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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스완 마인드셋] 4. 영양가 있는 정보 섭취

by 싸이링크

"Garbage In, Garbage Out." 익숙한 말이다. 뒤집어서 "Quality In, Quality Out"이라고도 한다. (중간 과정도 중요하지만) 결국 입력의 질이 곧 출력의 질을 결졍한다는 뜻이다. 내겐 특히 신경쓰이는 말이다.


'[블랙스완 마인드셋] 2. 생각의 생산성 향상'에서 저장된 정보를 활용하는 방법에 대해 다뤘었는데, 나는 정보 활용에 앞서 수집단계에 문제가 있다. 오랜 시간을 들여 ‘Garbage’를 수집하기 때문이다.


정보의 소비 workflow에 대해 생산성 전문가 Tiago Forte가 만든 (나도 만들 수 있을 것 같이 당연한) CODE 시스템이 있다.


Capture (수집) - 아이디어, 영감, 흥미로운 정보 등 마음에 와닿는 모든 것을 기록하고 저장한다

Organize (정리) - 수집된 정보를 분류하여 정리한다

Tiago Forte는 PARA(Projects, Areas, Resources, Archives)라는 정리 체계를 제안다. 정보를 단순히 주제별로 분류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Project)', 장기적으로 관리할 '영역(Area)', 참고용 '자료(Resource)', 완료된 '기록(Archive)'으로 분류하여 언제든 꺼내 쓸 수 있게 한다.

Distill (정제) - 저장된 정보의 핵심을 요약하고, 가장 중요한 내용을 추출. '정보의 과부하'를 막고, 정보에 담긴 진짜 가치를 발견하게 한다. 하이라이트 표시, 요약문 작성, 내 생각 덧붙이기 등의 방법이 있다.

Express (표현) - 정제된 지식을 바탕으로 글쓰기, 프로젝트 기획, 강연 등 새로운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이 CODE 시스템에 따라 나의 정보여정지도 Information journey map를 만들어 보았다. Capture는 저장까지가 아니라 수집 채널 세팅까지로 했다.


Capture - 제일 문제다. LLM을 포함해서 다양한 채널에 발을 걸쳐 놓았다. 하지만 하루만 지나도 오픈챗방에 수백 개 메시지가 쌓이는 상황이다 보니 정보를 잘 안본다. 더 정확히는 중요도 역순으로 정보를 본다. 중요한 정보는 너무 많은 에너지가 들 것 같아 '본격적으로 보기 전에 가볍게' 흥미위주의 정보부터 살핀다. 그러다 어느새 눌러앉아 버린다. 채널도 다양해 여러 채널을 두루 돌기보다는, 처음 발을 디딘 것에서 휘휘 훑다가 마무리한다. 필요한 것을 골라 담는 게 아니라, 그저 배회하는 모양새다.


Organize - 수집 단계보다는 낫다. 내용별, 상태별로 구분해서 북마크를 하거나 노트북에 저장하고 옵시디언에 정리해 두기도 한다. 옵시디언 저장물 중 가장 큰 부분은 책 정리다. 그 외의 정보는 주로 내 머리 속에 저장한다. LLM도 많이 활용하는 편이어서, 일부를 저장한다. 책 정리에 시간이 많이 들고, 온라인 정보는 잘 저장하지 않아 같은 정보를 다시 찾는 경우가 잦다.


Distill - 비교적 순조롭다. 있는 정보를 연결하고 요약하고 비교하는 데 익숙하다. 전에는 표로 정리하거나 머리 속에서 생각을 짜 맞췄지만, 이제는 옵시디언과 LLM 덕분에 좀 수월해졌다. 수동으로 정보를 탐색하는 비중이 커서 태그나 링크를 정교하게 사용하는 사람보다는 느리긴 하지만, 이 단계는 별 문제를 느끼지 않는다.


Express - 수집 단계 다음으로 문제다. LLM과 협업해 초안을 다듬지만, 딱 맞는 결과를 얻기 어렵다. 수집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다 보니, 정작 중요한 표현 단계에 소홀해진다. 충분히 자주 시간을 내지 않으니, 글을 쓰거나 기획안을 만들 때마다 부드럽게 흐르지 않고 늘 뻑뻑하다. 하고 싶은 메시지는 분명한데, 그것을 풀어내는 데 시간이 지나치게 오래 걸린다.



