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첫 번째 수입이 생기다

전원생활 1월호 원고 기고

by Wynn

브런치 작가가 되고 처음으로 원고 청탁이 들어왔다. 월간지 '전원생활' 1월호에 실릴 제주도에서의 한달살이 이야기를 써달라는 부탁이었다.제주도에서의 가족 이야기를 담은 글을 썼고, 드디어 첫 번째 원고료를 받았다.

금주 발간된 2023년 전원생활 1월호에 기고한 글이다.


자연과 교감하며 삶에 쉼표를 찍다


[‘일을 위한 삶인가, 삶을 위한 일인가?’]
제주 올레길 19코스인 ‘걷는 독서 길’에서 마주한 문구다. 아이와 함께 길을 걷다가 그 앞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지금 올레길이 던지는 그 질문이 바로 제주에 내려온 이유였다. 지난여름, 나는 몸도 마음도 지쳐 있었다. 일에 취해 정신없이 앞만 바라보며 달려온 19년의 회사생활. 무슨 이유 때문인지 어느 순간부터 아무 일도 할 수 없었다. 이른바 ‘번아웃(burnout)’ 현상이었다. 내겐 휴식이 필요했다. 그동안 소홀했던 나 자신은 물론, 가족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필요했다. 아내는 간호사로 일하다가 연초에 그만둔 상태였다. 아이도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었기에 함께 제주도로 떠나기에 알맞았다. 그렇게 우리 가족은 제주 한달살이를 준비했다. 각박한 도시를 떠나서 가슴을 설레게 하는 에메랄드빛 바다, 걸으면 걸을수록 더 걷고 싶어지는 아기자기한 올레길, 그리고 한라산과 오름들이 주는 산행의 즐거움이 가득한 제주도로 가게 된 것이다. 가장 먼저 언제, 어디로 가야 할지가 고민이었다. 시점은 숙소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싼 성수기를 피하고 여행하기 좋은 날씨 등을 고려해 10월 중순 이후로 결정했다. 숙소는 몇 가지 기준을 정해 찾았다. 첫 번째로 일곱 살 아이가 있었기에 의료 인프라가 좋은 제주시에 가까운 조용한 마을, 두 번째로 제주 바다가 보이는 곳, 마지막으로 우리 가족이 오붓하게 보낼 수 있는 독채 집을 찾았다. 그렇게 고민 끝에 제주시에서 동쪽으로 20km 정도 떨어진 제주시 조천읍 북촌리의 ‘북촌사랑각’이라는 타운하우스 숙소를 구했다. 조용한 어촌 마을이라서 복잡하지 않았고, 멀지 않은 곳에 병원·약국·마트가 있었다. 숙소 2층에서는 저 멀리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고, 작은 마당과 텃밭도 있었다. 한 달간 우리 가족이 전원생활을 즐기기에는 모자람이 없는 숙소였다. 이제 남은 것은 무엇을 할지 정하는 것이었다. 혼자가 아닌 가족모두의 여행이었기에 함께 고민해 답을 찾았다. 먼저 아내와 아이가 제주도에서 하고픈 것들을 하나둘 이야기했다. 올레길 걷기부터 낚시 체험, 감귤 따기, 미로공원 체험 등 다양한 바람들이 흘러나왔다. 우리는 제주도에서 하고 싶은 것들을 한달살이 미션 ‘10-20-30-40’이라는 이름으로 정리했다. ‘10가지 특별한 도전! 20가지 소중한 체험! 30가지 맛보고 즐기기! 40가지 미지의 미션 찾기!’ 이렇게 100개 목표를 정해 하루하루 일정을 짰다. 될 수 있으면 주말에는 사람이 몰리지 않는 산이나 올레길에 가는 일정을 잡고, 주중에는 평소에 사람들이 자주 찾는 곳을 가는 식으로 계획표를 준비했다. 그리고 비 오는 날이나 바람이 심한 날들을 대비해 목록에 없는 박물관이나 전시관 같은 실내 일정들도 플랜 B로 채워놓았다.

