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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사람 냄새

글의 조건 커피 향, 노트북, 90년 대 플레이리스트

글이 안 써질 땐 카페에 가요

by 실배

오래간만이었다. 카페에 가서 오롯이 글에 집중하는 시간이. 주말마다 별일이 생겨 계속 밖으로 나돌았다.


'내향인'을 주제로 발행하는 기사 마감에 다른 써야 할 글이 겹쳐 더는 미룰 수 없었다. 여러 군데를 다녀본 끝에 스벅이 가장 글이 잘 써졌다. 왜일까. 그곳에서 풍겨 나오는 커피 향이 오감을 깨우기라도 하는 듯.


저녁을 일찍 챙겨 먹고 갔음에도 사람들로 북적댔다. 가장 좋아하는 쇼퍼 석은 이미 다 차서 창가 쪽에 자리를 잡았다. 노트북을 켜고 구상했던 글을 써 내려갔다.


술술까진 아니더라도 막힘없이 나갈 수 있었다. 중간에 선호하는 자리가 나서 얼른 자리를 잡았다. 충전기를 핸드폰에 연결하고 요즘 빠져있는 90년대 발라드를 켜고 자판을 연신 두드렸다.


2시 간여쯤 지났을까. 얼추 글을 마무리했다. 내친김에 다른 글까지 쓰려다 몸을 움직여야겠단 생각에 정리하고 산책에 나섰다. 쌀쌀한 바람이 얼굴을 사정없이 때리며 제법 겨울 냄새가 났다.


지하철로 이어진 백화점에 들러 아이쇼핑도 하고 온화한 공간을 오갔다. 글의 초안을 마무리했다는 안도가 편안함을 더했다.


집에 돌아가 드라이할 겨울옷을 정리하고 요즘 최애 드라마인 '태풍상사'를 보면 되겠네. 가벼운 발걸음이 지면을 찍고 한걸음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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