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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자까야 Jun 01. 2021

투자의 추억

스타트업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사람들을 엔젤투자  엔절 투자자라 한다.

나도 엔절 투자자이다.(였다?)

투자 검토 혹은 투자할 사업 중에 레스토랑 사업이 있었는데..... 


제일기획이라는 국내 유수의 광고회사의 중견간부가 어느 날 갑자기 회사를 때려치웠다.

청담동에서 레스토랑을 해보겠노라고 했다.

알음알음 준비해온 터라 이것저것 많이 알아놨다.

레스토랑의 가장 중요한 팩터는 음식이다.

음식은 셰프가 만든다. 주방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이 친구는 주방을 담당할 사람으로 

르꼬르동 블루 Le Cordon Bleu를 졸업한 셰프 한 명과 

CIA(Culninary Institute of America) 출신의 셰프를 영입하여

준비를 했다.

오너인 이 친구는 주방을 제외한 레스토랑의 전반적 경영을 맡기로 했다.

레스토랑의 인테리어, 종업원 친절교육, SNS 마케팅을 활용한

영업확대 등등이 그의 임무였다.

준비는 착착 진행되었다.

처음에 다들 들뜬 상태로 열심히 각자의 일을 했다.

르꼬르동 블루를 나온 셰프와 CIA를 나온 셰프는 각자의 명성에 맞는 

창의적 요리를 준비하였다.


우리나라의 과거 식당 주방과 주방장은...

중학교 졸업하고 혹은 고등학교 졸업 후 먹고살기 힘든 시절에

그저 집안의 밥숟가락 하나 줄여보자고 무작정

식당에 찾아가 그저 밥만 먹여주면 온갖 일 다하겠노라고...

하루 종일 설거지부터 하면서 일을 배운다.

선배 주방장으로부터 온갖 잔심부름에 욕설과 구타 가 일반 사다.

겨우 조금조금씩 알아가면 식자재 다듬는 일부터 한다.

다마네기 까는 것부터 삶은 달걀 껍질 벗기는 것까지 온갖 잡일을 다하다가

겨우 어깨너머로 하나씩 하나씩 배워나간다.

칼 잡는 법, 칼 쓰는 법, 튀기는 법.... 배워도 배워도 끝이 없다.

밤새 쓰다 남은 식자재로 연습한다.

이러다가 차츰차츰 진급(?) 이 되어 주방장 자리에 오른다.

이러한 셰프들이 지금 유명인이 된 이*복 셰프, 여*례 등등이다. 

주방장은 레스토랑의 최고 심장부인 주방을 책임진다.

그들은 레스토랑 주인이던 누구든 주방에 들어오는 것을 탐탁지 않게 여긴다.

자기의 권역에 다른 이질적인 사람이 들어오는 것을 용납치 않는다.

야쿠자의 나와바리 논리와 비슷하다.

그 정도야 셰프의 자존심이려니... 하고 넘어가야 한다.

주인이 주방에 필요 이상으로 신경 쓰면 동업의 룰이 깨지는 법이다.

주인은 레스토랑의 인테리어를 고급으로 꾸민다.

서비스가 중요한 팩터인지라 유명 레스토랑에서 종업원을 스카우트하여

열심히 서비스 교육과 매너를 가르친다.

영업이 중요한바 요즘 젊은 세대들을 잡느라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의 SNS 마케팅을 하면서

나름 먹방계의 인플루언서도 써서 레스토랑의 인지도를 높이고 있었다.

셰프들은 주방의 고된 일을 비해 늘 임금이 적다고 투덜댄다.

처음에는 노량진 수산시장, 가락동 청과물 시장을 새벽에

다니면서 좋은 식자재 구입을 위해 노력한다.

좋은 음식은 좋은 식자재에서 나온다.

그러다 보면 꾀가 나서 편해지고 싶어 진다.

식자재를 셰프가 직접 가서 안사고 배달시킨다.

콩나물도 대가리 다 떼고 갖다 주는 업자가 있다.

생선도 요리조리 칼질하여 곧바로 투입하여 요리할 정도의 재료를 공급하는 업자와 연결도 돼있다.

이러다 보면 구입하는 식자재의 

구매권을 요구하고 그 식자재 구매에 리베이트나 온갖 비리가 숨어있게 된다.

주인은 전에는 본인이 직접 구입 납품받아서 주방에 넣어주면 되었으나

셰프는 식자재 구매권을 요구하고 그 권리를 달라고 한다.

이때부터 사달이 나기 시작한다.

이러한 컨셉은 중졸 출신 주방장이나 르꼬르동 블루를 나온 셰프나 별 차이가 없다.

이를 "주방장 곤조" 라 했다.

곤조 라함은 근성 根性의 일본어 표기인데 "고집이 세고 고약한 성질 또는 그런 성질을 

부리는 버릇이나 태도"를 말한다.

이러다 보면 식당의 본질이 헷갈리게 된다.

음식이 제일 중요한 레스토랑 사업의 축이 흔들리게 된다.

사장은 사장대로 투입한 원가가 높기 때문에 티본스테이크 1인분에 적어도

20만 원은 되어야 수지가 맞는다면서

우리 주방의 셰프들이 세계 최고의 맛을 내는 음식 예술가이기 때문에

그 정도의 가격도 비싼 게 아니라고 믿는다.

그러나....

가격은 레스토랑 사장이나 셰프에 의해 정해지는 게 아니다.

고객 , 음식을 사 먹는 소비자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다.

이러한 행태가 전형적인 경영자 식당과 오너 셰프 식당의 차이다.

오너 셰프는 주방을 장악한 후에 경영을 하기 때문에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결국 투자한 그 청담동의 레스토랑은 주방에서 무슨 음식이 나오는지도

모르고 손님이 원하는 맛이 뭔지도 모르게 된다.

어떨 땐 창의적 요리라 칭하는 정체불명의 요리가 나온다.

사람의 입맛은 잘 변하지 않은 감각 중의 하나라 갑자기 먹던 게 아니라 

창의적인 먹거리가 나오면 움찔하게 되어있다.

레스토랑 사장은 핵심중의 핵심인 주방의 모든 권리를 셰프에게 뺏기고는 

외부적인 영업에만 치중하게 된다.

잘 안 팔리는 레스토랑의 종업원은 표정이 밝지 않다.

친절해질 수가 없다.

이러한 레스토랑이 성공할리 없다.

계속 침체되어 갔다.

사업의 실패다.

얼마 안 가서 그 레스토랑 사장은 사업을 접는다.


다시 유명한 광고회사의 간부로 스카우트되어갔다.

레스토랑 운영이라는 경험이 광고 크리에이티브에 많은 도움이 되었노라고

스스로를 자평하면서....

레스토랑의 성공요인은

1. 위치(목)

2. 식재료

3. 주방장의 역량

4. 인테리어

5. 서비스라고 한다.

주방을 모르는 레스토랑 사장은 외식사업에서 성공할 수 없다. 

자기가 직접 요리할 자신이 없으면

레스토랑 경영할 생각은 접는 게 성공하는 길 

아니 실패를 막는 길이다.

청담동의 그 레스토랑 이름은 휴**산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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