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안서 선생님 미출간 에세이
어제는 커단 시장바구니에 과일을 가득 사 가지고 씩씩하게 걸아가는 그 여자와 만나기도 했다. 아직도 창백했지만 백합처럼 고왔다. 그 여자는 알까? 내가 마음으로부터 그 여자의 건강을 빌면서 손자가 결혼하는 걸 볼 때까지 살고 싶은 내 과욕을 줄여서라도 그 여자의 목숨에 보태고 싶어 하는 마음을.
- 나의 아름다운 이웃 중-
그렇지만 이광수의 가야마 미쓰로만은 용서할 수가 없다. 이해할 수는 있어도 용서할 수는 없다. 그가 작가였기에, 침묵만 했어도 독자들에게 감사와 용기를 줄 수 있을 만큼 영향력 있는 작가였기 때문에 그를 용서할 수가 없는 것이다.
- 추한 나이테가 싫다 중-
커서 만일 부자가 되더라도 자기가 속한 사회의 일반적인 수준에 자기 생활을 조화시킬 양식을 가진 사람이 되기를. 부자가 못 되더라도 검소한 생활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되 인색하지는 않기를. 아는 것이 많되 아는 것이 코끝에 걸려 있지 않고 내부에 안정되어 있기를. 무던하기를. 멋쟁이이기를.....(중략).......
내가 문득 길에서 어느 여인이 안고 가는 들국화 비슷한 홀겹의 가련한 보랏빛 국화를 속으로 몹시 탐내다가 집으로 돌아와 본즉 바로 내 딸이 엄마를 드리고파 샀다면서 똑같은 꽃을 내 방에 꽂아 놓고 나를 기다려 주었듯이 그런 신비한 소망의 닮은, 소망의 냄새 맡기로 내 애들이 그렇게 자라 주기를 바랄 뿐이다.
- 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