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만난 사람들과 패러글라이딩 여행 함께하기
어른이 날, 패러글라이딩
평소 주로 이용하는 오픈 컬리지라는 플랫폼에서 어느 날 패러글라이딩 하러 가는 모임 글이 올라왔다. 재미있겠다 싶어 바로 신청했다. 두 번의 사전 모임 끝에 여행 날짜는 어린이 날로 정해졌다. 어린이를 위한 날이지만 빨간 날인 어린이날은 직장인에겐 당일여행을 위해 최적화된 어른의 날이었다. 당일치기지만 단양까지 다녀오는 김에 알차게 여행하고 오자고 다짐했다. 하지만 한 가지 걱정이 있었다. 오픈 컬리지에서는 낯선 사람과도 금방 친해지지만, 그래도 낯선 사람들과 같이 여행을 가서 어색하지 않을 만큼 친해질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섰다.
어린이 날, 아침 7시. 새벽같이 청량리 역에 모였다. 가장 늦게 오는 사람이 음료수 사기 내기를 했기 때문인지 다들 많이 늦지 않고 도착했다. 여행 당일 처음 만난 사람들도 있기에 어색하게 통성명을 하고 여행이 시작되었다. 이렇게 다 같이 모여 기차를 타고 여행하는 것이 엄청 오랜만, 어쩌면 처음이었기 때문에 다들 들떠 보였다. 기차에서 먹을 김밥과 간식거리를 사서 기차에 탔다. 기차에서 사이다에 삶은 계란을 먹던 세대는 아니지만 어린 시절 기차 타던 추억은 다들 갖고 있기에 신나게 얘기하며, 김밥과 과자를 먹었다. 아침잠이 부족해서 체력 보충을 위해 자겠다던 사람들도 잠들 틈 없이 단양에 금방 도착했다.
무려 10명의 인원이 이동을 해야 해서 단양에서는 렌터카를 빌렸다. 운전 담당이 2명 있었지만 다들 이렇게 큰 차는 오랜만에 몰아보는 거여서 다소 긴장했던 것 같다. 처음에는 길을 잘못 들어 자칫하면 역주행을 할 뻔했지만, 금방 감을 찾아서 베스트 드라이버가 되었다. 뒷좌석은 처음 만난 사람들이란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엄청 떠들썩했다. 흥이 넘치는 노래들이 흘러나오고 각자 1분에 한번씩 신청곡을 말하며 선곡을 바꿔달라고 해서 음악 담당 dj를 당황하게 했다.
한참 거친 산길을 따라 올라간 후 패러글라이딩 장소에 도착했다. 패러글라이딩 하기에 약간 흐린 날씨였지만 상당히 더웠던 최근 날씨에 비하면 차라리 좋았다. 패러글라이딩에는 속도와 방식에 따라 여러 가지 코스가 있었다. 막상 패러글라이딩을 하려 하니 일반 코스보다 놀이기구처럼 스릴 있는 익사이팅 코스를 도전하고 싶었다. 우리 팀은 약간의 추가 비용을 내고 익사이팅 코스가 포함되고 시간이 더 긴 스페셜 코스로 바꾸었다. 스페셜 코스는 날마다 탈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바람이 딱 적당해야 탈 수 있는 코스였는데, 우리는 운이 좋았다. 패러글라이딩 전 안전교육을 받고 전용 복장으로 갈아입었는데, 패러글라이딩 슈트가 마치 신입 비행사들처럼 멋스러웠고 다들 잘 어울렸다.
패러글라이딩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닌 숙련된 전문가와 1:1로 함께했다. 사전 교육 후 패러글라이딩 티켓을 받아서 이륙 장소에서 기다리면 담당 파일럿이 한 명씩 불러준다. 출발할 때 온 힘을 다해 언덕 아래로 달려야 하는데, 패러글라이딩 장비 무게와 바람의 저항이 상당해서 뛰기 힘들었다. 생각보다 빠른 속도가 나지 않아서 앞쪽에서 여러 명이 두 번씩 다시 뛰곤 해서, 나도 다시 뛰어야 하는 건 아닌가 걱정했다. 분명 땅을 밟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날고 있었다. 처음엔 번지점프와 마찬가지로 패러글라이딩도 위험한 스포츠라 생각해서, 일생일대의 경험이라 생각하고 긴장하고 있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편안했고, 무섭지 않았다. 비행을 몇 분하다 보니 발밑으로 경치를 내려다보는 경지에 이르렀다. 강으로 둘러싸인 단양의 풍경과 연두색에서 초록색으로 푸릇푸릇하게 변해가는 초여름의 자연이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함께 비행한 파일럿님께 물어보니 단양 패러글라이딩은 단풍이 물든 가을과 눈이 쌓인 겨울이 가장 아름답다고 했다. 하지만 겨울 패러글라이딩은 그만큼 추위도 각오하고 와야 한다고 한다.
