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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인환 Nov 25. 2016

인간의 취향

작가의 생각

<개인의 취향이 대중에게 부적합하다>


나의 가장 큰 문제다. 그 문제를 좀 더 파고 들어가면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의 <근거>가 부족하다는 뜻이다. 인간 존재에 대한 근거든, 사회 문제에 대한 근거든, 주장을 뒷받침하는 구체적이고 객관화된 근거는 매우 중요하다. 물론 인간 존재에 대한 근거는 관념과 추상의 언어를 떠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이것은 사유 속에 얼마나 많은 번민이 녹아 있는가가 근거가 될 수 있을 것-또 다른 방법이 있다면 물론 그 방법도 모색해야만 한다-이다. 


오랫동안 시를 썼다. 노래처럼, 흥얼거림처럼, 외침처럼. 그러다 어느 날 모 작가의 한줄에 드러난 내 글을 보고 절필했다. 그리고 최근 그 소설가는 성추문에 휩싸였다. 그의 작품을 좋아했고 여전히 좋아한다. 시를 떠났다. 시를 떠났지만 그 언어 습관을 버리지 못했고 또 그러지도 못할 것이다. 잘 안다. 내 언어의 본능이 그러한 것을 어떻게 버릴 것인가. 본능에 의해 발현되는 욕구를 버리지 못하듯 그럴 것이다.


어느 순간, 나는 주체할 수 없이 쏟아지는 문장에 끌려다니고 있었다. 길거리였다. 추운 겨울이었다. 한 밤 중 일을 마치고 걸어서 집으로 돌아가던 길에 무언가에 사로잡혀 핸드폰에 무언가를 썼다. 그리고 계속해서 나는 쓰고 또 썼다. 그냥 배설처럼 뱉어낼 뿐이었다. 그렇게 나는 사람의 세계에서 멀어졌고 생각 속으로 점점 더 빨려들어갔다. 나는 여전히 사람들 속에서도 내 생각을 하며 산다. 헤어나지 못하리라는 것을 잘 안다. 


인정 받고 싶다는 욕구와 그러지 않아도 된다는 마음이 매일 매순간 교차한다. 인정 받게 되면 먹고 살 수 있는데 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는다. 먹고 살 수 있다면 굳이 인정 받지 않아도 상관없다는 생각도 강렬하다. 


생각하고 몇 자의 글을 쓰고 그리고 그러기 위해 노가다를 뛰고 그렇게 나의 시간은 소모되고 있다. 


나의 취향은 다른 사람들의 취향을 외면하고 있다. 그러나 나라는 인간의 본능과 욕구는 다른 사람들과 전혀 다르지 않거나 오히려 그들보다 더욱 강하다. 


시간은 여전히 흘러가고 있다. 멈춤을 모르는 시간 속에서 나는 우두커니 멈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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