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의 순간
Y 선배와 강남에 위치한 H 빌딩 정문 앞에서 만났다. 선배는 평상시처럼 밝게 웃으며 나를 반겨주었다. 저녁 무렵이니 의례 술집으로 향하려니 했는데 할 일이 있다며 우리 앞에 우뚝 선 빌딩을 응시했다. 그리곤 빌딩 주변을 걷기 시작했다.
어떤 일인지 궁금한 마음에 바로 물어보고 싶었지만 이미 앞장선 선배는 인적이 드문 빌딩의 뒤편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나는 호기심에 따라서 가보았다. 그런데 그 선배는 다시 빌딩을 돌아서 정문 앞으로 나왔다.
그리곤 내게 말을 걸었다. "실은 합격기원 탑돌이 하는 거야. 세 번 돌아야 해. 허허"
탑돌이는 원래 승려가 염주를 들고 부처님의 뜻과 공덕을 노래하면서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불교의식에서 유래한다. 현대에서는 일종의 민속놀이가 되어서 개인적인 염원을 기원하기도 한다.
빌딩을 탑이라고 생각하며 마지막 한 바퀴를 돌고 있는 선배에게 질문을 던졌다.
"누구의 합격을 기원하는 거예요? "
세 번을 마저 돌고 술집으로 향하는 길에 진실을 알겠되었다. 친한 친구가 얼마 전에 H 기업 최종면접을 봤는데 합격을 기원해 주고 싶었다고 했다. 그리고 그 대기업이 아까 돌았던 높은 빌딩이었던 것이다.
무언가를 기원하는 행위는 간절한 마음에서 비롯된다. 자식의 합격을 소망하는 어머니의 기도는 누구도 의심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간절한 마음이 느껴지고 전달되기 때문이다.
간절함은 합격을 위한 보이지 않는 스펙이다.
경력자의 이직활동에 있어서도 간절함은 합격을 좌우한다. 간절한 마음은 사람을 준비하게 만들고 행동하게 한다. 입사하고 싶은 기업이 생기면 해당 기업에 대한 소식들이 궁금해진다. 관련 기사들을 찾아보고 더 나아가 해당 기업에 재직하고 있는 사람도 만나본다.
즉 간절한 마음은 스스로를 움직이게 한다. 또한 그 간절함으로 스스로를 돌아보게 한다. 설령 무언가를 이루지 못했을 지라도 부족한 부분을 채우게 하여 미완성을 완성으로 이끈다.
간절함과 욕심은 바로 이 부분에서 다르다. 욕심은 외부에서 얻어서 내면을 채우려고 하고 간절함은 내면에서 채워서 외부로 나아가게 한다는 어느 교수의 얘기처럼 간절함의 근원은 겸손과 자기 인정에 있고 욕심의 근원은 은 이기적인 자기 애에 있다.
내면을 채우려면 우선 현재 직면하고 있는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본인의 진정한 모습 또는 역량을 제대로 파악해야 단순한 욕심이 아닌 간절함이 생긴다. 욕심은 채워지지 않으면 마음속에 공허함이 밀려오지만 간절함은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용기를 준다.
친구의 합격을 기원한다는 영혼 없는? 말 한마디보다 탑돌이라는 행동이 더 진정성 있게 느껴진다. 입사동기에 관한 면접관의 질문에 대한 답변이 형식적이고 궁색하다고 느낀다면 정말 간절한가라고 스스로에게 질문해 봐야 한다.
간절함은 내면을 돌아보고 행동하게 하는 동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