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 08
07 충동
이 곡은 원래 이렇게 파워풀한 곡은 아니었어요. 조금 더 서정적인 분위기로 만들었던 곡인데 여기서 프로듀서님이 강한 비트를 추가했죠. 덕분에 훨씬 더 ‘충동’이라는 제목과 잘 어울리게 나온 것 같습니다.
눈치보고 싶지 않은 충동에 대한 노래입니다. 타인의 감정을 내 마음보다 앞서 생각하면서 괴로워할 때가 많거든요. 눈동자가 구르고 귀가 벽을 넘어요. 나의 신체는 절단되고 뭉개지지만, 여전히 가면을 쓰고 당신 앞에 섭니다. 이때 호두까끼 인형이나 꼭두각시놀음 같은 느낌으로 익살스러운 분위기가 나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그렇게 편곡이 되었죠. 그 부분에는 베이스 음역대가 많이 비어있어서 정말 알맹이 없이 껍데기만 남은 기분이 들기도 해요. 그리고 그 장면을 잘 들어보시면 다양한 목소리들이 아래에 깔려 있는데요. 제가 다양한 감정의 버전으로 덧붙여서 불렀어요. 기쁘게, 슬프게, 화나게, 힘없이 등등.. 그런 것들이 깔려있습니다.
이 노래 녹음할 때는 프로듀서님께서 위스키와 담배를 뻑뻑 피우면서, 누군가를 비난하듯, ‘니네가 인생을 뭘 아니?’하는 느낌으로 불러달라고 했거든요? 그 비유가 너무 찰져서 저도 더 감정을 끌어올려서 부를 수 있었습니다. 약간 찍어 내리듯이 불러야 하는 부분이 많아서 그런 것 같기도 해요.
문을 여는 것 같은 ‘씌익-’ 하는 사운드가 있는데 처음에는 진짜 문 여는 소리 같아서 여러 번 뒤를 돌아보기도 했었네요. 또 사용된 색소폰이 너무 매력적인데 전부 미디와 실제 연주 샘플을 조합해서 만들었다고 해서 깜짝 놀랐어요.
08 나의 그림자를 안아주세요
앨범을 구상하는 단계에서 이미 트랙 리스트와 곡순서까지 다 정해놓고 시작했는데요. “나의 그림자를 안아주세요”는 타이틀임에도 뒷부분에 배치되었습니다. 이 곡은 딱 이 자리에 들어가야 하는 곡이었거든요.
그림자는 저도 잘 모르는 저의 부정적이고 어두운 면입니다. 이성이 관여하지 않는 원초적이고 짐승 같은 날 것 그 자체에요. 앨범을 순서대로 듣게 되면 8번째 트랙에서 이 곡을 만나게 되는데, 앞서 여러 감정들을 보고 느끼고 난 후에도 여전히 나를 사랑해 줄 수 있는지? 다시 묻는 부분입니다. 저는 노래에 많은 욕구를 담지만 실제로 ‘이렇게 해주세요’, 라고 이야기하지는 않아요. 빙빙 돌려서 이야기하죠. 그런데 이 곡에서는 처음으로 제가 직접적으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나의 그림자를 안아 달라고.
이 곡의 편곡도 조금 오래 걸렸어요. 편곡 자체는 빠르게 해주셨는데 제가 그 느낌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조금 걸렸습니다. 그렇지만 결국은 이 방향이 맞았다고 생각해요. “터널을 지나가요”와 유사한 기타 주법을 가지고 있고, 곡의 구성도 비슷하지만 이 노래는 그 곡과는 다른 성격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조금은 과감하게 나가도 괜찮겠다고 생각했고, 들으면 들을 수록 결국은 설득이 되어 이렇게 완성되었습니다.
도입부의 강렬한 비트는 바이탈사인 같은 뉘앙스를 풍깁니다. 그리고 계속 깔린 전기 음이 그 분위기를 극대화해요. 기억 저편의, 무의식과 의식의 경계에서 이야기를 던지는 것 같습니다. 덕분에 노래를 녹음할 때도 그 감정에 완전히 빠져서 부를 수 있었어요. 삶과 죽음의 경계, 그림자와 빛의 세계 결국은 나를 사랑해달라는 곡인데 그 쉬운 말이 가장 어렵고 복잡하게 터져 나오는 곡입니다.
충동 : https://www.youtube.com/watch?v=nIbqMTlWdUU
나의 그림자를 안아주세요 : https://www.youtube.com/watch?v=C1r5rLarpjY
< 충동 >
내 머리는 빠르게 굴러
높은 산에서부터
나는 구르고 굴러 바닥에
떨어진 많은 눈동자
내 귀는 언제나 바쁘게
벽과 벽 사이를 넘어
멈추지 않는 소음들에
막혀버린 많은 얘기들
나는 익숙한 가면을 쓰고
움직이는 눈동자를 붙잡아
당신의 입김에 잠시 멈춰서
도망치고 싶어
나는 익숙한 가면을 쓰고
움직이는 눈동자를 붙잡아
끝이 없는 이 세상 끝에서
도망치고 싶어
내 머리는 빠르게 굴러
높은 산에서부터
나는 구르고 굴러 바닥에
떨어진 많은 눈동자
눈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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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그림자를 안아주세요 >
나의 그림자를 안아주세요
나의 그림자를 안아주세요
축축하고 서늘한 발아래
우울한 하루가 짙게 깔려요
잠시 미뤄뒀던 그때의 마음이
그대로 나를 삼킬 것 같아
그때 내가 숨 쉴 수 있게
그때 내가 숨 쉴 수 있게
바닥에 웅크린 까만 내가
만드는 오해에 숨이 막혀요
다시 떠오르는 그때의 마음이
그대로 나를 삼킬 것 같아
그때 내가 숨 쉴 수 있게
그때 내가 숨 쉴 수 있게
나의 그림자를 안아주세요
나의 그림자를 안아주세요
나의 그림자를 안아주세요
나의 그림자를 안아주세요
나의 그림자를 안아주세요
나의 그림자를 안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