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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여행기(26)

챔피언스리그

by 이재민

오늘의 일정은 저녁에 축구를 보는 것 외에는 없다

아무래도 로마 때부터 무리를 한 모양이다

로마에서 하루에 3만보를 기본으로 걷고 그 이후에 3일 연속 이동에 밤마다 축구를 보니 휴식이 필요한 것 같다

어제 최대한 대중교통을 활용했음에도 금방 피로감을 느꼈다

오늘은 피로를 풀어줘야겠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저녁에 축구 관람 이외에는 나가지 않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마트는 한번 나갔다 오기로 했다

내일 아침까지 먹어야 했던 양이었는데 오늘 저녁 먹으면 식량이 떨어진다

어제 야금야금 많이 먹었다

마트를 가서 26유로를 더 쓰고 왔다

그래도 밖에서만 먹고 다니는 것보다는 싸다는 생각으로 정신을 무장해 본다

아침과 점저(점심 겸 저녁)를 먹은 뒤 축구장으로 향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파랗던 경기장은 빨갛게 변해 있었다

팀 스토어를 가보니 인테르 물품은 다 치우고 ac밀란의 제품들로만 채워져 있었다

매장 운영을 유기적으로 하고 있구나 싶었다

경기장에 들어가서 챔피언스리그 마크가 경기장에 있으니 또 새롭다

같은 경기장이라도 어떤 팀이 쓰느냐 또 어떤 경기를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을 보니 신기하다

지로나의 원정 팬들도 꽤나 많이 와계셨다

스페인 팀인 지로나는 이번에 처음으로 챔피언스 리그에 출전을 했단다

챔피언스리그에서 꽤나 고전을 하고 있지만 팬들의 입장에서는 참 좋을 것 같다

내 팀의 역사의 순간에 함께 한다는 건 좋은 일이다 싶다

2023년에 엘지 트윈스가 우승할 때 그때 그 자리에 있었다는 것이 내 큰 자랑거리이다

경기장을 보는데 자꾸 인테르와 ac밀란을 비교하게 된다

엔터테이너 적인 모습은 ac밀란이 조금 더 잘하는 것 같다

경기가 시작되고 서포터스의 응원이 대단했다

가장 단합력 있는 모습이었다

하나의 단장아래 하나가 되어 응원하는 모습이었다

목소리도 가장 컸다

경기는 밀란이 잘 밀어붙이더니 먼저 골을 넣었다

지로나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지만 결국 골을 넣지는 못했다

밀란 선수들이 이 한골을 지키기 위해서 애를 많이 썼다

의도적으로 시간을 끄는 모습에서 노련하면서도 조금은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기도 하고 그랬다

그래도 이것 또한 실력이라는 생각이 든다

결국 밀란은 승리를 지켜냈다

나의 홈팀 승리는 이어졌다

오늘도 분위기 좋게 만들어줘서 고마웠다

어느새 이 경기장에 세 번째 방문하게 되었는데 오늘이 마지막이라니 아쉽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새 정이 들었나 보다

일정상 일요일 경기를 보러 또 올 수는 있지만 이번 주는 한인교회를 가야지 생각하고 있다

아마도 경기가 저녁 경기였다면 또 왔을 것이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발걸음을 옮겨본다

밀라노에서의 일정을 길게 잡아서 산책 하러 나와도 되니 너무 아쉽게 생각하지 말아야겠다

내일은 최후의 만찬 그림 예약해 놨으니 한번 다녀와 볼까 한다

내일은 여기저기 돌아다녀 볼까나

2025.1.22

또 새벽이 되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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