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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ynn Oct 03. 2024

가을밤, 별의 바다에 빠지다. 양평 중미산 천문대

가족과의 특별한 천문대 체험

나는 별을 좋아한다.

어린 시절 밤이 되면 마루에 걸터앉아서 기와집 처마 아래로 펼쳐지는 빛나는 은하수에 빠지곤 했다. 작은 시골 마을에서 밤하늘 가득 채운 별은 내 상상력을 자극하는 친구 같은 존재였다. 그 별이 어디에 있고, 어떻게 생겼는지, 그곳에는 누가 있는지 나는 상상하고 또 상상했다.


가을이 되니 그 별들이 보고 싶었다.

그래서 우리 가족이 찾은 곳이 양평 중미산 천문대.

여기저기 자료를 찾아보니 작년인가? '나 혼자 산다' 프로그램에서 코쿤이 찾았던 그 천문대였다.


체험 프로그램 예약을 해야 하는데, 주말(토요일)에는 이미 대부분 매진된 상태였다.

그래서 살짝 여유가 있는 금요일 밤에 중미산 천문대를 찾기로 계획했다. 별 보기 체험이 인당 25,000원으로 결코 저렴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아이와 함께 누릴 수 있는 특별한 체험이었기에 티켓을 구매했다. 시간대는 오후 8:30분, 9:40분, 10시 50분 3개 타임이 있었고 우리는 가장 이른 시간인 밤 8시 30분 예약했다.

(※ 참고로 한 타임당 약 50명 정도가 정원인 듯하고 네이버로만 예약이 가능하. 시간대는 계절과 요일별로 다른 듯 하니 홈페이지 꼭 참고하세요)

오후 8시가 조금 넘어서 중미산 천문대에 도착했다. 주차장이 넓지 않았기에 예약한 사람만이 주차를 할 수 있었다. 살포시 주차를 하고 가족들과 함께 천문대로 들어갔다. 내부는 아기자기한 카페 같았다. 천장에는 별자리를 그래로 표현해 놓았고 기념품과 차를 판매하는 공간이 있었다.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 촬영지로 유명해서 그럴까? 나 혼자 산다와 별에서 온 그대를 촬영했을 당시의 사진도 볼 수 있었다. 나만 몰랐지,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입소문을 타고 있는 그런 천문대였던 것이었다. 밖에는 근사한 야외 테이블이 있었는데 시원한 날씨를 즐기며 차 한 잔 하기에 딱 좋은, 그런 공간이었다.

오후 8시 30분. 우리는 천문대 건너편에 있는 작은 강당으로 자리를 옮겼다. 천문학과를 나오신 예쁘신 과학 강사님이 별자리 이야기를 해주셨다. 우리가 사는 행성부터 태양계와 우리 은하, 거대한 은하계까지 상상 그 이상의 이야기를 재미있고 차분하게 설명해 주셨다. 오랜만에 듣는 별들의 이야기가 너무나 신선하게 다가왔다. 마치 호기심 가득한 학생이 다시 된 듯한 기분으로 강사님이 해주시는 별들의 이야기를 집중할 수 있었다. 약 20분 정도의 별자리 이야기를 마치고 곧장 천문대 옥상으로 자리를 옮겼다.  

곧 별자리 체험 제2부가 시작되었다. 어두운 밤하늘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별들을 직접 보면서 이어지는 이야기들. 북두칠성과 북극성, 그리고 견우성과 직녀성 등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별자리를 직접 찾고, 그 속에 있는 이야기를 듣는 시간이었다. 구름이 조금 낀 하늘이었지만 별자리를 찾는 데는 큰 무리가 없었다. (만약 구름이나 비가 내려서 별을 볼 수 없다면 다시 무료로 체험을 할 수 있는 쿠폰을 준다고 했다.) 간단히 별자리 이야기를 들은 후에, 핸드폰으로 별을 찍는 시간을 가졌다. 강사님들이 셔터스피드 등을 조절하는 방법을 알려주시고 그것을 활용해서 별사진을 찍었다.  번 노력해서  근사한 별사진 몇 장남길 있었다.

양평의 밤하늘과 핸드폰으로 찍은 별들 사진

마지막으로 별자리 관찰. 4개의 망원경으로 올빼미 성단과 페르세우스 성단 등 별들을 직접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한 명씩 망원경을 직접 눈으로 살피면서 밤하늘에 펼쳐지는 멋진 별들의 풍광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눈으로 확인할 수 없었던 모습을 망원경으로 통해서 보는 것만으로도 우리 가족에게는 특별한 추억이 되었다. 망원경 관찰을 마친 후에 우리는 천문대 안쪽으로 들어갔다. 이곳에서는 토성을 관찰할 수 있었다. 작은 반지 크기의 고리를 한 토성을 실제로 볼 수 있는 시간. 오늘 체험의 클라이맥스와 같은 순간이었다. 실제로 망원경 안쪽을 살피는 순간, 교과서에서만 보던 그 멋진 토성의 고리를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순간 온몸이 짜릿할 정도의 전율이 느껴졌다. 그런 신비하고 아름다운 토성의 모습은 처음이었다.

토성 관찰을 마지막으로 우리 가족은 전문대 체험을 마무리했다. 짧은 1시간여의 시간이었지만 그 여운은 오랜 시간 남을 듯했다. 행복한 시간이었다.

나오는 길에 아들이 내게 말했다. "앞으로 자주 별보고 싶어요". 웃음이 나왔다.

아들 녀석도 별을 사랑하게 된 듯했다. 이제 천문대를 찾아서 여행을 떠나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봤다.

기분 좋은 가을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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