 이전까지만 해도 '곧 생일이시니까, 이런 선물을 해드려야겠다!' 분명 마음속으로 생각했는데, 8월이 되자 그때 그 다짐을 새까맣게 잊어버리게 되었다. 8월의 나는 마음의 소용돌이가 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타이밍을 놓쳐 결국 축하는 물론 연락이 소원해진 지 오래. 대신 포항에 놀러 가서 사장님의 어머님을 만날 기회가 생겨, 샤인 머스캣 두 박스를 사 들고 엄마를 찾아뵈었다. 마음이 잔잔했을 때라 가능했던 일이다. 그래서 마음을 항상 평온하게 만들어야 한다. 내 마음을 제때 표현할 수 있게.


p128 잘 본다는 것을 읽고

내가 좋아하는 보는 것들 : 책, 드라마, 영화, 친구, 뉴스레터, 지식을 채워줄 강의, 개성이 드러나는 사진, 진실한 리뷰, 고양이와 강아지


눈앞에 보이는 물건에 이름 붙여주기 : 마우스 - 조약돌, 고슴도치 인형 - 도슴이, 자주 쓰는 컵 - 파도(파란색 마블이 파도를 닮아서), 맥북 - 돌덩이(인간적으로 프로는 너무 무거워..), 휴대폰 - 초콜릿(한 조각만 더.. 일분만 더..)


p131 근사한 답례를 읽고

선물이라는 것은 언제나 설렘과 들뜸의 감정을 동반한다.


선물을 주고받는 행위를 무척이나 좋아하는데, 내가 받아본 선물 중에 내 취향을 간파당해서 놀랐던 적 : 1. 서로의 생일을 챙긴 지 3~4년이 되다 보니, 이제는 각자의 생일이 되면 '갖고 싶은 것 리스트'를 스리슬쩍 단톡방에 올린다. 이번 내 생일에 올린 리스트에는 '메종 마르지엘라 레플리카 향수, 에코백, 목걸이, 목도리 등'이 있었고, 가방과 목걸이는 몇 가지 특정 제품을 첨부했다. 친구들이 내 취향을 얼마나 알고 있는가에 대한 시험으로 보이기도 했던 나의 리스트, 혹은 너무 특정 제품이면 설렘이 반감되므로 그중 어느 걸 친구들이 나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며 골랐을까 기대감을 남겨두기 위함이었다. 파티 당일, 선물을 하나씩 풀어보다가 소름이 좌악 돋는 일이 있었다. 리스트에 있던 세 개의 목걸이 중 사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바로 그 목걸이를 준비한 것이다. '친구들과 이만큼 가까웠구나' '우리가 이렇게 가까워져서 서로의 취향을 너무나 잘 아는 사이가 되었구나'하며 내심 기뻤다. 2. 말을 정말 예쁘게 해서 너무 아끼는 동생이 있다. 생일을 한 달 남짓 남겨둔 10월, 동생이 대뜸 선물을 보내왔다. '언니가 윤슬을 좋아하는 것 같아 윤슬 포스터를 선물로 보내요.' 3. 잘 따르는 언니가 있다. 생일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향인 탬버린즈 712 핸드워시를 보내주었다. 핸드크림은 있을 것 같아서 핸드 워시로 보낸다는 짤막한 설명과 함께.

누군가 내가 좋아하는 것을 기억해준다는 사실에 참으로 고마웠다. 선물을 할 때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기도 하다. 대화 중에 슬쩍 흘리거나 나의 sns에 올려둔 취향의 단서를 기억해두었다가, 축하해 줄 일이 있을 때 짜잔-하고 선물해주는 것. 얼마나 낭만적인가요!


p134 일상을 맛보다를 읽고

감사하게도 엄마의 눈썰미와 야무진 손끝을 닮고, '어깨너머 배울 수 있는' 좋은 본보기가 되어주신 할머니와 함께 생활한 덕분에 따로 배운 적은 없지만 세 끼를 직접 차려낼 수 있을 만큼의 요리 실력을 갖게 되었다. 내가 먹고 싶은 음식을 유튜브나 블로그 레시피를 보고 따라 만들어서 그 맛을 얼추 재현해내는 정도. 그래서 내게 요리는 귀찮기보다는 즐거운 일에 속한다. 예전에는 나 혼자 맛있게 만들어 먹고 끝이었다면, 요즘은 누군가와 나누고 싶을 만큼 어느 정도 자신도 생겼다. 나중에 나만의 집을 갖고 여건이 된다면 한 달에 한 번은 친구들을 초대해 음식을 만들어 먹고 싶다. 자신 있는 음식 : 고기가 들어간 한 그릇 요리.(주로 일식 덮밥으로 우삼겹덮밥, 부타동, 오야꼬동, 양배추를 곁들여 먹는 쇼가야끼, 매콤한 두루치기 덮밥 등) 한식은 짜글이, 새송이간장조림, 순두부찌개. 파스타 종류로 대부분 가능! 라자냐도 잘합니다.


p137 정성 어린 마음 한 술을 읽고

60년, 혹은 그 이상 요리를 해오신 할머니는 그 연륜에서 나오는 '요리 고수의 향기'가 있다. 그런데 딱 한 번 할머니의 음식을 온몸으로 거부한 적이 있다. 초등학생 무렵, 할머니는 할아버지와 나에게 토마토 스파게티를 만들어주셨다. 이름만 '토마토 스파게티'였지, 사실 그 음식의 정체는 스파게티면을 알맞게 삶고 그 위에 토마토케첩을 뿌려 버무린 것이었다. 토마토의 시큼한 맛에 소스라치게 놀란 순간이었으며, 처음으로 할머니의 음식에 실망한 날이기도 했다. 나는 울며불며 '이게 무슨 스파게티냐!'라고 떼를 썼지만, 할아버지는 묵묵히 그 접시를 비워내셨다. 할아버지는 어린 내가 몰랐던 그 마음을 알고 계셨던 게 아닐까. 가족들을 위한 '정성스러운 마음'을. 그 마음이 있기에 우리는 할머니의 음식을 더 맛있고 행복하게 먹을 수 있었다는 걸, 초등학생인 나는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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