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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도 Jun 04. 2024

이 편지가 형에게 닿아 위안이 되기를,

그 당시 20대 후반의 방황하던 형에게, 40대가 된 동생이 쓰는 편지


간만에 왔어요 형.


형이 언젠가 말했던 '재능의 크기'라는 것에 대해 글을 쓰다가, 생각이 나서 왔어요.


형이 '신은 내게 왜 이만큼의 재능만 주었나?'라며 조금은 원망스럽다는 말을 한 적이 있었는데, 어떤 것에 커다란 재능을 바랐던 적이 없었던 나는 무언가에 그런 커다란 열정을 갖고 있는 형이 내심 부러웠던 적이 있었죠. 20대 중반에 형보다 세 살은 더 어린 제가 뭐라 위로랍시고 할 말도 없었죠.


이제 40살이 되다 보니, 제가 한 말을 아니지만 누군가 TV에서 나와서 했던 말을 형한테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어요.


"신은 왜 내게 이 정도의 재능만 주셨을까라고 생각하며 좌절했던 적이 있었어요. 하지만 이 만큼의 재능을 주셔서 여기까지 오면서 많은 좋은 순간들을 경험하고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는 생각으로 바뀌었어요. 그때부터 제 일을 더 사랑하게 되었고, 신에게 원망하는 마음 대신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되었죠."


그 얘기를 듣고 그 시절의 형한테 해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나중에는 형도 저런 마음으로 바뀌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형의 재능이 있어서 세상에 좋은 노래를 많은 사람에게 들려줄 수 있었고, 그 노래를 들으며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시간을 즐겁고 행복해했는지 감사합니다.


너무나도 바쁘고 정신없는 시절에 훌쩍 떠나버린 형이 야속하기도 하고 안타깝지만, 그 시절의 형과의 대화와 노래와 추억이 여전히 함께 하고 있어서 그나마 위안이 됩니다.


제가 쓰는 이 글도 형이 있는 그곳에 닿아 작은 위안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모쪼록 편히 쉬세요 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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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시절 함께 했던 절친한 형에게 쓴 편지입니다.


당시 밴드의 보컬로 활동하며 유명세를 얻던 중 불의의 사고로 2015년에 유명을 달리하여 하늘에 별이 되었지만, 여전히 제 마음속에서 형과 나눈 내화가 맴돌아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이 글은 형이 생전에 쓰던 페이스북 페이지에 남겼습니다.


지금도 종종 페이스북 페이지에 형을 추모하는 팬들의 글이 올라오고는 합니다.


저와 이런 대화를 나눴던 당시 20대 후반의 형에게 작은 위안이 되었으면 하는 이 글이, 필요로 하는 누군가에게도 닿아 작은 위안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브런치에도 남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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