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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도 Sep 18. 2019

내가 살면서 포기한 것들

0. 여는 글

35세가 되며 지금껏 내가 살아오며 포기했던 것은 어떤 것들이 있었나 되짚어 보려 한다. 그리고 왜 그것을 포기했었는지 되짚어 보며, 그것이 포기였는지 미뤄두었던 것이었는지에 대해 다시 판단해보고자 한다. 어떤 것은 그대로 포기한 것으로 두어 앞으로의 삶에서 다시 미련이나 후회를 갖지 않기 위함이며, 혹여 내가 이러한 작업을 과거에도 했었으나 기록으로 남지 않아 다시 판단을 하는 상황이라면 추후에도 다시 뒤돌아보고 이번 기록을 보며 빠른 가치판단을 다시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이다. 또한 미루어두었던 것이라면 언제까지 미룰 것인지, 혹은 정말 포기로 그 범주를 바꿔야 하는지도 다시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 글을 읽는 독자로 하여금 비슷한 것을 포기하려고 한다면 참고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다만 나의 판단 기준과 주어진 상황 등이 모든 독자들과 다를 것이고 과거의 판단기준이 현재는 바뀌었을 수도 있는 상황이기에, 본인의 판단에서 새로운 시각의 접근을 돕는 정도로 이 글을 활용할 수 있다면 작가는 개인적으로 매우 보람 있을 것이다.


누군가의 사전에는 포기가 없다고 했지만 초록 검색창 사전에는 포기가 있다. 물론 여기서 내가 다루려고 하는 포기는 ‘하려던 일을 도중에 그만두어 버림’과 ‘자기의 권리나 자격, 물건 따위를 내던져버림’에 해당하는 포기이다.

‘하려던’ 일이라면 시작하지 않은 일인데 ‘도중에’ 그만두는 것이라면 이미 시작한 일이 아닌가?


내가 내린 정의는 시작하려고 마음먹고 정보수집 등을 하며 준비 중에 그만 둔일, 시작을 결심하고 실제 시도까지 했으나 익숙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그만 둔일, 꽤나 긴 시간을 준비하고 노력했으나 어떤 이유에서건 그만 둔일, 즉 끝까지 성취하지 못하고 ‘그만둔 일’ 모두를 ‘포기’라고 정의했다. 여기서 성취는 지극히 개인적인 판단 기준에 의한 것으로 포기하면서 자기 위안적인 ‘그래도 얻은 무언가’는 성취가 아닌 것으로 따로 구분하고 그것에 대해서도 지나친 합리화가 아닌 선에서는 기록해보려 한다.


또한 사전의 두 번째 정의처럼 내가 내던진 권리나 자격 혹은 물건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겠지만 이런 것들은 첫 번째 정의에 포함되었을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라 생각되지만 그래도 따로 구분되는 것이 있다면 기억해보고 기록해보려 한다. 다만 그게 타의에 의한 것이라면 그것은 포기가 아니기에 새롭게 가치판단에 대한 실익이 없다고 느껴지므로 다시 생각할 필요가 있을까 싶긴 하다.


포기했거나 미룬 일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무엇을 얻기 위함이었다면 무엇을 얻기 위함이었는지, 상황이 여의치 않음 때문이었다면 그 상황은 무엇이었는지, 스스로 판단했던 가치가 실제로 더 알아보니 그런 가치가 없다고 판단해서였는지, 그냥 귀찮아서였는지 이런 이유들에 대해 생각해보고 다시 한번 가치 판단을 해보려 한다.


실제로 나는 준비와 시도를 빠르게 쉽게 하는 편이며, 그만큼 포기도 빠르다. 장점은 많은 직접 경험을 해보며 배우지만, 단점은 간접경험을 통해 시도조차 하지 않은 사람들보다 시간과 비용 혹은 감정 소모가 더 크다는 점이다. 살면서 그러한 소모를 줄이고 효율적으로 시도하고 포기하는 법은 배우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시도와 포기를 하고 있다. 이런 점은 어떤 것에 쉽게 흥미를 느끼고 쉽게 흥미를 잃는 것으로 보이는 내 성격에 기인한 것이라 할 수 있겠지만, 결코 그 흥미의 강도가 남들에 비해 작지 않음은 확신한다. 이런 내가 긴 시간 꾸준히 하는 것이 있다면 참 특별하구나 하는 새삼 그 가치가 매우 큼이 있지만, 소셜미디어에 올리는 제일 멋지고 아름다운 사진이 아닌 고민하다 올리지 않은 사진같이 포기한 것들을 주로 다룰 것이다.


누구나 포기는 한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포기 없이 살 수는 없다. 다만 한번 포기한 것을 남은 인생 평생 동안 포기하는 것들 중에 혹시 그 가치를 제대로 모르고 새로운 가치만 찾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 기억의 낡은 서랍장을 꺼내어 정리해보려 한다. 남은 인생은 좀 더 나은 포기를 하고 가치 있게 살기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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