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회사는 기업문화가 좋으니 돈을 많이 드리진 않겠습니다. (당당)
올해 고과는 S를 받으셨고요. 그래서 무려 5% 올려드립니다.
대기업에 재직 당시, 회사에서 매년 연말에 듣는 연봉과 관련된 이야기는 저거였다. 내년엔 몇 프로를 더 인상하게 될 겁니다. 정확한 퍼센트는 사실 인사 비밀이니 각색을 하였지만, 사실 큰 맥락에서 회사원이 경험하는 연봉협상은 위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연봉협상 그런 거 잘 없다. 연봉은 통보다.
사실 생각해보면, 사회 초년생 시절에 커리어 시작하면서는 어땠나? 회사마다 다를 순 있지만, 나는 첫 출근날 까지도 내 연봉을 알지 못했다. 그냥 인터넷에서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것으로 대충 '대기업이라 높다더라.' 정도의 이야기만 듣고 갔다. 삼성전자는 PI가 연봉만큼 높다더라(?!), SK에서는 에너지 & 텔레콤이 가장 잘 준다더라, 뭐 이런 이야기 말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사실 첫 이직 전까지 제대로 된 연봉협상을 경험하는 경우가 진짜 잘 없다. 드물다.
나의 첫 이직 준비 과정에서 한 일 중 하나는, 바로 '연봉협상 잘하는 법'을 찾아보는 것이었다.
아직도 구글 검색 결과가 그때와 동일하게 나오는데, 진짜 아래 글을 보고 엄청 웃었던 기억이 난다.
여러분은 그러므로, 연봉협상을 할 때는 몸을 만들자. 3대 500 정도면 어떨까.
그다음으로 발견한 글들이 대부분 하는 이야기 중 하나는 이거였다. 마치, 해외 자기 계발 포스트를 국문으로 번역해 둔 느낌과 같은 글들이었는데, 나의 가치를 기준으로 회사에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하라는 이야기였다.
아니 근데, 그런 거 말고.
뭔가 이미 산전수전 다 겪어서, 굳이 이런 글 찾아보지 않아도 연봉협상에서 나의 강점을 잘 정리해서 "저는 1억 정도 받았으면 합니다. 대체 불가능하거든요."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거 같은 사람들의 이야기 말고, 차곡차곡 성실히 회사생활 한 나 같은 평범한 사람은 연봉협상을 어떻게 해야 하냐?
내가 대체 불가능한 사람이었으면, 연봉협상도 크게 고민 안 하지 않았을까? 뭔가, 나에게 딱 와 닿는 연봉협상 방법을 알려주는 글은 없었다.
이렇게 물어볼 수는 없지 않은가. 아무리 친한 선/후배 또는 동기끼리도 연봉에 대해서는 탁 터놓고 이야기하기가 어렵다. 입사 초기 1-2년 차 때야 동기들이랑 거의 큰 차이 없다고 하지만, 중간중간 서로 평가도 다르고 부서에 따라 성과도 다르다. 이른 이직을 한 동기/선배/후배들이라도 생겼다 하면, 누구는 얼마를 올려서 갔네~ 따위의 이야기는 듣게 되지만 결국 연봉은 각자 천차만별이 된다.
그렇다 보니 탁 터놓고 '연봉협상은 어떻게 해요?'라고 물어보기도, '그래서 선배는 얼마나 받았어요?'라고 얘기하기도 참 어렵다.
오죽, 연봉협상에 대해서 몰랐으면, 나의 첫 이직 연봉협상은 정말이지 끔찍했다.
모 외국계 기업에 지원하게 된 일이 있었을 때, 그곳에서 나를 추천해준 분이 나에게 이렇게 물었다.
모 팀장님: ㅇㅇ과장은 지금 대략 얼마 받아?
나: 예, 저 X천만 원 정도 받습니다.
모 팀장님: 오케이, 그 정도에 그 정도 직급이면, 우리 회사에서 맞춰줄 수 있을 거예요.
여기서 X천만 원은, 사실 회사에서 받고 있는 '기본급'을 기준으로 책정한 금액이었다. 정기적으로 받고 있는 인센티브는 모두 제외하고, 회사에서 제공되는 다른 부차적인 현금성 복지들도 모두 제외한, 순수한 '월급' 말이다.
그 대화를 나눈 뒤, 그 회사의 인사팀에서는 나에게 따로 연락을 취했다.
인터뷰를 더 진행하기 전에, 우선 희망연봉을 듣고 진행하고 싶다고 했다.
나는 아주 순진하게, 이런 생각을 했다.
내가 희망하는 연봉은, 원천징수 영수증에 찍히는 Y천만 원에서 최소 10% 정도는 올랐으면 좋겠다. 면접이 시작되기도 전에 너무 금액을 많이 부르면 돈만 밝히는 사람처럼 보일 수 있으니까, 일단은 X천만 원 정도를 희망 연봉이라 적어 보내자.
문제의 포인트가 보이는가? 내가 생각하는 연봉은 사실 Y에서 시작한다. 하지만 '연봉계약서'에는 사실 X만 찍혀있다. 결국 나는 이 회사에 'X천만 원이 희망 연봉이다.'라고 적어 보냈다.
결론적으로, 나는 내가 기존에 벌어들이고 있던 수익보다 낮은 금액을 적어 보낸 것이다. 최종적으로 합격하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이 될 정도로, 지금 와 생각해보면, 정말 큰일 날 생각이었다.
Gmail을 사용하는 덕분에, 지금도 그때의 이메일은 내 메일 보관함에 고이 잘 남아있다.
드립과 티저가 난무하느라, 본론이 좀 늦어졌다. 뭔가, '연봉협상 잘하는 법'에 대해서 글로 배우면서 느낀 막막함, 화남, 어려움 등을 다시 한번 공유하고 싶었다. 그리고, 거기서 끝나지 않고 '나의 연봉 협상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
뭔가 연봉 협상을 잘하는 방법에 대해서 라기보다는, 연봉 협상은 어떻게 흘러가고, 어떻게 정리하여 회사 측에 설명을 하면 좋을지에 대해서는 최소한 알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그 이야기를 한번 이어서 해보려고 한다.
그럼 연봉 협상을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어지는 글과 함께 알아보자.
(혹시 많이 급하신 분들을 위해, 정말 솔직한 버전의 연봉협상 방법은 저의 인프런 강의 내에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