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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배 May 20. 2023

원고 수정, 마치 퍼즐 조각을 맞추듯

글쓰기보다 퇴고가 훨씬 어렵다.

이번 주말까지의 원고 최종 마감으로 마음이 내내 부담스러웠다. 얼마 전 원고 초고를 마무리한 후 편집자님에게 보냈고, 꼼꼼하면서도 세심한 피드백이 돌아왔다. 그간 글을 홀로 쓰면서 누군가에게 평가받을 기회가 없었는데, 말 그대로 제대로 시험대 위에 섰다.


단문이 좋다는 생각에 의도적으로 짧게 쓰려는 노력을 해왔는데, 양날의 검처럼 글을 건조하게 만들었다. 다양한 어미를 활용하고, 적절한 묘사를 첨가해서 글을 더욱 부드럽게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과 더불어 이곳에 맞는 문장과 아닌 문장에 관한 구별도 강조했다. 때론 구체적인 예시까지 들어주어 이렇게도 표현될 수 있구나 감탄을 했다.


글을 쓰면서 오히려 글을 배우는 시간이 되었다. 헬스를 할 때 매일 10kg을 들면 어느 순간 그 무게에 적응되어 더는 근육이 늘지 안 듯이 글 근육 또한 머물지 않고 계속 키워나가는 노력이 중요했다. 막혔던 혈이 뚫리듯 시원했다.


틈틈이 피드백을 바탕으로 글을 수정했다. 글을 쓸 때보다 퇴고가 왜 더 어려운지. 하지만 이렇게도 생각해 보고, 저렇게도 바꿔보면서 차츰 변하는 모습에 은근히 즐거웠다. 이번주 수요일부터 2박 3일간 지방 출장일정이 있어서 화요일에 수정 권고를 다시 보냈다. 편집자님은 금요일까지 재차 피드백을 주기로 했다.


조금 이른 목요일에 편집자님이 메일로 의견을 보내왔다. 마치 숙제 검사를 받는 아이로 돌아간 듯 떨렸다. 숨을 한 번 크게 내쉰 후 파일을 여는 순간 그제야 안도를 했다. 전보다 훨씬 글의 흐름이 좋고, 의도한 바를 잘 반영해서 수정했다며 긍정의 메시지를 전했다. 어떤 문장 옆에는 '너무 좋아요!'란 감탄사도 넣어주어 뿌듯한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하지만 여전히 수정할 곳이 남아 있었다. 이번에도 하나하나 친절하게 반영할 내용을  메모 의견 안에 담아주었다.


출장 여독으로 늦잠을 늘어지게 잔 후 노트북 앞에 섰다. 다시 한번 글을 다듬어 보았다. 지난번 한번 경험해서인지 전보다는 수월했다. 퍼즐 조각을 맞추듯 이 단어, 저 문장을 넣었다 빼며 가장 자연스러운 글을 만들려 애썼다. 몇 시간이 후루룩 지나갔다. 드디어 마지막 장을 고친 후 편집자님께 메일을 보냈다.


더는 수정이 없길 바라는 마음 가득 하지만, 고칠수록 더욱 좋은 글이 되기에 이번에도 겸허히 기다려봐야겠다.  이제 고지가 보인다. 조금만 더 힘을 내보는 거야.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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