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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름 말레이시아 ⑦ 랑카위 케이블카(SkyCab)

케이블카 타고 랑카위섬을 품다

by Wynn

오늘은 랑카위의 휴양지 레박 아일랜드 리조트를 떠나는 날이다. 열대 야자수 사이로 펼쳐진 푸른 바다와 하얀 백사장, 신비스러운 맹그로브 숲에서 만난 도마뱀과 방문 앞으로 찾아온 원숭이까지 내게 특별한 추억을 선물해 준 레박 아일랜드 리조트였다. 행복했던 2박 3일이라는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마냥 아쉬웠다.

마지막 날의 아쉬움 때문일까? 오늘도 이른 아침 잠에서 깨어났다. 옷을 챙겨 입고 홀로 리조트의 고요한 산책길을 걸었다. 반복되는 파도 소리와 이름 모를 새들의 지적귐, 그리고 나의 발자국 소리만이 산책로에 울려 퍼졌다. 맹그로브 숲길에서는 혹시 왕도마뱀이 나올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두려움보다는 고요함이 주는 평화로움이 내게 더 크게 다가왔다. 저 멀리 밝아오는 여명을 길벗 삼아서 레박 아일랜드의 새벽을 걸었다.

우리 가족은 9시 30분경 체크 아웃을 했다. 전동카트를 불러서 짐을 싣고 선착장으로 향했다. 배는 9시 50분에 출발 예정이었다. 이미 섬을 나서려는 10여 명의 사람들이 선착장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리조트 관계자가 나와서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해주고 다음에 또 만나자고 인사를 건네주었다. 직원들의 친절함이 남달랐고 특히 한국을 좋아하는 직원들이 많아서 우리에게 큰 호감을 보여주기도 했다. 다음에 또 들리겠다는 인사를 하고 보트에 올랐다. 섬에 들어올 때처럼 고속보트는 눈 깜짝할 사이에 반대편 선착장에 도착했다. 채 10분도 걸리지 않은 듯했다.

우리는 이틀 동안 헤어졌던 렌터카와 다시 상봉을 했다. 짐을 차에 싣고 다음 여행지로 향했다. 랑카위 최고의 여행지인 랑카위 케이블카 'SkyCab' 탑승장으로 향했다. 북쪽으로 차를 타고 약 30분 정도를 달렸다. 가는 길에 원숭이들을 만났다. 처음에는 한 두 마리가 나와서 서행 운전을 했는데, 중간 지점에서는 원숭이 가족 10여 마리가 무단횡단하는 장면도 볼 수 있었다. 도로 표지판에 원숭이 조심하라는 표시까지. 태어나서 처음 보는 그런 교통표지판이었다. 원숭이 보호구역(?)을 지나니 스카이캡 탑승장 안내판이 나왔다. 랑카위 최고의 관광지인만큼 주차장도 넉넉했고, 중간중간 상가도 모던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매표소로 가서 티켓 구매를 했다. 오늘은 케이블카 점검이 있어서 오전 12시부터 운행을 한다는 공지가 있었다. 우리는 12시 30분 티켓을 구매했다. 가격은 대략 어른 1명에 4만 원 정도. 여러 종류 티켓이 있었는데, 가장 기본적인 티켓을 구매하고 이글 브리지나 스카이브리지는 올라가서 기상 상황을 보고 추가 구매하는 것이 좋아 보였다. 시간이 조금 남아서 티켓 가격에 포함되어 있는 애니메이션 영화(10분)와 착시현상을 이용한 사진촬영 전시관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12시 20분경에 케이블카를 타고 열대우림으로 가득한 산 정상으로 이동했다.

케이블카는 정원은 6명. 대기하는 사람들이 많았기에 케이블카 좌석은 꽉꽉 채워서 올려 보냈다. 우리 가족도 인도 가족 3명과 함께 케이블카에 올랐다. 조금은 어색했지만 살포시 웃어주면서 케이블카를 즐겼다. 경사도가 상당했기에 긴장감도 만만치 않았다. 살짝 바람이라도 불면 실제로 스카이캡이 흔들리기도 했고 구간이 바뀔 때에는 철컹하는 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일부는 바닥에 투명한 것도 있었는데, 이것은 요금이 조금 비싼 듯했다.

케이블카로 고도를 올려가면서 랑카위의 앞바다가 한눈에 들어왔다. 보석처럼 아름다운 열대의 바다색이었다. "와"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올 정도. 바로 아래에는 인간이 밟지 않은 열대우림이 있었고 저 멀리에는 푸른 바다가 있었다. 열심히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다 보니 어느덧 첫 번째 정류장에 도달할 수 있었다. 여기에는 이글 브리지라는 곳이 있었고 랑카위 섬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도 있었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풍경은 정말 장관이었다. 랑카위 섬의 모든 것을 볼 수 있었다. 다른 수식어는 필요 없고 '아름답다'. 바로 그것이면 충분했다. 전망대에는 원숭이도 있었는데, 일부 관광객은 그 녀석들과 함께 사진을 찍기도 했다.

1 정류장을 둘러보고 다시 케이블카에 올랐다. 건너편 산으로 이어지는 2번째 케이블카. 이번에는 다행히 우리 가족만 케이블카에 탑승을 했다. 2번째 봉우리가 조금 더 높아 보였고 그곳이 바로 정상인 듯했다. 조금 더 높은 곳에서 랑카위의 동서남북을 볼 수 있는 곳이었다. 바로 이곳이 말레이시아가 가장 북쪽을 전망할 수 있는 곳이었다. 여기에서는 모노레일이나 걸어서 스카이브리지까지 이동할 수 있었다. 우리 가족은 그곳에 가지 않아도 충분히 풍경을 즐길 수 있을 듯하여 스카이브리지 입장은 생략을 했다. 대신 최고 전망대에서 충분히 시간을 보내며 랑카위의 모든 곳을 눈으로 살폈다.

열심히 사진을 찍고 있는데, 아들 녀석이 날씨도 너무 덥고 배도 고프다며 투정을 부리는 것이 아닌가. 빨리 내려가고 싶다고 했다. 조금 더 시간을 보내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아들을 달래기 위해 아쉬움을 뒤로하고 내려가는 케이블카에 올랐다. 내려가는 케이블까지는 1 정류장에서 정차하지 않고 곧장 아래로 내려갔다.

내려가는 속도가 상당히 빨랐다. 급경사를 내려갈 때는 짜릿짜릿한 순간이 이어졌다. 다시 10여분을 내려왔고 처음 시작했던 매표소 입구에 무사히 도착을 했다. 그리고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우리가 머물 마지막 숙소로 차를 타고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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