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13년 째 방송작가 일을 쉼 없이 하고 있다.
한 분야에서 10년 이상 일하면 전문가라 할 수 있다는데
시간으로 따지면 방송 만들기로는 전문가라 할 수 있겠다.
어쩌다 보니 13년 째 이 일을 하고는 있지만,
사실 이렇게 오래 방송작가를 하고 있을 줄 몰랐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살면서 작가라는 직업을 한 번도 염두에 두지 않았다.
말 그대로 어쩌다 방송작가가 된 케이스기에 지난 세월이 놀라울 따름이다.
어쩌다 방송작가가 돼서
어쩌다 다수의 라디오 프로그램 글도 쓰고,
어쩌다 다수의 TV 프로그램도 제작하고,
정말 어쩌다 방송작가라는 직업이 내 인생에 들어온 건지..
사람과 직업에도 인연이 있다면 방송작가와 나는 질긴 인연인 게 분명하다.
어쩌다 방송작가가 돼서 이렇게 오랜 시간 밥벌이를 하고 있다는 것이
마냥 신기하기도 하고 감사한 일이지만, 한 가지 부작용이 있다.
매일 같이 기계처럼 원고를 뽑아내다 보니
대중에게 보여지는 방송 글은 뚝딱뚝딱 써내지만,
막상 내 마음 속의 이야기를 쓰는 법은 잊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방송 글은 다수에게 보여지는 글이다 보니
내 의견이 강하게 담겨서도 안 되고,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균형을 잡아야 하는 게 필수다.
그러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자체 검열이라는 것을 장착할 수밖에 없다.
오랜 시간 검열하고 검열하는 글쓰기를 해와서일까,
이제는 내 마음 속 이야기를 진솔하게 쓰는 것이 어렵다.
더 늦기 전에 이젠 내 이야기를 쓰고 싶어졌다.
무엇이든 좋으니, 검열은 내려두고
하루하루 내 마음 속에 떠오르는 이야기들을 잡아보려 한다.
어쩌다 방송작가가 된 채 살아온 13년.
이젠 어쩌다 방송작가가 아닌 '어쩌다 작가'를 꿈꿔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