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 피곤한 이코노미 비행을 위한 가이드북
비행기는 참 이상한 공간이다.
모르는 사람들이 다닥다닥 붙어서 함께 식사를 하고 잠을 자고, 단순히 같은 시간에 같은 목적지로 향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불특정 다수와 한 공간에서 강제적으로 함께 시간을 보낸다.
목적지로 향하는 이유는 각기 다르지만, 같은 목적지로 향한다는 것만으로도 함께할 이유가 생기는 것이다.
비행기표를 구매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있다.
바로 좌석 선택이다.
마일리지가 많아서 업그레이드를 한다거나, 돈이 많아서 비즈니스를 탄다는 것은 언감생심.
그렇다고 아무 자리나 랜덤 하게 받는 것은 긴 시간의 비행을 준비하는 자세가 아니다.
내가 보통 가장 선호하는 좌석은 '맨 뒷자리 통로 측'이다.
나는 누군가의 방해를 받거나 불편을 끼치는 것을 매우 싫어하는 사람이다. 물론 누구나 그렇겠지만, 좁은 이코노미 석에서는 서로가 불편을 끼치고 받는 것이 불가피한 경우가 많다.
나에게는 3가지가 있다.
등받이, 화장실 가기, 팔걸이.
등받이는 뒤에 사람이 있다면 한껏 젖히기가 신경 쓰인다.
그리고 내 머리통 뒤에 붙어있는 뒷좌석 사람의 기내 스크린을 터치할 때마다 톡톡톡 하고 머리에 그 움직 임지 전달되면 상당히 신경 쓰인다. 그래서 나는 뒤에 아무도 없는 맨 뒷자리를 골라서 뒤에 사람이 없으니 마음껏 뒤로 젖히고 가는 것을 선호한다. 어차피 짐 찾고 출입국 절차를 거치다 보면 나가는 시간에는 큰 차이가 없다고 생각이 든다. 빨리 환승을 해야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맨 뒷자리에서 마음 편히 가는 것이 내게는 편안하다.
두 번째는 통로 측 자리.
맨 뒷자리가 없더라도 통로 측 자리를 선호한다. 비행기에 있다면 공짜로 주는 맥주나 와인을 마시거나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수분 섭취를 위해 계속해서 물을 마시게 되는데, 그러다 보면 종종 화장실에 가고 싶어진다. 그런데 통로 측이나 창가 측에 앉아있으면 갈 때마다 옆 사람에게 부탁하고 비켜달라고 하는 것이 신경이 쓰인다. 특히나 덩치 큰 사람이 잠들어있으면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다. 그런데 내가 비켜주는 것은 그다지 불편하지는 않다. 오히려 나는 누가 비켜달라고 할 때마다 나도 화장실에 간다. 그러다 보면 그냥 사이클이 맞아서 크게 불편하지 않기도 하고, 장기간 앉아있다 보면 허리도 아프니 종종 일어나서 기내를 산책(?)하거나 갤리 쪽 공간에서 간단한 스트레칭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창가보다는 통로 측이다.
팔걸이.
이거는 진짜 힘들다. 잠이 들만하면 옆자리에서 툭 건드리고 잠이 깨고, 정말 좌석 간 옆 공간은 좀 더 넓었으면 좋겠다. 이건 이코노미에서는 피할 수 없지만, 그나마 한쪽에서만 방해받으면 불편이 덜 하기 때문에 통로 측이 없다면 차라리 창가 측을 앉는 편이다. 화장실에 좀 불편하게 가더라도 창쪽에 기대어 쉴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자리를 열심히 보다 보면 맨 뒤쪽에는 3 열좌석이 아닌 2열 좌석 배치가 있는 곳도 있고, 창 측 자리인데 앞자리가 없는 좌석이 있기도 하는 등 비행기마다 특이한 구조의 의자배치가 있는 곳이 있다. 좌석 배치도에도 제대로 안 나와있는 경우가 있어 아는 사람들만 아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좌석은 타는 항공사의 목적지에 같은 비행기 기종을 타고 간 후기를 찾아보기를 추천한다. 그러면 종종 기내 사진과 생각지 못한 꿀팁을 얻을 수 있는 경우가 있다.
물론 맨 앞자리에 타면 좋을 수도 있지만, 돈을 내야 한다는 점에서는 맨 뒷자리가 없는데 장거리 비행을 해야 하고 할 때 고려해 볼 만한 옵션이라고 생각한다.
좌석 선택할 때 옆자리가 비어있다고 좋아할 필요는 없다. 막상 비행기를 타면 옆자리가 채워져 있는 경우가 더 많았다. 장거리 비행에서 옆자리가 비어있었던 경험은 정말 손에 꼽는다. 물론 내가 출장자가 많은 인기 노선만 타서 그랬을 수는 있지만.
내가 원하는 위치에 좌석이 선택불가하다고 해서 바로 좌절할 필요는 없다. 나는 비행기 탑승 전날까지도 계속해서 좌석배치도를 확인하고 내가 원하는 좌석이 나오는지 확인한다. 그러다 보면 정말 최악은 면할 수 있다.
물론 이런 위험을 줄이려면 최대한 일정이 확정되는 대로 비행기표를 구매하는 것이 좋기는 하다.
10시간 이상 장거리 비행을 버티려면 최소한 선호하는 좌석부터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장거리 비행, 그 첫 번째 시작은 좋은 좌석 얻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