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밤이 되면 마루에 걸터앉아서 기와집 처마 아래로 펼쳐지는 빛나는 은하수에 빠지곤 했다. 작은 시골 마을에서 밤하늘 가득 채운 별들은 내 상상력을 자극하는 친구 같은 존재였다.그 별이 어디에 있고, 어떻게 생겼는지, 그곳에는 누가 있는지 나는 상상하고 또 상상했다.
가을이 되니 그 별들이 보고 싶었다.
그래서 우리 가족이 찾은 곳이 양평 중미산 천문대.
여기저기 자료를 찾아보니 작년인가? '나 혼자 산다' 프로그램에서 코쿤이 찾았던 그 천문대였다.
체험 프로그램 예약을 해야 하는데,주말(토요일)에는 이미 대부분 매진된 상태였다.
그래서 살짝 여유가 있는 금요일 밤에 중미산 천문대를 찾기로 계획했다. 별 보기 체험이 인당 25,000원으로 결코 저렴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아이와 함께 누릴 수 있는 특별한 체험이었기에 티켓을 구매했다. 시간대는 오후 8:30분, 9:40분, 10시 50분 3개 타임이 있었고우리는 가장 이른 시간인 밤 8시 30분을 예약했다.
(※ 참고로 한 타임당 약 50명 정도가 정원인 듯하고 네이버로만 예약이 가능하다. 시간대는 계절과 요일별로 다른 듯 하니 홈페이지 꼭 참고하세요)
오후 8시가 조금 넘어서 중미산 천문대에 도착했다. 주차장이 넓지 않았기에 예약한 사람만이 주차를 할 수 있었다. 살포시 주차를 하고 가족들과 함께 천문대로 들어갔다. 내부는 아기자기한 카페 같았다. 천장에는 별자리를 그래로 표현해 놓았고 기념품과 차를 판매하는 공간이 있었다.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 촬영지로 유명해서 그럴까? 나 혼자 산다와 별에서 온 그대를 촬영했을 당시의 사진도 볼 수 있었다. 나만 몰랐지,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입소문을 타고 있는 그런 천문대였던 것이었다. 밖에는 근사한 야외 테이블이 있었는데 시원한 날씨를 즐기며 차 한 잔 하기에 딱 좋은, 그런 공간이었다.
오후 8시 30분. 우리는 천문대 건너편에 있는 작은 강당으로 자리를 옮겼다. 천문학과를 나오신 예쁘신 과학 강사님이 별자리 이야기를 해주셨다. 우리가 사는 행성부터 태양계와 우리 은하, 거대한 은하계까지 상상 그 이상의 이야기를 재미있고 차분하게 설명해 주셨다. 오랜만에 듣는 별들의 이야기가 너무나 신선하게 다가왔다. 마치 호기심 가득한 학생이 다시 된 듯한 기분으로 강사님이 해주시는 별들의 이야기를 집중할 수 있었다. 약 20분 정도의 별자리 이야기를 마치고 곧장 천문대 옥상으로 자리를 옮겼다.
곧 별자리 체험 제2부가 시작되었다. 어두운 밤하늘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별들을 직접 보면서 이어지는 이야기들. 북두칠성과 북극성, 그리고 견우성과 직녀성 등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별자리를 직접 찾고, 그 속에 있는 이야기를 듣는 시간이었다. 구름이 조금 낀 하늘이었지만 별자리를 찾는 데는 큰 무리가 없었다. (만약 구름이나 비가 내려서 별을 볼 수 없다면 다시 무료로 체험을 할 수 있는 쿠폰을 준다고 했다.) 간단히 별자리 이야기를 들은 후에, 핸드폰으로 별을 찍는 시간을 가졌다. 강사님들이 셔터스피드등을 조절하는 방법을 알려주시고 그것을 활용해서 별사진을 찍었다. 몇 번 노력해서 근사한 별사진 몇 장을 남길 수 있었다.
양평의 밤하늘과 핸드폰으로 찍은 별들 사진
마지막으로 별자리 관찰. 4개의 망원경으로 올빼미 성단과 페르세우스 성단 등 별들을 직접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한 명씩 망원경을 직접 눈으로 살피면서 밤하늘에 펼쳐지는 멋진 별들의 풍광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눈으로 확인할 수 없었던 모습을 망원경으로 통해서 보는 것만으로도 우리 가족에게는 특별한 추억이 되었다. 망원경 관찰을 마친 후에 우리는 천문대 안쪽으로 들어갔다. 이곳에서는 토성을 관찰할 수 있었다. 작은 반지 크기의 고리를 한 토성을 실제로 볼 수 있는 시간. 오늘 체험의 클라이맥스와 같은 순간이었다. 실제로 망원경 안쪽을 살피는 순간, 교과서에서만 보던 그 멋진 토성의 고리를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순간 온몸이 짜릿할 정도의 전율이 느껴졌다. 그런 신비하고 아름다운 토성의 모습은 처음이었다.
토성 관찰을 마지막으로 우리 가족은 전문대 체험을 마무리했다. 짧은 1시간여의 시간이었지만 그 여운은 오랜 시간 남을 듯했다. 행복한 시간이었다.
나오는 길에 아들이 내게 말했다. "앞으로 자주 별보고 싶어요". 웃음이 나왔다.
아들 녀석도 별을 사랑하게 된 듯했다. 이제 천문대를 찾아서 여행을 떠나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