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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ravelMaker Dec 29. 2018

(경로정보 크리에이터, 기뷰) 이기소 우드카빙

손으로 말하는 대화

요즘 인기리에 방영중인 JTBC드라마 중, 갈등구도의 대화속에서 손을 보여줌으로서 그 관계를 더 긴박하게 나타내는 장면을 본 적이 있다. 대사와 함께 손의 움직임은 연기자들의 감정을 더욱 끌어올리는 도구가 되어 극의 긴장감을 더욱 높이는 편집을 볼 수 있었다. 손은 물건을 집거나, 가리키거나 하는 역할외에도 나의 감정을 표현하는 수단으로도, 소통의 수단으로도 사용할 수가 있다. 이기소와 함께 한 우드카빙 워크샵에서 만난 손의 움직임에서도 참가자들의 마음과 생각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손의 움직임은 말없이도 감정을 전달하는 도구가 된다.(JTBC 드라마 "스카이캐슬" 화면캡처)

12월 중순, 팹랩제주의 네트워킹 파티에서 만난 이기소. 그곳에서 이기소의 우드카빙 워크샵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고, 나는 흔쾌히 참석했다. 새로운 작업을 만날 수 있다는 기대와 새로운 공간을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 나에게는 여행을 가기 전에 느끼는 기대감과 같은 느낌이었다. 19일, 장소는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에 새로 오픈한 [사계생활]이었다. [사계생활]의 직원분들과 외부참석자를 포함하여 4명의 수강생들과 이기소가 함께하는 공간은 매우, 아담하고도 소박한 공간에서 자리를 잡았다.

사계생활은 마을농협지소 공간을 활용한 컨텐츠 공간이다.

워크샵은 목공 수작업으로 개인 생활도구를 만드는 것이 목적이었다. 길다란 손잡이에 납작하고 작은 머리로 저을 때 쓰는 머들러키트, 버터를 자를 때 쓰는 버터나이프키트, 볶음용 주걱인 스파툴라키트, 머들러보다는 큰 머리로 구성된 롱스푼키트를 가지고, 참가자들과 이기소가 함께 목공수업을 시작했다.

샘플로 보여준 이기소 우드카빙 세트_샐러드서빙스푼키트

이번 우드카빙 워크샵에서 사용된 키트의 목재는 레드시더(red cedar)였다. 부드럽고, 향기가 진한 목재로 카빙과정에서도 즐거움을 느낄 수 있으며, 목공을 처음 접하는 초보자들도 쉽게 다룰 수 있는 목재이다. 북미에서 주로 생산된다(이기소는 그 중에서도 친환경적으로 수집된 목재들을 주로 활용하려고 노력한다). 


이기소에서 알려주는 우드카빙 시, 주의해야 할 기본사항들을 보면,


 하나. 나뭇결을 이용하여 뜯기지 않도록 조각을 한다. 핸드카빙의 경우, 구조상 쉽게 뜯기거나 조각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하면 결을 확인하면서 작업하기를 추천한다.

너무 집중하다보면, 자칫 뜯길 수도 있다(하지만, 대처법도 알려주신다는 것).


둘. 조각칼(끌)등의 도구가 손을 다치게 하지 않도록 몸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조각방향을 신경쓴다.

손을 다치지 않기 위한 조각칼과 조각끌 그립법.

이기소의 우드카빙키트의 좋은 점은 기본도안이 그려져 있다는 것이다. 아이템의 기본도안에 대한 커팅선이 

디자인되어있어, 제품의 두께와 각도, 곡선등은 작업자가 원하는대로 조절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기본도안에서의 기본조각이 끝나면, 커팅선을 눌러서 떼어내어 제품이 될 부분을 가지고 후가공을 하면 된다. 


키트에서 떼어내는 작업 이후에는 본격적인 조각과정에 들어간다. 떼어낸 조각에 다시 연필로 기본스케치를 해서, 손잡이와 머리부분의 두께과 곡선을 예상해놓는다. 깊이가 깊으면 사용할 때 힘을 받기에 위험할 수 있고, 얕으면 그립감이 불편할 수 있으므로, 약간 여유있는 스케치를 해놓은 후, 조각을 하면서 조각을 더 해나가는 것이 요령이다(스케치는 키트에서 떼어내기 전에 작업할 수 도 있다).

깊이와 크기를 예상하기 위해 연필스케치를 하는 과정.

세심한 부분을 다듬을 때 쓰는 조각칼로 형태를 잡아가고, 일반칼과는 달리 각도가 더욱 기울어져 있어, 세밀한 부분의 터치를 가능하게 해주고, 깊은 각도까지 작업할 수 있는 구조를 가졌다. 조각끌은 동그랗게 파낼 수 있는 역할로, 두툼한 부위를 칼보다 크게 덜어내고, 살짝 들어가야 할 깊이를 만들어 음식이나 물건을 떠올릴 수 있는 형태를 만들수 있다.

조각칼과 조각끌이 보여주는 손의 움직임

모양새가 완성되어 가면, 이제는 사포로 연마작업을 통해 조각작업으로 생긴 거친부분을 정리하고, 부드러운 면을 만들어준다. 조금 더 완성도가 높아지고, 아마추어의 카빙키트가 전문가의 손길을 받은 것 같이 되는 과정이다. 나의 손이 만들어낸 결과이지만, 놀라움이 커지는 순간이랄까? 연마작업은 센 굵기의 사포로 먼저 작업 후, 작은 굵기의 사포로 마무리하는 단계를 거치면 된다(사포에 적혀있는 숫자가 작을 수록 거친작업에 사용하고, 숫자가 클 수록 미세하게 마무리하는 작업에 사용한다).

빠른 손놀림으로 연마작업도 금세 마무리 할 수 있다.

워크샵의 전과정에서 우리는 손의 움직임이 보여주는 대화의 기술을 더욱 느껴볼 수 있다. 조심하게 다치지 않고, 망가뜨리지 않으려는 신중함과, 내 손으로 직접 무엇인가를 하고 있다는 뿌듯함, 만들어질 수록 나타나는 모양에 대한 놀라움과 쾌감, 그래서 스스로에게 주는 대견함 등, 말없이도 작업자들의 감정을 고스란히 드러내주는 손을 만날 수 있다.

우리의 손은 무엇이든 만들 수 있으며, 어떤 감정이든 표현할 수 있다.

이렇게 모든 작업을 마치는 데 까지 2시간의 시간이 걸린다. 될까? 예쁘다. 하는 기대감과 설레임을 시작으로 손을 움직인 결과이다. 내가 만든 작품으로 내 생활의 일부를 만들어보는 시간. 쉽게 하지만 소중하게 보낸 2시간은 단순하게 지나치는 여행보다는 뜻깊고, 뿌듯한 여행의 시간이 될 것이다. 하면서 참가자분들은 "완성되가면서 쾌감을 느끼는 것이 매력이에요.", "자연속에서 함께 작업한다면 더 의미있을 것 같아요.", "연마작업을 할 수록 느껴지는 레드시더의 향에 즐거웠어요."라면서 소감을 나누기도 했다.
시간을 내서 여행하고 참가한 분들이지만, 그만큼의 소확행을 얻어간다고 했던 분들. 그 분들의 찻자리와, 버터와 볶음과정속에서 그 감정들은 함께 할 것이다.

완성된 작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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