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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하우스는 어떻게 마뗑킴을 키웠나 [비즈니스인사이트]

신생브랜드와 대기업 시스템, 그 이상적인 협업 모델

by 윰기자


"로고만 봐도 산다"

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팬층이 확고한 '마뗑킴'은 더 이상 신생 브랜드가 아니죠.


마뗑킴은 디자이너 김다인이 만든 브랜드입니다. SNS 기반의 팬덤으로 2015년 온라인에서 시작한 작은 패션 브랜드였습니다. 약 10년이 지난 지금, 마뗑킴의 위력은 대단합니다. Z세대를 사로잡고자 하는 플랫폼들은 앞다퉈 마뗑킴과의 협업에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마뗑킴의 이런 성장 중심에는 패션 브랜드 인큐베이터 ‘하고하우스’가 있습니다. 하고하우스의 투자 전 마뗑킴은 매니아층들이 좋아하는 작은 브랜드였지만, 하고하우스의 투자 이후 인기 대중 브랜드로 자리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하고하우스가 마뗑킴에 투자를 한 건 2021년, 불과 2년 만에 마뗑킴은 50억원대 매출에서 1000억원이 넘는 브랜드로 성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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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하우스 자본과 시스템, 그리고 마뗑킴 팬덤과 참신함의 시너지가 효과적이었던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하고하우스와 마뗑킴처럼 많은 대기업이 신생 브랜드에 투자하지만, 실제로 시너지를 내는 경우는 드뭅니다. 대기업의 시스템에 의해 브랜드 창의성이 억눌리거나, 시스템이 신생 브랜드 안에서 유기적으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하고하우스와 마뗑킴은 달랐습니다. 이들은 어떻게 달랐기에 짧은 기간 안에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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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하우스는?


우선 하고하우스는 대명화학그룹 계열사로 패션업계 ‘미다스의 손’으로 유명합니다. 다양한 신생 패션 브랜드에 투자를 하고 잘 성장시키고 있기 때문이죠. 하고하우스는 드파운드, 유니폼브릿지, 던스트, 보카바카 등 30곳이 넘는 패션 브랜드에 투자를 했습니다.


하고하우스에 대해서 자세히 들여다보면, 하고하우스를 단순히 패션 브랜드 투자 회사로만 보기에는 부족합니다.


하고하우스는 패션 브랜드를 발굴하고, 성장 전반을 함께 설계하며, 생산·유통·마케팅 등 전 영역에 관여하는 ‘브랜드 인큐베이터’죠. 2017년 설립 이후 유망한 브랜드에 초기 투자부터 운영 지원까지 밀착형으로 접근하며, 한국 패션 업계에서 독자적인 입지를 다졌습니다.


하고하우스는 패션 업게의 ‘성장 촉진제’ 역할을 자처해왔고, 그 철학과 시스템이 가장 잘 드러난 대표 사례가 바로 마뗑킴 투자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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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시스템 : 하고하우스식 시너지 전략


하고하우스가 어떻게 '브랜드 인큐베이터'역할을 했는지 그 시너지 전략을 살펴보겠습니다.


1. 전문 인력이 필요한 곳에 지원

참신함과 로열 팬층을 보유하고 있는 신생 브랜드 또는 작은 브랜드들이 한단계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전문성과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비용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재무 전략과 유통 및 재고 관리, 팬층을 확대하기 위한 상품 기획, 협력사 관리 등.


하고하우스는 성장가능성이 높은 브랜드를 발굴하고 투자한 후, 이들 브랜드들이 다음 단계로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부분을 지원합니다. 하고하우스가 보유한 노하우와 시스템, 인프라, 전문 인력을 투입해 브랜드의 한계를 보완하죠.


2. 디자인은 디자이너의 몫

대기업이나 투자기업이 스몰브랜드에 투자한 후 가장 흔하게 하는 실수가 투자받은 회사 고유의 특징과 색상을 지우는 일입니다. 대기업이 성장한 방식을 주입하는 것이죠.


이런 경우 브랜드의 색깔을 흐리지게 되고 오히려 기존 팬덤을 잃게 만듭니다. 기존 팬덤도 잃고 차별성도 사라지게 되니 새로운 팬덤도 유입하지 못하고, 그냥 이런저런 브랜드가 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하고하우스는 투자한 브랜드의 방향성, 콘셉트, 디자인, 세계관 등에는 개입하지 않습니다. 마뗑킴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 결과, 고객들은 ‘본질이 유지된 브랜드’에 계속해서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3. 팬덤의 힘을 시스템으로

하고하우스는 작은 브랜드가 팬들과 소통해온 방식을 그대로 이어가면서 팬덤을 키워왔습니다. 이러한 진정성 있는 소통에 더해 하고하우스의 오프라인 경험, 글로벌 협업, 새로운 상품 카테고리를 연결하며 브랜드 외연을 넓혔습니다.


가령, 하고하우스는 마뗑킴의 방향성과 세계관을 공감하지 않는 고객들을 무리해서 팬으로 만들지 않는 것이죠. 브랜드를 성장시키면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마뗑킴을 알리고 마뗑킴에 공감하는 사람들을 하나둘씩 팬으로 만드는 방식입니다. 그러다보니 마뗑킴의 고객은 로열티 높은 팬층으로 이뤄지게 되고, 팬덤이 커지다보면 마뗑킴에 관심이 없었던 사람들도 조금씩 마뗑킴에 스며드는 전략이죠. 이렇게 눈덩이처럼 조금씩 쌓이면서 단단하게 형성된 팬덤은 쉽게 무너지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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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 모델이 성공했을까?


마뗑킴의 성장은 기업의 자본 및 시스템과 작은 브랜드의 참신함이 잘 맞아떨어져 성공한 사례입니다.


여러 기업들도 이러한 모델을 시도했죠. 하지만 이론적으로는 쉬워보이나 성공적인 결과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습니다.


대기업과 신생 브랜드가 ‘진짜 시너지’를 내기 위해 하고하우스가 다음 세 가지 조건을 충실히 잘 지킨 덕분이었죠. 또한 양사가 같이 성장하겠다는 신뢰가 깊게 쌓인 덕분이기도 합니다.


브랜드 자율성 보장

비즈니스 운영 지원

팬덤 중심의 성장 설계


많은 조직이 이 중 하나만 강조하다 실패합니다. 하지만 하고하우스는 세 가지 요소를 균형 있게 연결했습니다. 이 균형감이 결국 ‘지속 가능한 성장’을 가능하게 했습니다.


직장인들을 위한 비즈니스 인사이트 - 시너지는 '전략적 실행'에서 나온다


마뗑킴과 하고하우스의 성공 사례는 단순한 운이나 한 사람의 재능으로 이뤄진 결과가 아닙니다. 창의성과 시스템, 팬덤과 비즈니스, 검증과 확장이라는 핵심 요소들이 정교하게 설계되고 실행되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이러한 방식은 비단 패션 업계에만 적용되는 전략이 아닙니다.


조직 내 신사업을 맡고 있거나, 외부 스타트업과 협업을 추진 중이라면 이 사례에서 배울 수 있는 점이 분명합니다.


‘브랜드의 자율성은 존중하되, 비즈니스의 본질은 놓치지 않는 것.
팬덤을 감성적으로만 소비하지 말고, 전략적으로 설계하고 확장할 것.’


쉬워보이지만 실행으로 옮기는게 정말 쉽지 않는 전략이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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