[100가지 목표 정해 제주를 즐기다]
우리 가족은 11월 1일부터 본격적으로 제주에서의 삶을 시작했다. 제주에서 맞이하는 첫날 아침. 창문을 열어보니 저 멀리 파란 바다가 한눈에 들어왔고 파도 소리까지 들렸다. 답답한 회사가 아닌 제주도의 자연 속에서 가족과 함께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그런 풍경을 보면서 멍하니 커피 한 잔을 마실 때면 그냥 행복했다. 이루 말할 수 없는 행복감이 밀려왔다. 우리 가족에게 제주 한달살이가 특별한 이유는
크게 세 가지였다. 첫 번째는 ‘길’이 주는 즐거움을 여유롭게 느낄 수 있었다. 제주도에는 아름다운 길들이 많지만, 항상 시간에 쫓겨서 완주하지 못했던 것이 못내 아쉬웠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가고 싶었던 한라산과 올레길을 원 없이 걸을 수 있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일곱 살 아이의 손을 잡고
아내와 함께 온 힘을 다해 한라산 백록담에 오른 것이다. 관음사에서 시작해서 백록담을 거쳐 성판악까지 19.3㎞의 거리를 11시간 30분 동안 걸었던 긴 여정이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가족이 함께한 특별한 추억이기도 했다. 한라산뿐만 아니라, 사려니숲길에서 붉게 물든 제주의 가을을 느꼈고, 가족이 함께 제주도를 ‘놀멍, 쉬멍, 걸으멍’ 느낄 수 있는 올레길도 네 개나 완주하며 제주의 자연을 오롯이 누렸다. 가파도와 우도에서도 색다른 올레길을 걸으며 이국적인 섬 속의 섬 풍경을 감상했다.
두 번째는 보고도 믿을 수 없었던 한 폭의 그림 같은 ‘바다 풍경’을 일상으로 즐겼던 것이다. 고개만 돌리면 검은 화산암들과 새하얀 모래 사이로 펼쳐진 에메랄드빛 바다를 매일 접할 수 있었다. 언제나 우리 입에서는 ‘우와’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고, 해변에 한두 시간 앉아서 바다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모든 근심과 걱정이 사라졌다. 그뿐만 아니라, 제주의 바다는 아들의 모래 놀이터로도 더없이 좋은 장소였다.
세 번째는 도시에서 할 수 없는 자연 속 ‘체험’이 가득했다. 감귤 따기를 비롯해 바다낚시, 용암 동굴 탐험, 승마 체험과 카약 타기 등 가족과 함께 자연 속에서 다양한 것들을 보고 듣고 느낄 수 있었다. 바다낚시 체험장에서 아이가 잡은 감성돔과 감귤밭에서 아이가 직접 따서 가득 채운 감귤 통 사진은 한달살이 최고의 사진으로 남았다.

[전원에서의 한 달, 우리 가족이 달라졌어요]
가족에게 제주 한달살이는 자연과 교감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서울에서 아이는 조금만 걸어도 힘들어했지만, 이제 산과 들을 아무 불평 없이 걷기 시작했다. 하늘과 바다, 나무와 숲에 대한 호기심이 늘어났고, 새소리와 바람 소리를 즐길 줄 아는 아이로 변해갔다. 도시에서 배울 수 없었던 낚시와 승마, 카약 등을 직접 몸으로 체험하면서 성장하는 모습이 대견스러웠다.
아이의 생활 습관도 달라졌다. 자연의 시간에 맞춰 푹 자고 일찍 일어나는 생활 습관이 생긴 것이다. 해가 지고 날이 어두워지면 일찍 잠이 들었고, 이른 아침에는 따스한 햇살과 새소리를 듣고 아빠와 엄마를 깨웠다. 제주의 음식을 즐기며 편식하는 습관도 조금씩 사라져 갔다. 가족은 언젠가 찾아올지 모를 귀촌이라는 미래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가족과의 관계도 돈독해졌다. 함께 한라산에 오르고 올레길을 걸으며 긴 시간 동안 많은 이야기들을 나눴고, 함께 고생하면서 서로 조금 더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었다.
그것만으로도 제주 한달살이는 충분히 가치가 있었다. 가장 큰 위로를 받은 것은 바로 필자였다. 제주에 오기 전까지 몸도 마음도 지쳐 있었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조금 멀리서 나 자신을 지켜볼 수 있었고, 내가 잊고 살았던 나란 존재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었다. 전원생활을 하며 삶의 새로운 가치를 찾고 힐링의 쉼표를 찍을 수 있었던 특별한 한 달이었다.

[나만의 리틀 포레스트를 꿈꾼다면]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제주에서의 일상을 꿈꾸고 있다. 한 달이라는 시간은 누군가에게는 짧고 아쉬운 시간이 될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지루하고 긴 시간이 될 수도 있다. 가장 먼저 생각할 것은 제주를 찾는 목적이다. 쉼이나 여행, 치유 등 제주를 찾는 목적을 명확히 해야 한다. 그 목적에 따라서 의미 있는 시간을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 준비 없이 그냥 제주를 찾는다면 제주의 현실에 금방 싫증이 날 수도 있다. 제주도의 고물가와 부족한 편의시설 때문이다. 또 해가 지면 대부분 상가가 일찍 문을 닫기 때문에 저녁 시간을 즐기기도 쉽지 않다. 이런 현실적인 어려움을 충분히 이해하고 제주도를 찾아야 실망을 줄이고 본연의 목적을 이룰 수 있다. 목표가 명확하고, 함께 시간을 공유할 소중한 사람들이 있다면 제주 한달살이는 충분히 의미가 있다.

제주도의 산과 바다, 숲과 초원은 이제 내 마음속의 ‘리틀 포레스트’가 됐다. 힘들 때마다 이곳의 바다 풍경과 파도 소리, 흙내음과 따뜻한 햇살, 돌과 바람을 기억할 것이다.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지친 영혼과 몸을 달래고 싶다면 제주 한달살이를 추천한다.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가져갈 수 있을 것이다.

--------------------------

원고료는 40만원이었다. 세금을 제외하면 약 37만원 정도가 입금되었다.

작가로서의 첫 번째 수입. 내게 정말 소중하고 감사한 첫 번째 원고료다.

2023년에도 열심히 글을 써보고 싶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제주 한 달 살기. 미션 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