랑카위 리츠 칼튼 호텔에서 보낸 휴가의 마지막 날
랑카위 스카이캡(Sky Cab) 관광을 마무리하고 이번 여행의 마지막 숙소로 향했다. 말레이시아 여름휴가를 계획하면서 마지막 날은 특별한 추억을 만들고 싶어서 랑카위에서 가장 좋은 숙소에 머물고 싶었다. '1년에 한 번인 특별한 여름휴가인데 조금 비싸더라도 오래 기억에 남을 호텔을 찾자'는 생각에 아내도 동의해 주었다. 우리는 포시즌, 또는 리츠 칼튼 호텔을 고민했는데 최종적으로 케이블카 관광지와 가까운 리츠 칼튼을 숙소로 결정했다. 거금(?)을 들여서 멋진 호텔에서 하룻밤을 보내기로 했다.
역시 특급호텔은 서비스가 남달랐다. 입구에 들어설 때부터 직원들의 친절함이 묻어났고 로비에 들어서자마자 나를 담당하는 버틀러가 환한 미소로 우리 가족을 맞아주었다. 웰컴 드링크부터 시원한 손수건까지 건네주고 호텔 시설과 서비스에 대해서 모든 것을 설명해 주었다. 잠시 후 우리 방을 배정해 주었는데 바닷가 앞에 있는 비치 프런트 빌라였다. 우리 가족은 전동카트를 탔고 리조트 안내를 받으며 지정된 방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멋진 정원과 고급식당, 다양한 숙소가 보였다.
프라이버시를 중시 여기는 곳이라서 그런지 모든 숙소가 숲 속에 있었다. 절대 다른 숙소에서는 볼 수 없는 그런 구조였다. 숙소 하나하나가 조용히 휴식을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우리 숙소에 도착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절로 감탄사가 나왔다. 내 생애 최고의 숙소였다. 바다가 한눈에 보이는 거실에는 웰컴 과일과 맥주, 초콜릿, 편지가 준비가 되어 있었고 왼쪽에는 작은 서재가, 오른편에는 고급스러운 침실과 욕실이 있었다. 그 앞으로는 개인 수영장도 있었다. 너무나 만족스러운 숙소였다. 신혼여행 때 다녀온 리조트 이상이었다. 아내와 아들도 신기한 듯 빌라 여기저기를 돌면서 럭셔리한 풀빌라를 구경했다.
잠시 후, 우리 가족은 수영장으로 들어갔다. 풍덩하고 물속으로 들어가서 물놀이를 즐겼다. 오롯이 우리 가족만 즐기는 물놀이. 천국에 온 것 같았다. 수영장 아래는 바로 바다로 연결되어 있었다. 수영장 가장자리에 기대어 갯바위를 지켜보는데 바다새와 왕도마뱀이 사냥하는 모습이 보였다. 빌라 나무 위로 가끔 원숭이가 나타나기도 했다. 자연과 공존하는 멋진 공간이었다. 물놀이 후에 침대에 누워서 바다 구경을 했다. 휴가가 끝나가는 것이 마냥 아쉬우면서도 지금 이 순간이 행복하기 그지없었다. 그날 밤 우리 가족은 수영장 옆에 소파에 누워서 랑카위의 아름다운 별들을 감상하며 파도 소리를 들으며 하룻밤을 보냈다.
다음 날 아침, 해뜨기 전에 다시 밖으로 나왔다. 일출을 보고 싶어서였다. 떠오르는 태양을 보면서 작은 다짐을 했다. 신발끈 단단히 묶고 다시 달려야겠다는 생각. 다시 달리기 위한 나와의 약속이었다.
오전 8시쯤 랑카위에서 최고의 조식당이라는 리츠 칼튼 키친으로 향했다. 숙소에서 걸어서 5분 정도 거리였다. 들어서자마자 매니저들의 친절한 응대, 한 직원이 우리 가족에게 자리를 안내했다. 간단히 뷔페 음식을 소개해주고 특별한 주문을 위해서 메뉴판을 건네주었다. 뷔페 음식과 함께 세프가 특별하게 만든 음식까지 럭셔리함이 남달랐다. 일반적인 호텔 뷔페식부터 일식, 인도식, 중식까지 다양한 국가들의 음식이 준비되어 있었고 과일이나 디저트도 선택의 폭이 넓었다. 랑카위 최고의 레스토랑이라고 불리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아침 식사를 하고 랑카위 해변을 품은 인피니티 풀로 향했다. 공간은 아담했고 이른 오전 시간이라서 그런지 사람들도 많지 않았다. 아내는 선배드에 앉아서 남은 책을 읽고 나와 아이는 애매랄드 빛 바다를 즐기면서 오붓하게 물놀이를 즐겼다. 마지막 물놀이라서 그런지 조금은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12시 정도가 되어서 전동카트를 타고 다시 방으로 돌아와서 짐을 챙겼다. 이제 떠날 시간이 된 것. 다시 한국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짐은 전동카트를 통해서 리셉션으로 보내고 우리는 수영장 옆에 있는 비치 그릴로 향했다. 랑카위 리츠칼튼 호텔에서의 마지막 식사를 즐기기 위해서였다. 직원이 추천해 주는 나시고랭과 락사, 햄버거를 시켰는데 역시 맛집이 따로 없었다. 나시고랭과 햄버거는 그 맛을 잊을 수 없을 정도로 일품이었다.
오후 3시가 조금 넘어서 랑카위 공항으로 다시 향했다. 랑카위 공항에서 쿠알라룸푸르로 국내선을 타고 이동한 후에 다시 한국으로 향하는 비행기를 타야 한다. 랑카위 공항에서 렌터카를 반납하고 다시 비행기에 올랐다. 쿠알라룸푸르까지의 1시간은 피곤함 덕분에 금방 지나갔다. 오후 7시쯤 쿠알라룸푸르 1 터미널에 도착했다. 체크인 시간까지 있어서 커피 한잔 하면서 휴가 마지막을 마무리했다. 밤 11시가 넘어서 다시 서울로 가는 항공기에 몸을 실었다. 그리고 좌석에 앉자마자 바로 잠이 들었다. 기내 방송을 듣고 눈을 떴다. 비행기는 제주 상공을 지나서 인천 공항으로 향하고 있었고 창문 밖으로 아침이 밝아오고 있었다.
이렇게 2025년 우리 가족의 여름휴가가 끝나고 있었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와 랑카위에서의 소중한 추억들. 또 한 번 나의 버킷리스트 하나를 지웠다. 휴가를 마무리하면서 이제 다시 달려야 할 시간. 2026년 인도네시아에서 보낼 여름휴가를 기약하면서 올해 말레이시아 여행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