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부산
주말에도 일을 나가야 했던 부모님과 여행을 간다는 건 하늘의 별 따기였다. 해외는 고사하고 국내 여행도 가본 적 없는 나는 방학 동안 가족여행을 다녀왔다고 자랑하는 친구가 얼마나 부러웠는지 며칠간 혼자서 그 친구를 미워할 정도였다. 그러던 6학년의 여름방학, 어렵사리 시간을 맞춰 부산으로 여행을 갈 기회가 생겼다. 같이 놀러 간 거라고는 한 시간 걸리는 에버랜드가 전부였는데, 1박 2일 부산 여행이라니! 해운대 바닷가를 거닐던 모든 순간마다 너무 신이나 입꼬리가 쉽게 내려오지 않았다.
그런데 문제는 밤에 발생했다. 글쎄, 아빠가 숙소를 예약하지 않은 것이다. 2009년이면 지금처럼 손쉽게 앱으로 호텔을 예약할 수 있는 그런 시대는 아니었지만, 8월 성수기에 당일로 숙소를 잡는다라- 엄마와 나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사실, 아빠는 혼자만의 계획이 있었다. 친구가 스님으로 있는 절에서 하루를 묵을 생각이었다. 엄마는 화가 나,
“호텔을 두고 굳이 절에 간다고? 거기 당신 친구도 있어서 좀 불편할 것 같아.”
“친구가 괜찮댔어. 그리고 당장 예약해 놓은 숙소도 없는데.”
“아니 그럼 미리 말이라도 해줬으면 좋았잖아. 어떻게 늘 이렇게 멋대로야.”
“…….”
꿈꾸던 여행과는 완전히 다른 전개였지만, 그들의 싸움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차까지 고장 나 우리 가족은 오도 가도 못 하는 신세가 되었다. 임시방편으로 차를 고치고 나서야 아빠는 숙소를 알아보기 시작했지만 이미 대부분의 호텔은 만실이었다. 하얗고 넓은 침대에 풍덩 뛰어들겠다는 기대감과는 달리, 현실은 삐걱거리는 좁은 침대가 놓인 모텔에서 하룻밤을 자게 되었다. 그 옆에 더 작은 엑스트라 베드 누운 아빠의 뒷모습이 한없이 초라해 보이는 순간이었다.
그날의 트라우마 때문인지, 나는 항상 어디를 여행가도 숙소를 가장 먼저 예약하는 습관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