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의 작은책방

일일 서점, 동네책방 행사 기획 비하인드

by 찐작가

11월 7일, 단 하루만 열리는 동네책방. 시월의 작은책방이 열립니다.


올해 7월부터 동네책방 행사 기획에 참여하게 되었다.

다른 모임을 통해 몇 번 얼굴을 익힌 행사 기획자 한분이 계셨다. 이 기획자 분과는 꼭 한 번 함께 행사 기획을 해보고 싶었다. 이 분이 기획한 작년 크리스마스 파티 '방향'에 참여했던 것이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크리스마스를 며칠 앞두고 분위기 좋은 카페를 빌려 사람들을 모아 두고 함께 향수를 만들고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이 좋았다. 향수는 기억의 촉매제가 되어서인지, 지금도 그때 만든 향수를 쓸 때마다 작년 크리스마스 파티의 추억이 떠오른다. 이 파티의 호스트였던 분이 이번에는 동네책방 기획을 한다고 했다.


집 근처에 작지만 알차고 세련된 독립서점 하나가 있다. 여러 종류의 독립 출판된 출판물들을 들춰볼 수 있는 책장이 있고, 방수가 되는 책, 미니 엽서 소설 등 아기자기하고 특이한 책이 진열된 코너도 있다. 특히 이 독립 서점은 카페를 겸하고 있어 따뜻한 커피 한 잔과 에그타르트를 먹으며 책을 구경할 수도 있다. 이 공간을 한 번 방문한 뒤로 나고 이런 작은 공간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7월 달부터 매주 만나서 행사 준비를 했다. 어느 정도 행사 기획이 끝나고 날짜와 장소 대관 연락도 끝났지만 위기가 왔다. 중간에 코로나로 인해 한 번 잡았던 행사 일정을 미뤄야 했다. 사전 모임(기획팀 회의) 진행도 온라인에서 모여야 했다. 그러는 동안 여러 명의 기획팀 멤버들도 떨어져 나갔다.

코로나가 조금 잠잠해진 10월 셋째 주로 모임 날짜가 다시 정해졌다. 고심 끝에 모임 이름도 결정했다. <시작. 시월의 작은 책방>이라는 이름이 나올 때까지 며칠을 골머리를 앓았는지 모른다.


그런데 우리의 시련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대관 완료라고 생각했는데, 대관을 해주는 본사에서 대관된 다른 행사가 있어서 같은 날 우리 모임 대관이 어렵다고 했다. 울며 겨자 먹기로 10월 마지막 주로 바꾸려 했지만 그마저도 다른 모임과 겹치게 되었다. 결국 행사 일은 11월 달로 연기되고 말았다. 여기서 또 다른 문제가 생겼다. 우리 모임의 이름이 '시월의 작은 책방'인데 11월로 넘어가게 되면 '시작'이 아니라 '십작' 이 되고 만다. '십작'이라니 어감도 뭔가 이상하다. 결국 모임 날짜는 11월이지만 이름은 바꾸지 않기로 했다.



행사 당일이 되고 사전 준비를 하는데, 프로그램의 일부를 변경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생각보다 참여 인원이 적은 탓이었다. 그래서 사전 질문을 바탕으로 '마피아 찾기'를 추가하고 '질문카드' 코너는 빼기로 했다. 행사 진행을 했는데, 11월 치고는 날씨도 따뜻하고 분위기도 가을 가을 한 분위기여서 더욱 책방을 하기에 좋은 분위기였다. 사회자를 맡으신 모임 기획자 분은 이렇게 소규모의 행사는 처음이라 낯설다고 하셨지만, 성공적이었다. 책을 주제로 하되 부담 없이 개인적인 이야기를 많이 나누는 자리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했던 기획 의도대로 어렵지 않고 딱딱하지 않은 모임이 될 수 있었던 것 같다.


책갈피 만들기 시간이 생각보다 큰 인기였다. 금속으로 된 참이 달린 책갈피 만들기 시간이 있었는데, 핸드메이드 제품 답지 않게 완성도가 높고 예쁜 책갈피를 만들 수 있어서 만족도가 높았던 것 같다. 책갈피에 단 금속 참들도 동화에 나오는 등장인물을 테마로 선정했다. 해리포터, 앨리스, 어린 왕자 테마의 책갈피를 골라서 만들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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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기획했던 것처럼 각자 읽던 중고책을 서로 교환하거나 판매하는 건 못해서 아쉬웠다. 원래는 집에 있는 중고책들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수익금이 발생하면 어린이 도서관 등에 기부할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책과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고 새로운 시각으로 책 관련 대화를 할 수 있는 시간이라 의미 있었다.


준비하는 과정만 3개월이 넘게 걸리고 거의 10번 가까운 횟수의 기획팀 회의가 있었다. 오래 준비한 것에 비해 소규모의 모임이었고 당일에 결정된 것도 많았다. 준비기간이 길어져서 완성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많았다. 하지만 중간중간에 즐거웠던 일과 추억도 많았다. 모임장으로 혼자 기획하고 장소 대관하는 경험만 많았던 나에게 여러 명의 기획팀이 행사를 준비하는 것은 새로운 경험이었다. 결과보다 과정으로 얻는 즐거움이 더 컸던 경험이었던 것 같다.


시월의 작은책방, 시작과 함께 책과 친해지고 가을의 분위기 속에서 감성적인 시간을 보내셨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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