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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xxx Aug 27. 2020

디자인을 왜 학원에서 배워요?

그거 반값에 더 잘 가르쳐 줄 수 있어.


 요즘엔 유행처럼 산업/제품디자인 관련 대학생을 상대로 하여 학원처럼 툴 강의를 펼치는 곳들이 있다. 결국 '학원'이라는 정의로 귀결되지만 그 앞엔 '아카데미'이니, '클래스'이니, '스터디'이니 서로 다른 이름들이 있다. 근데 뭐. 돈 받고 학생들에게 기초 디자인 스킬을 알려주는, 그냥 '학원'이다.



 사업성을 발견한 일부 현직 디자이너들과, 불안한 앞날에 대해 지푸라기라도 잡아 보겠다는 대학생들의 수요가 들어맞아 입시 미술과 같은 하나의 산업으로 변하게 된다. 단기적으로는 그 산업 내에서 수익을 올리고 일부는 배가 부를 수 있겠지만 입시 교육의 획일화만큼이나 디자인을 전공하는 대학생들의 다양성을 학원, 아카데미로서 획일화시켜 버리는 것 같아 안타깝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국제 공모전의 수상 실적이 대기업 취업에 있어 필수 요건인 것 마냥 떠들어 국제 공모전 필 수상을 조건으로 강의를 만들고, 수상을 못 할 경우 일정 금액을 refund 하는 것을 공략으로 내거는 곳도 있었으니. 이 사이트는 한때 디자인 전공 대학생들이 가장 쉽고 빠르게 정보를 얻을 수 있었던 유일한 국내 사이트였다. (별로 재미를 못 봤는지 해당 상품은 사라졌다.) 혹은 '실무에서 사용하는' 등과 같은 수식어를 붙인 코스로 마치 회사에서는 필수적으로 필요한 교육을 받아야 하는 것처럼 홍보하는 곳도 있다.



 홍대 앞에 빼곡히 들어선 미술학원들은 대학입시(혹은 편입)를 보장하는 전제로 수업료를 받는다. 단지 그뿐이다. 디자인과 미술을 배우기 위해 처음으로 연필을 드는 학생들에게 장기적인 교육을 위한 첫걸음을 마련해 주는 것이 아닌 단기적인 목표인 대학입시를 위한 비용이다. 디자인, 미술을 전공하는 사람이라면 대다수가 공감할 내용이다. 입시 미술에서의 교육들 중 실제 대학에서 쓰이는 것이 무엇이 있는지 생각해본다면, 입시미술산업의 그 규모가 가히 허무하게 느껴진다. 단지 대학의 턱을 넘기 위한 '기교'를 습득하는데 얼마의 비용을 지불하였는가.



 아무리 목이 말라도 대학생으로서 디자인을 공부하는 입장에서는 입시 미술과 그것을 달리 해야 한다. Tool은 Skill 중 하나다. Skill은 디자이너가 디자인을 하기 위한 도구, 말 그대로 Tool이다. 돈을 주고 학원을 다니고 그것으로 스킬을 익혀서 어느 정도의 레벨에 오를 수 있는 것이 디자인이었다면, 역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수많은 디자이너들의 자급자족형 커리어는, 도대체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실무 디자인 프로세스'라는 것도 배운다고? 웃기지 마라. 실무에선 정형화된 프로세스가 없다. 있을 수가 없다. 있어서도 안되고. 브레인스토밍이니, 애자일이니 하는 걸 떠든다면 차라리 헤묵은 것이라도 납득이 되겠지만, <스케치-2D 렌더링-모델링-3D 렌더링-프로토타입>으로 이어지는 것을 '실무 프로세스'라고 한다면 그것을 배우고 있는 애꿎은 대학생들만 안타까워질뿐이다. (나중엔 연애하는 것도 가르쳐 주는 학원이 생길 기세다. 아 이미 있지 참.)



 조금 고루하고 원론적인 이야기가 될 수 있지만, 디자인이라는 분야는 분명 고등교육에서 시행되는 입시의 그것과 다른 성질, 깊이를 가져야 한다고 항상 생각한다.

대학은 스스로 연구하고 개척하는 곳이다. 과장해서, 주입식 교육을 금지시켜도 된다고 할 정도로 연구의 범주가 넓어지고 다양한 방법과 시선과 사유와 철학으로 특정 분야에 대한 전문가가 될 토양분을 쌓는 곳이다.


 치열한 취업시장의 현실에서 멀쩡한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도 일자리 하나 구하지 못하는 세태가 안타깝긴 하지만 그 돌파구가 학원에서 배우는 Tooling에 있는 건 아님을 깨달았으면 한다.


 차라리 좋은 공간, 좋은 물건을 직접 보고 그것들이 왜 사람들의 흥미를 사는지를 깊이 고민해보는 게 생각과 시각을 확장하는데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디자인이 아닌 다른 분야에선 어떤 고민거리가 주류인지, 같은 이슈에 대해 어떻게 다르게 접근하는지를 찾아본다던가, 내가 좋아하는 제품이나 회사의 다음 디자인이 어떨지 예측해보고 그려보는 게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50~100만원 가량이나 하는 큰 금액으로 책정되는 그들의 '코스'는 디자이너로 당신의 커리어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 될 것들인지, 모델링(심지어 라이노)이나 렌더링 스킬을 배우는 것에 그만한 돈을 지불할 가치가 있는 것인지 스스로 자문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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