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고지순 Mar 01. 2018

내게 맞는 회사 확인법

준비된 기업

첫 번째 이직을 경험해본 사람은 새로 옮긴 직장이 딱 마음에 들진 않는다. 전 직장에서 편하고 좋았던 기억들이 떠오르고 면접 때에 봤던 온화했던 팀장은 점점 대하기 어려워진다. 이러한 상황들이 악화되면 뒤늦게 이직을 후회하거나 또다시 이직을 감행한다.


무엇이 문제이길래 만족스러운 이직을 하지 못할까?



굴지의 대기업에 다니는 왕 대리는 이직을 고민하게 된다. 연봉은 만족스럽지만 삶의 질은 최악이었다. 퇴근하고 집에 오면 갓돌 지난 아기는 자고 있다. 새벽에는 꿈나라에 가있는 아가의 얼굴에 대고 출근 인사를 한다. 그리곤 어느 때부터인가 아가는 아빠의 얼굴을 잘 기억하지 못한다.


주말에는 부모님 댁에 가야 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아내는 어머니에 대한 섭섭한 마음을 쏟아낸다. 피로감이 밀려오고 핸들을 잡은 손은 천근만근 무겁다. 집에 도착하면 대자로 뻗어서 자고 싶은 맘이 굴뚝같다. 하지만 주말은 유일하게 가족과 함께 보내는 소중한 시간이라 그리 할 순 없다.


일과 삶이 조화된 직장은 없는 것일까? 오랜만에 갖는 입사동기들과의 술자리에서 빠지지 않는 주제다. 왕대리는 동기들에게 돌 지난 아들 사진을 보여주면 자랑을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왠지 모를 공허감이 자리한다. 소주로 빈 구석을 채워보려 하지만 마시고 부어봐도 소용이 없다.


오랜만에 정시 퇴근을 해본다. 그런데 이상하다. 지하철역은 퇴근하는 직장인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어떻게 이 많은 직장인들이 이 시간에 퇴근을 하지? 왕 대리는 눈앞의 풍경이 너무나 낯설다. 하지만 머리 속은 이미 알고 있다. '퇴근시간이니 그렇지'


이직에 대한 갈증이 심해진 왕대리. 몸담고 있는 직장에 대한 애사심과 일에 대한 열정은 식은 지 오래다. 업무도 손에 잡히지 않는다. 하지만 왕대리는 이직하는 방법을 모른다.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직장을 찾지?


더 좋은 직장이란 객관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좋은 조건을 모두 갖춘 직장은 없다. 직장에 대한 평가는 각자의 기준이고 가치관이다. 높은 연봉을 원하는 직장인은 왕대리가 부럽다.


왕 대리는 이직한 선배들을 한 명씩 만나보기로 했다. 특히 같은 이유로 이직을 한 공 선배부터 만났다. 왕대리의 얼굴을 본 공 선배는 직감적으로 후배의 고민을 읽는다. 그리고 첫마디를 뱉는다.

"얼굴이 어두운 걸 보니 회사생활이 힘들구먼"  왕대리의 고민을 들은 선배는 잠시 눈을 감고 생각을 가다듬는다.

"이직을 통해서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을 순 없어. 연봉을 많이 주면서 정시퇴근을 하는 직장은 없다고 봐야 해. 솔직히 정시에 퇴근할 수 있는 직장들을 생각해봐. 박봉이라고 투덜대는 공무원 친구도 요새 매일같이 야근하는데....."


다음에는 페이스북에 가족들과 함께한 사진을 주로 올리는 정 선배를 만났다. 선배의 페북을 보고 있자면 과연 이분이 직장을 다니는 사람인가 하고 의심할 정도로 여행지와 맛집들로 도배가 되어있다. 정 선배는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아시는 분의 작은 무역회사로 이직했다.

"왕 대리, 내가 이직한 곳도 업무강도가 약하진 않아. 오히려 작은 기업은 인원이 적어서 하나부터 열까지 담당자들이 업무를 챙겨야 해. 그런데 여기 사장님의 경영철학은 야근을 권장하지 않아. 연봉이 적은 대신 사장님은 직원 복지에 더 신경을 써주시는 듯 해."

대부분의 중소기업이 직원 복지에 신경 쓰지는 않는다. 여러 번 중소기업으로 이직한 경력자들은 인품이 훌륭한 사장님을 원하지만 내게 꼭 맞는 보스는 없다. 직원들의 잦은 퇴사를 경험한 중소기업 사장들은 직원에게 정을 잘 주지 않는다. 곧 떠나리라는 예측과 사람들을 통해 상처받지 않으려는 자기방어일 듯하다. 모 사장님은 남자는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좀 키워놓으면 사업한다고 뛰쳐 나 가거든"

 

세 번째 만난 성 선배는 최근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창업을 준비하고 있다. 왕 대리는 선배의 결단력에 부러움 반, 걱정 반의 시선으로 본인의 근심을 털어놓았다.

"왕 대리. 내가 여러 번 직장을 옮겨 다녔는데 결국 직장을 다닌다는 것은 내 시간과 역량을 기업에 파는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어. 만약 지금 다니고 있는 직장에서 월급을 안 주면 대부분의 직장인은 바로 그만둘 거야. 경영주 입장에서는 급여를 주는 만큼 원하는 것을 더 많이 얻어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직원들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지. 그래서 직원들은 노조를 만들고 노사협의체를 통한 조율이 필요한 거 아니겠어? 이제부터는 내가 선택한 방향으로 내 시간을 쓸 거야."


"형님. 나중에 직원을 뽑게 되면 같은 생각으로 운영하실 건가요?"

이직에 관한 문의사항 중에 보수적인 직장인가?라는 질문이 많다. 보수적이라 함은 위계질서를 중시하여 상명하복 하는 문화일 것이라 생각한다. 즉 개인의 자유를 침해받을 여지가 많고 , 비합리적인 상황에 순종해야 하는 것 아닌가 라고. 하지만 보수적인 기업도 능동적인 직원을 원한다. 시키는 일만 하는 직원이라 생각되면 담당하는 업무량이 점점 늘어난다.  



잦은 야근과 높은 업무강도라는 이직 사유를 이력서에 쓸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직의 관점을 본인의 생활환경 개선활동이라는 현실적 측면이 아닌 내 역량을 개발하고 펼칠 수 있는 미래지향적인 선택 행동으로 보는 것이 좋다. 남의 시간에 휘둘리지 않고 내 시간을 쓸 수 있는 그 날을 위해서.  




 


매거진의 이전글 준비된 이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