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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민 Nov 13. 2024

아프리카여행기(17)

빈트후크로 돌아가는 셔틀 안에서

솔리테어 동네에서 빈트후크로 돌아가는 길이다

계속 머릿속에 드는 말은

내가 다시 올 일이 있을까?이다

짧은 인연이 스쳐 지나가듯

이 황량한 풍경이 다시 못 볼지도 모른다

생각하니 아쉽다

어젯밤은 새로운 로지에서 묵었다

방도 크고 깔끔하고 관리가 잘 되어있었다

이 로지의 마스코트는 멧돼지처럼 생긴 친구였는데

애니메이션에서 하쿠나마타타를 외치는 그 친구였다

혹시나 몰라서 가까이 까지는 안 갔는데

역시나 물기도 하고 박치기도 한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친구 들을 자유롭게 다닐 수 있게 둔다는 게 신기하긴 했다

사실 이 사막에 이런 로지가 있고

물이 잘 나오고

전기가 들어오고

시원한 음료를 사 먹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적이다

어제 사막 투어를 하면서

과연 나는 여기서 생존할 수 있을까

상상해 봤다

듄 45를 오르면서 나는 여기서 혼자 살아남을 수 없다

는 걸 깨달았다

이 높지 않은 언덕을 올라가는데도

이렇게 헉헉대는데

생존할 수 있을 리가

이런 오지 각박한 사막을 탐험한 사람이 있다는 게 신기하다

이곳에 언제부터 사람이 살았는지는 모르겠다

근데 누군가는 자동차가 없을 때

말 같은 걸 타거나 걸어서 탐험을 했을 것 같다

저번에 바다를 보면서도 그랬지만

이 사막을 보며

옛날 사람들 참 독하다 생각이 든다

지금이야 글로벌 시대고

지도도 맘껏 볼 수 있지만

그때는 정보도 없이 왔다가

많은 사람들이 이 사막에서 죽어 나갔을 것 같다

나는 많은 사람들의 수고와 헌신 위에 결과물을 즐기는 것 같다

예전에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었는데

한 접시의 샐러드를 먹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손길이 필요할까

같은 것이었다

하나의 야채를 위해

비료를 생산해야 하고

운반을 해야 하고

땅에 심고 물을 주어야 하는 농부가 필요하고

수확하는 사람이 있어야 하고

운송하고

시장에서 장사하는 사람들이 필요하다

재료가 5가지 정도라고만 생각해도

최소 50명이고 규모가 더 커질 것이라 생각한다

수백 수천 명의 수고가 필요할 것이다

나 혼자 사는 세상 같지만

혼자서는 살 수 없는 세상인 것이다

사람들의 존재에 감사해야겠다

나의 이런 편함은 누군가의 수고로 이루어진 것이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굽신 거리며 살진 않겠다

나 같은 소비자가 있어야

그들의 수고가 더 빛이 나는 것이니

오늘 극악여왕이라는 넷플릭스 드라마를 거의 다 봤다

아직 결말을 못 봤지만

가장 많이 생각하게 하는 것이 있다

프로레슬링에는 선역과 악역이 있다

이 선역이 더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악역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사막에서 별을 보면 많은 별을 볼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달이 밝아서 별을 우와 할 정도로 까진 보지 못했다

하늘이 어두우면 어두울수록 별이 빛난다

프로레슬링이라는 콘텐츠가 빛이 나기 위해서는 스타와 그 스타를 뒷 받힘 해줄 선수들이 필요하다

이렇게 상부상조해야 된다

그래야 세상이 잘 돌아간다

나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과

먼저 앞길을 닦아 놓은 사람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표하고 싶다

2024.11.13

대만과의 경기에서 홈런 두방 맞았다는 소식을 들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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