스페셜 코스에 포함된 익사이팅은 패러글라이딩 비행 도중에 360도 빠르게 회전하는 건데 이런 익사이팅을 하면 아래로 내려가는 속도 또한 빨라진다고 했다. 거의 10바퀴 넘게 돌고 나니 재미는 있었지만 우주비행사들 훈련이 이런 느낌일까, 싶을 정도로 어지럽고 압력이 심했다. 평소 무서운 놀이기구는 좋아하는 편이지만 한 번 경험으로 충분히 만족스러울 것 같았다. 굳이 다시 타고 싶진 않았다. 파일럿님은 바람이 유독 좋아서 스페셜 코스 중에서도 상당히 긴 시간을 비행했다고 하셨다. 내 인생 처음으로 비행기를 타지 않고 하늘에서 보낸 시간인데 17분은 짧게 느껴졌지만 말이다.
착륙 장소는 여러 곳이 있어서 이륙한 장소에서 먼 곳에 착륙한 사람들은 트럭을 타고 다시 이륙 장소까지 이동해야 했다. 그 사이에 패러글라이딩을 하며 찍은 동영상을 전달받았다. 패러글라이딩 후 이륙장에서 자유롭게 사진을 찍는 시간도 주셨다. 완전 다 같이 같은 비행복을 입고 사진을 찍으니 완벽한 단체 같았다. 그리고 산 밑으로 보이는 완벽한 경치와 하늘에서 비행 중인 형형색색의 패러글라이더들이 사진에 담기니 최고의 인생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다들 잔뜩 신이 난 채로 이어서 산악 오토바이인 ATV를 탔다. 나는 몇 년 전에 제주도에서 많은 고생을 하며 ATV 타는 법을 익혀서 조금 수월하게 탈 수 있었다. ATV 가 처음인 사람들은 구덩이에 빠지거나 길에서 몇 번이나 이탈해서 강사님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ATV로 내리막길을 내려갈 때면 브레이크를 밟아도 흙먼지 때문에 조금씩 미끄러져서 앞사람과 자꾸만 추돌했다. 완전 범퍼카나 다름없었지만, 그마저도 웃겼다.
ATV를 타고나서는 이동해서 단양의 명물인 마늘 떡갈비를 먹었는데, 신기하게도 밥을 먹자마자 굵은 빗방울이 쏟아져 내렸다. 뒤에 일정으로 잡은 전망대는 안전 문제로 못 가게 되었지만 패러글라이딩과 ATV를 무사히 마친 것만으로도 천만다행이었다. 다들 예보 없는 비 소식에 당황한 것도 잠시, 목적지를 바꿔 기암절벽을 보러 갔다. 우산도 없어서 우산 없는 사람끼리 다 같이 노란색 우비를 사서 입었다. 우비 6남매가 결성되는 순간이었다. 절벽과 가까운 곳에 계곡으로 내려갈 수 있는 계단이 있어서 내려가서 물가에서 물수제비를 던지며 놀았다. 차가운 계곡물에 손도 담그고 예상치 못한 유쾌한 물놀이까지 할 수 있었다. 여행은 이렇게 예상치 못한 우연이 모여서 기막힌 추억이 되는 것 같다.
서울로 돌아가기 전 저녁식사는 시장에서 하기로 했다. 다들 따뜻한 국물과 알코올이 절실했으므로 시장의 한 횟집에서 회와 소주, 맥주, 그리고 매운탕을 먹었다. 사장님이 양해해 주셔서 시장의 음식들도 곁들여 먹을 수 있었다. 회와 매운탕은 두말할 것 없이 맛있었고, 마늘만두의 맛은 정말 끝내줬다. 마늘만두의 피는 얇은 편이었는데 속은 아주 가득 찬 맛이었다. 내가 이 모임의 막내였는데 언니 오빠들이 너무나 잘 챙겨줘서 술이 들어가니 금방 더 친해졌다. 아침에만 해도 어색하지 않을까 걱정했던 게 무색할 지경이었다. 케미가 잘 맞는다고 해야 하나? 뭔가 오래 볼 사이가 될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 느낌은 정확히 들어맞았다.)
당일치기의 짧은 여행이었지만 다른 사람들과 함께 강렬한 경험을 하고 추억을 공유한 다는 것이 참 뜻깊은 시간이었다. ‘친구’는 무엇일까? 친구의 사전적 의미는 가깝게 오래 사귄 사람, 나이가 비슷한 사람을 친근하게 이르는 말이라 한다. 보통 사람들은 흔히 사회에서는 친구 사귀기가 어렵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맞는 말이지만, 이런 모임과 짧은 여행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마음이 맞는 친구를 사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이가 다르고 살아온 가치관, 직업 분야 등이 달라도 얼마든지 서로 ‘친구’ 같은 존재가 될 수 있다. 나도 패러글라이딩 여행을 통해 참 좋은 ‘친구’ 여럿이 생겼다. 새로운 도전을 했다는 것과 좋은 친구들이 생겼다는 것, 그 두 가지 만으로도 이번 여행은 참 가치 있는 여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