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볼 일을 마치고 나니 4시 30분이었습니다. 신세계 본점 앞에 크리스마스 영상을 보러 다녀오기로 했습니다. 금요일 퇴근길이라 차가 막힐 것을 예상해서 포기하고 집으로 갈까 잠깐 정신이 돌아왔지만 어느새 명동까지 가 있는 모습을 상상하고 있더라고요. 집으로 가려면 우측차선에서 빠져나가야 하는 데 그냥 2차선에서 그냥 직진하고 있었습니다. 북부간선도로를 타고 가다 보니 거의 한 시간 이상 걸려서 도착했어요.
신세계 백화점 본점 크리스마스 미디어 파사드
운영기간 :11.9~1.31
운영시간 17:30-22:30
이미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으로 화면을 본 적이 있었기 때문에 화면의 크기만 다를 뿐 오~ 멋지다 하는 생각보다는 차가 많이 막혀서 피곤했던 감정이 더 우세했던 모양입니다. 신세계 본점 한 바퀴를 차로 돌아서 그냥 내리지도 않고 저녁을 먹으로 이동했어요. 배우자도 "코엑스 미디어 전광판이 더 나은 것 같은데?"라고 합니다. 잠실 롯데백화점에서도 크리스마스 시즌에 맞춰 조명과 영상이 작년부터 시작했는데, 올해 좀 더 화려해진 것 같더라고요.
배우자와 삼각지역 근처 식당에 가보자고 한 적이 있었어요. 집으로 오는 길목에 있어서 그곳을 들르기로 했습니다. 거기 까지도 30분 이상 걸리더군요. 지나가는 길에 서울역 앞에서 차 두대가 접촉사고가 나있어서 차가 또 막힙니다. 겨우 지나 좌회전이 아닌 P턴까지 하면서 길 목을 나오는 데 사람들이 계속 지나가네요. 사람들을 뚫고 우회전을 겨우 해서 나올 수 있었습니다.
식당 앞에 도착하니 공용주차장은 꽉 차있고, 주차할 때가 없었는데 그래도 식당 앞에 발레주차가 되더라고요. 차를 맡기고 들어섰는데, 식당엔 온통 고기 구워 먹는 냄새가 납니다. 저희는 국밥을 먹으러 간 건데, 사람들은 꽉 차있고, 국밥 먹는 분위기가 달라서 여쭤보니 국밥은 5시까지만 판매한다고 해요. 그래서 그냥 다시 식당을 나와 주차하려고 이동 중이던 차에 다시 올라탔습니다. 아무래도 어딜 가도 비슷한 상황이고, 저랑 배우자 모두 지쳤습니다. 어제 날씨도 정말 추웠는데, 전기차 배터리도 25%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라 집까지 갈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섰습니다. 히터도 제대로 켜지 않은 상태여서 춥고 배고픈 상황에서 교통량까지 많고 끼어들고, 나가고 하는 상황이 배우자를 불편하게 만들었어요. 결국 집 근처에 가서 밥을 먹자로 해서 동네까지 오니까 거의 8시입니다. 4시 30분부터 배고프다고 했는데, 그때까지 차 안에 있다가 왔으니 지칠 때로 지치게 만들었죠.
미역국집에 갔는데, 식당안도 바람이 숭숭 들어오면서 발목도 시리고 추운 느낌이었어요. 처음 앉았던 자리를 두고 자리를 두 번이나 옮겨 앉았습니다. 테이블에 가져다 주신 물이 따뜻해서 몸이 스르르 녹는 기분이 들었어요. 두 컵이나 마셨어요. 잠시 후에 뜨거운 가자미 미역국이 나옵니다. 너무 뜨거워서 혀를 또 데일 정도였어요. 하얀 가자미를 건져내고, 초록색 미역을 먹으니 입안까지 너무 뜨겁습니다. 후후 불면서 국물을 떠먹으며 추위와 허기를 없애기 시작했네요. 뜨거운 국물과 밥을 절반 정도 먹으니 처음 가져다주셨던 뜨거운 물 대신 차가운 물이 먹고 싶어질 정도였습니다. 집에 와서 전기차 충전을 하려고 보니 자리가 다 만석입니다. 마침 마지막 포르셰 한 대가 전기차 충전자리를 방금 들어왔는지 충전하고 있어서 아쉬움이 또 커졌어요. 배터리는 18%까지 남았는데 70km를 더 운행할 수 있다고 나와있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그냥 어젯밤에는 충전을 못하고 주차를 하고 집에 돌아왔어요. 씻고 보니 거의 밤 10시입니다. 인스타그램 챌린지 하느라 1일 1 동영상을 만드는 중이라 노곤한 데 촬영하고 편집하다가 피곤해서 소파에서 잠이 살짝 들었지 뭐예요. 벌떡 정신을 차리고 보니 스마트폰을 들고 소파에 쓰러져 잤더라고요. 12시를 10분 남겨놓고 대충 편집된 영상을 올렸습니다.
곧바로 침대로 다시 옮겨와서 잠을 잤네요. 거의 4시간을 추운 곳을 떨며 차을 운전하고 왔습니다. 운전은 제가 했지만 배우자는 입으로 운전하느라 저보다 더 피곤해 보이더군요! 어제저녁은 오감을 자극하며 저희 부부에게 불편한 감정을 남겨주었는데요. 이 불편했던 저녁시간의 크기를 좀 더 작게 만들어서 우주로 날려 보내버립니다. 대신 상담하러 갔던 일은 의외의 해결책을 얻게 되어 성과가 있었거든요. 그걸 대신 크게 만들어서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대비하는 과정을 거치려고 해요.
원하는 결과가 있는데, 얻지 못하면 속상하고 불편하지만, 이런 감정은 오감에서 나온다고 해요. 어떻게 그 감정이 나왔는지 상황을 구체적으로 묘사하여 크기를 줄여보라고 합니다. 글로 이렇게 적고 나면 아, 별거 아니었구나 할 수 있습니다. 하고 싶은 것, 알고 싶은 것을 명확하게 찾아 그 재료의 양을 정확히 알면 모델링이 가능하데요. 세상에는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없습니다. 생각이 그렇게 만들어 줄 뿐이라고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메시지가 눈에 들어옵니다.
부정적인 이미지의 경우도 같은 방식으로 연습해 보자. 그 이미지를 가져와 더 밟게 해보라. 좀 더 가까이 가져오라. 그리고 더 크게 만들어라. 이제는 이미지를 원래 상태로 되돌려보라. 더 작게, 더 어둡게, 더 멀리 떨어지게 하면 어떻게 될까? 시도해보고 그 차이를 느껴보라. 부정적인 느낌이 약해졌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부정적인 이미지를 좀 더 작게 만들어라.
아흔아홉 가지 일이 잘 풀렸는데도 매우 우울한 상태로 집에 돌아오는 사람이 있다. 하나가 잘 안됐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