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얻는 지혜』135 집요함이 지나치면 어리석음과 분노만 남는다.
소프트웨어 개발 프로세스 주에는 테스트 단계가 있다. 요구사항을 제대로 만족하는 지,설계 문서에 맞게 구현되었는지 점검하는 절차다. 이 테스트를 위해서는 테스트 담당자가 요구사항, 설계 문서를 기반으로 테스트 절차를 미리 작성한다. 어떤 데이터를 입력했을 때 어떤 결과물이 나오는 지 미리 예측해 두는 것이다. 나는 소프트웨어 개발 관리 담당자였어서 테스트 절차를 만들어서 테스트를 진행했다.
신입 연구원 시절은 경험이 부족해 절차서를 대략적으로 작성했다. 입력 값을 아무렇게나 선택하고 그때그때 출력값을 확인하곤 했다. 개발담당자가 싫어할 만도 했다. 나보다 더 내공이 쌓인 분들이 개발한 소프트웨어를 내가 테스트를 진행하니 어쩔 수 없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다른 테스트 과정도 모니터링 하면서 점점 내공을 쌓았다. 입력값과 출력값을 정확히 적시해 Pass/Fail 을 구분했다.
시험이 끝나고 여유 시간이 생기면, 시험 절차에 없는 기능을 하나씩 임의로 눌러보기도 했다. 이른바 '무작위 테스트'였다. 그러다가 소프트웨어 오류를 발견 하면 도파민이 생겼다. 사실 이러면 안 된다. 문서상 실패로 등록할 수도 없다. 결국 '개선요구사항'으로 별도 리스트 관리를 했고, 때론 개발자들의 억울함과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나의 집요함과 부족한 테스트 절차가 오히려 갈등을 만든 셈이다.
소프트웨어 문서 수정 과정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의겨을 내면, 내부 검토회의를 거쳐 수용 여부를 판단한다. 때론 사소한 요구사항을 지나치게 요구하는 경우 양측은 팽팽하게 자기 의견을 지키려고 한다. 한쪽은 기능을, 한쪽은 비용과 기간을 고려한 대응이라 교차점을 찾지 못하면 다음 회의로 안건이 밀리는 경우가 생긴다. 지그 생각해보면 사업 전체에 큰 영향을 쥐 않을 기능이었는데,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는 책임감과 원칙에 집요하게 요구하다가 프로젝트 일정이 미뤄질뻔도 했다. 연차가 쌓이고 나서야 집요함이 아니라 ‘전체 완수’라는 더 큰 기준에 맞추는 법을 배웠다.
이 집요함은 직장뿐 아니라 일상에서도 드러났다. 예컨대 나는 “서점에는 일주일에 한 번 이상 간다.”는 원칙을 세웠다. 매월 1일에 꼭 서점을 방문해야 한다는 규칙도 만들었다. 사실 서점에 가지 않는다고 달라질 것은 없다. 그 기준을 스스로에게 강요하는 것 뿐이다. 베스트셀러 코너에 진열된 책이 전날 찍은 사진과 달라지지 않았는데도, 날짜 인증을 위해 억지로 서점에 들른 적도 있다. 그럴 때면 배우자는 늘 고개를 저으며 “정말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집요함을 균형으로 바꾸기 위한 나만의 실천 팁을 만들었다.
첫째, 원칙은 계획대로, 번득이는 생각은 여유 있을 때 한다. 예전에는 계획에 없는 기능까지 억지로 눌렀다. 그게 성실이라고 착각했다. 잘못된 계획이었다. 정해진 절차대로 먼저 끝내고, 여유가 있을 때, 참고만 하기로 한다.
둘째, 사소한 기능보다 전체 완수를 먼저 본다. ‘이 버튼이 꼭 있어야 해!’라며 집요하게 우기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프로젝트가 지연되고 다른 오류를 만드는 경험을 통해 배웠다. 이제는 “전체에 꼭 필요한가?”라는 질문을 던져본다.
셋째, 원칙은 세우되, 나만의 룰에 집착하지 않는다. 한 달 1일에 꼭 서점에 가겠다는 나만의 기준이 있었다. 배우자가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집착했었다. 사진만 찍고 블로그에 올리지도 못하고 있다. 요즘은 신간 도서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 내가 읽고 싶은 책이 어떤 책인지만 확인한다.
지나친 집요함은 나를 늘 긴장하게 만들고, 때로는 타인을 지치게 하기도 한다. 지금 돌이켜보면, 집요함은 기준을 세우는 힘이 되지만, 그 기준에 매달리면 오히려 본질을 놓칠 수 있다. 완벽한 기준보다, 전체를 바라보는 균형 감각이 필요해 보인다. 집요함에 유연함을 더하는 태도로 수정해나간다.
그리고 한 가지는 분명하다. 브런치에 매일 글쓰기를 시작한 지 어느덧 500일째. 이 또한 나의 집요함 덕분이다. 지나친 집요함이 때로는 불필요한 갈등을 만들기도 하지만, 적어도 습관을 만드는 데만큼은 남겨두고 싶은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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