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 공유의 새로운 방식, 모임 취미생활
시간이 안맞아, 취미생활
취미를 공유하는 새로운 방식, 모임 취미생활
시간이 안 맞아
첫 발령을 받기 전과 신규 간호사 시절, 한참 워라벨 (work and life balance)이라는 단어가 유행이었다. 그 영향에서인지 근무를 시작하면서 나 역시 3교대 간호사로 일하면서 워라벨이 보장되는 삶을 꿈꿨었다. 하지만 막상 신규 간호사가 되어보니 다음 달 근무표는 정말 월말 끝자락이 되어서야 나왔다. 나온 근무표 마저 예상치 못한 여러 사정들로 강제 변경되는 경우도 많았다.
그러다 보니 3교대를 하며 정기적인 모임에 참여하기란 불가능했다. 내가 10년 차쯤 된 책임간호사도 아니고 목요일 저녁마다 희망 오프를 쓸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서 모임 하나를 만들기로 했다. 평일 저녁을 함께하는 취미생활 모임이었다. 모임 날짜는 그 전 주에 투표로 과반수 이상이 많이 참여할 수 있는 날로 정했다. 이렇게 모임 시간을 유동적으로 정하다 보니 교대 근무를 하는 나도 한 달에 최소 2번 정도는 모임에 나갈 수 있었다.
‘취미생활’은 각자가 함께하고 싶은 취미생활을 공유하는 프로젝트이다. 방탈출, 보드게임, 볼링 등 다른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은 취미를 제안하면 가장 인기 있는 취미가 그 주의 취미활동이 된다. 사실 이전에도 오픈 컬리지 내에서 많은 프로젝트 기획, 제안 글을 올려봤지만 ‘취미생활’ 만큼 뜨거운 반응을 끌어낸 프로젝트는 없었다.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다 보면 퇴근 후 집에서 티비를 보거나 술 한 잔 하는 게 퇴근 후 일반적인 일상이다. 이런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취미를 배워보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픈 사람이 생각보다도 더 많았나 보다. 지금도 모집글을 올리면 보통 하루 이틀이면 새로운 멤버 모집이 마감되곤 한다.
취미생활은 간호사들에게도 인기 있는 편이다. 이번 새로운 시즌에 빅 5 병원 신규 간호사 선생님 한 분도 참여하게 되었는데 역시나 교대 근무 와중에도 유동성 있게 참여할 수 있어 만족도가 높다고 했다. 한편 간호사가 취미생활을 이렇게 적극적으로 즐기고 모임까지 만들었다는 것에 신기해했는데, 많은 간호사 선생님이 이런 모임이나 기회를 활용해서 워라벨을 찾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지금도 나를 포함해서 3명의 간호사가 취미생활 모임에 참여하고 있다.
호스트 혹은 리더라는 이름
‘취미생활’과 같이 여러 사람과 지속적인 모임의 모임 장을 맡다 보면 어려운 점도 있다. 보통 모임에서 리더들은 크게 두 가지 어려운 점을 느낄 것이다. 첫 번째, 사람 문제. 다양한 사람들과 모이다 보면 모임에 불만을 갖거나 분란을 일으키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나의 경우에는 규칙을 명확하게 정했고, 투표로 무조건 다수결의 원칙을 따랐다, 그리고 운이 좋게도 배려 없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의외로 낯을 가리는 성격이지만 매 시즌 새로운 멤버를 만나면 꼭 이것저것 말을 걸기도 한다. 다른 멤버들 사이에서 새 멤버가 어색해하지 않도록 아이스 브레이킹 시간도 만들려고 노력한다.
두 번째, 방향의 문제. 사람이 많아지다 보면 여러 가지 의견들이 나오고 방향이 불명확해지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는 모임 장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모임 장은 결정 장애가 없어야 한다. 이것도 좋고 저것도 좋다고 하면 둘 중 하나를 골라주어야 하고 아무 의견이 없을 땐 새로운 의견을 제시해야 한다. 나는 혼자 있을 때 똑 부러지는 편은 아니다. 하지만 모임 할 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똑 부러진다, 결단력 있다는 말이다. 리더의 결정 능력이 장수하는 모임을 만든다.
큰 문제없이 모임을 1년 반 동안 진행해 왔지만, 그래도 뭔가 더 업그레이드하고 싶었다. 꾸준히 참석하는 고정 멤버도 생겼지만 완전히 가까운 사이가 되기엔 벽이 있는 느낌이었다, 다른 멤버들에게 의견을 물어보니 엠티를 가자는 의견이 나왔다. 엠티는 속전속결로 진행되었다. 레크리에이션 팀, 운영 팀으로 나뉘어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엠티를 다녀오고 나서는 친한 언니, 오빠, 동생 사이가 되었다. 이렇게 모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사람들이 생기자 ‘취미생활’은 더욱 활성화되었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자신의 취향, 호불호를 숨기는 일이 많아진다. 뭐든 무난한 것, 평범한 것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것을 고르곤 한다. 하지만 취미생활에서는 좋아하는 것을 분명하게 말하고 취향을 표현한다. 그리고 오랜 시간 함께하다 보면 사람들의 성격도 자연스레 드러난다. 웃기기를 좋아하거나, 굉장히 밝은 성격부터 조용한데 할 말은 다하는 성격 까지. 다양한 성격의 다른 사람들이 모여 있는 조합이지만 점점 그 사람의 성격과 특성을 이해하게 되는 것 같다.
모임을 유지하게 하는 또 하나의 요소는 ‘관성’이라 생각한다. 모임 사람들은 어떻게 시즌 19, 2년 반 동안 모임을 이끌 수 있었냐고 묻는데 2년 반 동안 매주 투표를 올리고, 모임 장소를 예약하고 그러다 보면 모임장의 일도 일이 아닌 일상이 된다. 그리고 오랜 시간 취미생활을 했지만 매번 모임이 즐겁고 다음번 모임이 기대된다. 모임에 대한 기대와 재미가 모임 장 역할에 대한 부담감이나 수고로움보다 크다.
내가 바라는 것은 앞으로도 사람들이 ‘취미생활’에서 부담 없이 좋아하는 활동을 하는 것이다. ‘취미생활’이 퇴근 후 힘들었던 하루를 털어놓을 수 있는 좋은 사람들을 만나는 자리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