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예상치 못한 곳에서 의외의 위안을 받을 때가 있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처음 듣는 멜로디에 몇 시간이고 생각에 잠기기도 하고,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사람이 남겨준 댓글 하나에 몇 달 간 끙끙 앓던 슬럼프를 극복하기도 한다.
그 날도 그랬던 것 같다.
기계적으로 반복하는 날아다니는 행위에 공허함을 느끼고 있었는데,
우연히 들린 기념품샵에서 엽서 한 장을 발견했다.
2018. 6. 20_ 체코_ 체스키 크롬로프_ 에곤쉴레 아트센터 뮤지엄샵
(Egon Schiele Art Centre, Cesky Krumlov, Czech)
새장과 그 새장을 벗어나 날아가고 있는 새,
본인이 날아가고 있는 길이 또 다른 새장으로 향하고 있는 것도 모른 채 날고 있는 모습이
나의 상황과 겹쳐져 동질감이 들었다.
그렇게 엽서는 나와 한국으로 왔고,
여느 기념품들처럼 뜯지도 않은 봉투에 담겨 서랍 속에서 잊혀졌었다.
그러다 어제 또 한 번 우연히 이 엽서를 발견하게 되었다.
지금은 비행을 쉬고 있어서
엽서를 살 때 느꼈던 그 때의 감정들이 완전히 공감되지는 않지만,
그 때 이 것을 집어들었던 내 모습이 어렴풋이 기억나
그 때의 감정을 복기하는 마음으로 따라 그려보았다.
2018. 9. 22_ 대한민국_ 서울_ 내 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