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자까야 Dec 25. 2021

크리스마스 카드 + 실

어렸을 때는 크리스마스 시즌이 오면 카드를 사서 손 글씨로 카드를 쓰고 거기에 크리스마스실을 하나 붙이고 우표를 붙여서 보냈다.요즘은 크리스마스 카드 나 연하장 받을 일이 없다. 백수가 된 사람에게 연말에 카드나 연하장 보내는 사람은 별로 없다. 게다가 카톡이나 이메일이 되는 세상에 그런 건 더욱더 없어졌다. 이리저리 책상 서랍을 정리하다 보니 안 쓴 크리스마스 카드가 몇십 장 나왔다. 겉봉의 우편번호 자릿수가 6개인 걸 보니 꽤나 오래전에 갖고 있다가 묵혀 둔 것 이리라...
과거 어렸을 때의 기억도 떠 올릴 겸 손 글씨로 크리스마스 카드를 써서 부치기로 했다. 사실 요즘 집으로 오는 우편 편지 치고받아서 즐거운 것은 없다.
세무서에서 종부세 내라는 거든가,
국민 건강 보험료 인상 고지 라든가,
별로 몇 번 본 적 없는  이로부터 보내온 청첩장 이라든가,
검찰청에서 출두하라는 거든가..
.
.
우체국에 가서 크리스마스실을 달라니 그런 거 찾는 사람도 다 있네? 그런 투다. 금년 크리스마스실은 유재석을 주제로 한 거다. 오로지 한 종류밖에 없다. 어렸을 때는 얼마였는지 기억이 아삼 삼 하다 만  금년은 10장에 3,000원 한 장에 300원이다.

요즘은 편지 부칠 일이 거의 없다. 행여 있어도 등기 우편이나 빨리 가는 특급 우편을 주로 쓰는데 그땐 바코드로 가격을 인쇄해서 붙이지 일반 우표를 붙이지 않는다. 아날로그 감성을 느껴 보느라 우표를 찾았다.
나의 용도에 맞는 편지는 얼마면 가냐?
특급이냐?  등기냐?
아니.
뭐 급할 것도 중요한 것도 아닌데 비싼 특급을 이용할 일도 없다. 일반으로 보낼 거니까 우표로 주세요...
모든 게 전산으로, 바코드로 대체된 세상에 우표 파는 일도 별로 없단다. 그래도 우표를 붙여 보내겠노라 하니 창구 여사원이 등 뒤의 서랍에서 부스럭부스럭거리더니 520원짜리  무궁화 도안의 우표를 찾아 준다. 어릴 때 쓰던 우표보다 사이즈가 많이 작아졌다. (내 눈에 그리 보였을지는 모른다 만...) 크리스마스실도 붙이고 우표도 붙인다.

속 내지 內紙에 손 글씨로 또박또박 감사 인사를 써서 만든 거다. 갖고 있던 카드는 나름 유명하다는 판화 작가가 만든 수제 카드였지만 보관한 지 30년 다 되는 카드라 겉표지도 누렇게 바랬다.

전화번호 나 카톡, 이메일 연락처는 있어도 집 주소 있는 연락처는 몇 개 없다. 게다가 명함 주고받는 거  없이 살아온 지 오래다 보니 우편 보낼 주소를 아는 사람도 많지 않다. 유재석 나오는 크리스마스실은 스티커 형태라 그냥 붙이면 된다 만  우표는 혓바닥 침을 발라야 붙는다. 여러 장을 부치다 보니 우표 붙이는 접착제의 쌉쌀한 맛이 나는 게 50년 전으로 돌아간 듯했다. 이제는 아날로그 감성이 되려 그리운 시절이 되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 도심의 추억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