표현 단계에 더 많은 에너지를 쏟으려면, 먼저 수집 단계의 병목을 풀어야 했다. 처음에는 수집 효율을 높이는 도구를 직접 만들어 보려 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원하는 조건은 세 가지였다.


첫째, 시각화가 편안하고 부담 없이 눈에 들어와야 한다는 점.

둘째, 정보를 한곳에 모아볼 수 있어야 한다는 점.

셋째, 소수의 핵심정보만 제공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Claude가 그려 준 아웃풋 이미지(위 이미지)를 참고해, 여러 LLM에 물어가며 n8n, google sheet, Apps Script, lovable를 섞어 개발 도구를 구성했다.


하지만, n8n에서 시작하자마자 RSS를 지원하지 않는 사이트에서 정보를 추출하기 위해 css selector를 설정하는 데에서부터 막혀버렸다. LLM이 시키는대로 개발자 도구를 들여다봤지만,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LLM이 이러이러하게 생긴 부분을 찾아보라 하는데, 내 눈엔 그게 보이지 않았다. 며칠간 LLM과 씨름하며 해결책을 모색했지만 쉽지 않았다. 결국 기존 툴을 사용하기로 했다.


먼저, GPT의 task 기능을 써보았다. 출처를 일일이 지정할 필요가 없어서 편리했다. 하지만, 결과는 만족스럽지 않았다. 프롬프팅과 달리, 몇 달 전 게시물을 보여주는 때가 종종 있다보니 매일 같은 게시물이 반복되는 경우가 잦았다. 게다가 영어 게시물이 주를 이루고, 내가 접근할 수 없는 게시물도 종종 있었다. 내가 지정한 사이트에 GPT가 접근하지 못하기도 했다. 내용도 뾰족하기보다 일반론적인 경우가 많았다. 프롬프팅에 더 공을 들이면 원하는 결과에 가까워질 수도 있겠지만, 그닥 미덥지 않았다.



결국 개인지식관리(PKM Personal Knolewdge Management) 툴을 탐색했다. 이들은 지금도 매우 다양하고, 매년 새로운 도구가 쏟아지고 있다. 이 중 일부를 Tiago Forte의 CODE 시스템에 따라 분류해 보면 다음과 같다.

1. Capture
*Readwise (책, 뉴스, 웹 하이라이트, AI 요약 기능)
*MyMind, Instapaper, Raindrop.io, Pocket, Matter (읽기-저장(Read-it-later) 중심)
*Evernote, Notion (광범위한 클리핑 및 저장 기능)
*Constella (연결 중심의 빠른 정보 수집과 저장 지원)
*Rewind (디지털 활동의 모든 것을 자동으로 캡처)

2. Organize
*Obsidian, Roam Research, Logseq (양방향 링크 및 비선형 구조 기반)
*Notion, ClickUp, Coda, Fibery, Microsoft OneNote (프로젝트 및 데이터베이스 중심)
*Milanote, Notejoy (시각적 보드와 문서 정리)
*Heptabase (비주얼 노트 및 카드 기반 마인드맵형 정리)
*Constella (지식 그래프 및 네트워크형 정리 지원)

3. Distill
*Readwise (하이라이트 관리, AI 요약)
*Mem.ai, Briefmatic, Reflect (AI 기반 인사이트 도출)
*Obsidian, Roam Research (수동 및 플러그인 활용 정제)
*Constella (지식 연결을 통한 핵심 정보 도출 지원)
*Zotero, Mendeley, DevonThink (학술 연구)

4. Express
*Notion AI, ClickUp Brain, Superthread (AI 협업 및 초안 작성 지원)
*Obsidian, Roam Research (지식 기반 콘텐츠 제작)
*Heptabase (시각화 자료를 활용한 아이디어 표현)
*Constella (복잡한 지식 구조의 시각적 표현과 공유)

- ChatGPT & medium글 & 기타


모든 단계를 다 커버하는 툴을 찾고자 했으나 며칠간 찾아본 후 그런 툴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대신, 나는 특히 Capture 단계에 어려움을 느꼈기 때문에, 이 단계에서 가장 다양한 출처를 지원하는 Readwise를 선택했다 (30일 무료, 이후 연 $119.88 , 월 $12.99) . 이 툴은 특이하게도 Readwise와 Reader가 분리되어 있다. 여러 출처에서 정보를 캡처해서 저장하는 것과 그것을 읽는 사이트를 따로 나누어 놓은 것이다. A사이트에서 쇼핑 후 장바구니에 담아두고, B 사이트에서 결제하는 느낌이다. 보통은 하나로 묶어서 제공하는데 말이다. 이 점을 파악하는 데도 시간이 좀 걸렸다.


