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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스완 마인드셋] 3. 내키지 않는것 탐험

by 싸이링크

나는 헬스장을 싫어했다. 살을 빼기 위해서든 체력을 키우기 위해서든, 자발적이든 가족의 권유든 1주일을 넘긴 적이 없었다. 아침에도 해보고 오후로 바꿔보기도 했고, 혼자도 해보고 가족과 함께도 해봤지만 결과는 항상 같았다.


그런데 지금은 벌써 6개월째 다니고 있다. 빠진 날도 꽤 있지만 내게는 기적 같은 일이다. 첫 주에는 처참했다. 레그레이즈와 토르소는 단 한 번도 못했고, 펙덱플라이와 레그 익스텐션은 엉뚱한 부위에 힘이 들어갔다(펙덱플라이는 가슴이 아닌 팔꿈치에, 레그 익스텐션은 허벅지가 아닌 무릎에). 러닝 머신만 편하게 했었다.


요즘은? 레그레이즈 15회 4세트, 토르소 15회 6세트, 펙덱플라이와 레그 익스텐션은 15회 5세트가 일상이다. 한 달 전부터는 무게까지 한 단계 올렸다. 집에 와서 몸이 뻐근하지 않은 걸 보면 아직 강도가 약한 듯 하지만, 이 정도면 예상 밖의 진전이다.


과거와 무엇이 달랐을까? 첫째, 건강에 대한 위협을 실감했다. 약이 필요한 증상이 늘어나고, 별것 아닌 일에도 피로해져서 할 일을 못했다. 둘째, 러닝머신만 할 때와 달리, 0번이던 횟수가 늘어나는 게 눈에 잘 보였다. '어라? 진짜 늘었네?!' 세째, 구립 스포츠센터의 특수성이 주는 묘한 동기부여다. 갓생 젊은이들 대신 노인분들이 주류인 이곳에서는 운동이 인스타 피드같은 것이 아니라 밥상같은 것으로 느껴졌다.


독서클럽에서도 의외의 발견이 있었다. 이전에는 '흥미로운 책'을 기준으로 클럽을 골랐는데, 올해는 '나의 현안에 연관된 주제'로 기준을 바꿨다. 아쉽게도 이 클럽들은 책이 영 내키지 않았다(평생 손대지 않았을 책들!). 하지만 이런 클럽들은 책 내용보다는 참여자들의 삶에 더 관심을 보였다. 예상치 못한, 기분 좋은 따뜻함이었다.


내키지 않던 것에서 긍정적 경험을 한 것은 나만이 아니다. 남편에게 내가 좋아하는 커뮤니티를 권했을 때, 2가지 이유로 거부했다. "사업에 집중해야 한다"와 "과거 커뮤니티 경험이 별로였다."


내가 권유했던 이유는 남편이 사업에 매달릴수록 시야와 감정이 좁아진다고 느꼈기 때문이었다. 남편은 지금까지 자신의 본모습과 공명하는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거의 없었다. 일터에서든 취미에서든. 통하는 사람 없이 사는 건 참 외롭고도 지치는 일이다. 생존 경쟁 환경은 점점 척박해지는데다 마뜩잖은 사람들로 둘러싸여 있으니, 생각이나 감정을 넓힐 에너지가 고갈될 수 밖에. 많은 50대의 모습이 이럴 것이다. 점점 좁아지는 세계 속에서 홀로 버티며 살아가는.


나는 커뮤니티에서 돌아올 때마다 "오늘 이런 일이 있었는데, 딱 여보 스타일이야"라고 말했다. 두어 달 후 남편은 그 커뮤니티에 가입을 했다. 그리고 지금은 그 커뮤니티의 가장 열성적인 멤버가 되어 있다. 그와 관련한 이야기를 할 때면 언뜻 본연의 모습, 소년같이 달뜬 모습이 보인다. 아주 뿌듯하다!


커뮤니티에 대한 마뜩잖음이 왜 바뀌었을까? 첫째, 외부로부터 반복적이고 긍정적인 자극이 있었다. 때로는 타인이 자신의 가능성을 더 잘 보기도 한다. 둘째, 이전에 경험했던 커뮤니티와는 다른, 블랙스완 같은 커뮤니티가 있었다.


내가 헬스장을 싫어했던 이유, 남편이 커뮤니티를 마뜩잖아 했던 이유는 맥락은 다르다. 하지만 나도 남편도 대상을 대표하는 이미지를 떠올리고 그것을 이런 저런 말로 표현한 것일 수 있다. 나는 '갓생사는 젊은이들을 힘겹게 따라가는 모습', 남편은 '가면을 쓴 사람들이 서로를 배려하지 않는 모습'


이미지의 힘을 역이용해서 내키지 않는 것에 대한 거리감을 좁힐 수 있지 않을까? 내키지 않는 이유를 다각도로 분석하고, 그들을 거스르는 시나리오를 구성하는 gpts를 만들었다. 그런 후 4컷 이미지를 만들었다. 원래는 동영상 또는 근사한 이미지를 만들어 보려 했으나 실패했다.


내키지 않는 것으로 주식 매매를 들었다. 코스피 3000을 훌쩍 넘는 요즘, 주식을 안하면 바보 같다는 압박감이 든다. 하지만, 과거에 타이밍이 안 맞아서 손해를 봤던 종목이 여럿이라 겁이 나서,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미뤄두는 중이다. gpts와 이 점에 대해 대화를 나누어 보았다.

싫은것탐험.png

다음은 대화 끝에 gpts가 제시한 시나리오다. 투자자보다 메타 분석자가 더 어려운 것 같기도 하지만, 속도에 대한 두려움이 조금은 줄어드는 것 같기도 하다.


싫은것탐험_시나리오.png


위 시나리오를 4컷 카툰에 맞게 구체화해 달라고 한 후, 이것을 챗GPT에 주고 그림을 그려달라고 했다(한글이 깨져서 일부 글자를 따로 붙였다). 카피 꽤 괜찮은걸?! 이미지화하니까 좀 더 설득력이 있기도 하다.

싫은것탐험_이미지.png


50대의 '내키지 않음'에는 세월만큼 오래된 이유가 있다. 하지만 그 이유들은 유통기한이 지났거나, 한쪽 면만 보고 내린 성급한 판단일 수 있다. '내키지 않는다'를 불변의 진리가 아니라, 탐험해 볼만한 미지의 것으로 여겨보자. 예기치 않은 기회와 마주하게 될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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