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의 시간

내가 나를 믿는 만큼, 내가 상상하는 만큼 내 삶은 넓어질 것이다.

by 윤작

한 달 전, 10년 간 매일 같이 방송해왔던 라디오를 그만두겠다 결심했다.

최근 2, 3년 동안 내 마음 속에 변화의 욕구들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언제까지 이 생활을 반복해야 할까?'

'지금이 진짜 내가 원하는 삶인가?'

'뭐든 할 수 있는 이 황금같은 시기에

관성대로 흘러가듯이, 여기에 그대로 머물러 있는 게

과연 내가 원하는 모습인가?'


여러 질문이 내 마음 속에 떠올랐다.

그렇다면 이 질문들에 대한 나의 대답은?

'아니다'였다.

변하고 싶었다. 다른 삶으로, 다음 단계로 나아가고 싶었다.


물론 지금껏 방송 일을 해올 수 있었던 것은 매우 감사한 일이다.

고등학교 때 막연하게 생각했던 방송에 대한 꿈을 실현했고,

방송을 하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도 넓어졌으며

좋은 동료들 덕분에 험한 일 한 번 겪지 않고 일했다.


하지만 백세 시대, 나는 이제 고작 30대다.

인생이 길어도 너무 길다.

이 긴 인생을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

고민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렇게 고민을 거듭하다 보니

나는 지금 내 눈에 앞에 펼쳐진 페이지를 뒤로하고

다음 페이지를 쓰고 싶다는 생각에 닿았다.






'그래서 뭘 하고 싶은데?'


애석하게도 아직 이 질문에 대해서는 답하지 못하고 있다.

13년 동안 방송 작가로 한 가지 일만 해와서인지

내가 잘하는 게 무엇이고, 내 안에 어떤 역량이 잠재돼 있는지,

그리고 지금껏 해온 일을 바탕으로 어떤 분야로 확장해 갈 수 있을지,

도통 감이 잡히질 않는다.


아는 동생 말마따나

'언니가 다음 계획도 없이 일을 관둔다고?'

나도 놀랍긴 하지만, 그래도 저질렀다.


내 삶에 빈틈이 없으면,

새로운 어떤 것이 비집고 들어올 틈도 없지 않을까 라는 생각으로.


라디오를 그만두겠다 말하기까지 몇 개월 간 고민을 거듭했다.

그리고 그속에서 나는 자기 의심과 싸워야 했다.


'지금 하는 일이 얼마나 고마운 지 모르는 거지?'

'이 일을 관두면 이 만한 일 또 찾을 수 있을 것 같아?'

'호기롭게 더 나은 일을 하고 싶다 했지만 못하면?

나한테 그럴 역량이 없다면?'


온갖 잡음들이 마음 속에서 소용돌이쳤다.

나는 내가 스스로에게 건네는 말들 속에서 위축됐고,

앞으로 차고 나갈 힘을 얻기보단 자꾸 뒷걸음질 치게 됐다.


평소의 나였다면 '그래, 지금에 감사하자'며

한 발 물러섰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막연하면 뭐 어떤가?

내 안의 목소리에 지고 싶지 않았다.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

무언가 변화가 필요하다는 내 마음은 이미 되돌릴 수 없고,

10년 간 해왔던 라디오도 관두기로 했다.


'낭중지추', 주머니 속의 송곳처럼

타고난 재능이 있거나 능력이 출중하진 못하더라도,

결국 내가 내 자신을 믿는 만큼 해낼 것이고

내가 상상하는 만큼 내 삶은 넓어질 것이라 생각한다.


누군가는 그냥 지금처럼 살면 안 되냐고,

계획도 없이 대책 없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 나에게 필요한 건

내 결정에 대한 평가와 조언보다

나 자신에 대한 믿음과 용기다.


내 안의 또 다른 자아인 비판자들아,

부디 나를 응원해주길,

아니 그냥 조용히라도 있어주길..


다시 시작이다.

서른 중반, 다시 진로 탐색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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