나이를 먹어서일까? 새로운 툴을 접할 때면, 동영상이든 텍스트든 사용설명이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많다. 설명서 밖에서 부딪치는 문제들이 생겨서다. 그래서 매번 툴 안에서 사용법을 익히기보다 퍼플렉시티나 Gemini에게 물어보곤한다. 중장년이 사용하는 툴은 사용법을 챗봇으로 만들어 주면 좋을텐데.


우측 상단의 노란 박스 부분을 클릭하면 각각 별개의 사이트로 이동한다


Reader는 좌측 메뉴에서 보듯 다양한 출처에서 컨텐츠를 주기적으로 가져오고, 하이라이팅을 하는 기능을 한다. rss, pdf, 이메일 뉴스레터, 동영상 등 내가 원하는 출처는 카톡을 제외하고 거의 다 포함한다. 다만, rss를 제공하지 않는 사이트는 url만 저장해서 수동으로 업데이트해야 한다.


좌측 상단 박스는 가져온 컨텐츠를 읽음 처리할지, 나중에 볼지 선택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물론 개별 삭제나 일괄 삭제도 가능하다. 우측 상단에서는 각 게시물의 정보를 볼 수 있고, LLM이 연동되어 있어서 요약이나 번역을 하면서 볼 수 있다. 노트북메뉴에서는 문서단위로 하이라이트와 메모를 모아볼 수 있다.


Reader - 글을 가져오는 역할


Readwise의 핵심 기능은 Reader에서 하이라이트한 부분을 가져와 보여주는 것이다. 내가 옵시디언에서 아이디어 셔플을 만들었던 것처럼, 매일 랜덤으로 (5개의) 하이라이트를 보여준다. 글마다 빈도를 조절할 수도 있다. 노란 박스는 각 문서별로 하이라이트 개수를 알려준다.



아래는 책 정리 PDF에 하이라이트한 예시이다. 한 문서에 여러 개의 하이라이트가 있는 경우 이런 식으로 보여준다. 하이라이트나 문서단위로 태그를 달아 나중에 모아 볼 수 있고, 메모도 확인할 수 있다(노란 박스 부분이 메모)



또한, 옵시디언, 노트북LM, 노션 등 굵직한 PKM 도구와도 연동이 잘 되고, csv, 마크다운, 이메일, mcp 등 다양한 형식을 지원한다.

https://readwise.io/dashboard


Readwise Reader를 사용한 지 열흘이 지났다. 툴에 대해 원하던 조건 중 시각화와 소수의 핵심 정보는 아직 아쉽다. 다만, 한 곳에서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정보 접근성이 크게 좋아졌다. 이전보다 영양가 있는 정보, 특히 블랙스완적 가치가 있는 정보들을 더 많이 접한다는 점이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이다. Readwise가 매일 랜덤으로 하이라이트를 5개 보여주기 때문에, 지난 정보를 반복해 보는 것도 좋다. 처음 볼 때는 이해하는 데 집중하지만 다시 볼 때는 어떻게 활용할지 생각하게 된다.


하루에 100여개 정도의 글이 들어오고, 뾰족하지 않거나 중복되는 정보가 섞여 있는 것은 불편하다. 그래도 제목만 훑어보고 괜찮은 것만 골라 읽은 뒤 나머지는 일괄 삭제하기에 정보 읽는 부담은 꽤 줄었다. 불필요한 정는 꾸준히 솎아내고, 더 나은 출처를 찾아 추가하는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또 한가지 좋은 점이 있다. 바로 정보에 대한 주도권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박용후 저자의 '생각의 주도권을 디자인하라(경어로움 / 2025. 7)'에서는, 검색에서 AI로 넘어오면서 사람들의 탐색 능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내가 필요한 정보를 정의하고 조작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오히려 필요한 정보의 구체적 요건, 결과를 내는 정보와 그렇지 않은 정보를 더 꼼꼼이 따져보게 되었다.


표현 단계에서의 변화는 아직 간접적이다. Readwise와 연동되는 옵시디언의 사용성을 개선하고, Readwise에서 얻은 하이라이트들을 엮어 통합 정리본을 만드는 중이다. 시간이 좀 더 지나면 최종 결과물인 글과 기획안을 훨씬 많이, 더 원활하게 작성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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